2026년 9월 27일 (일)
(녹)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맏아들은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연옥은 진짜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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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9:41 ㅣ No.7677

[가톨릭 교리] 연옥은 진짜 존재할까요?

 

 

신경의 가르침

 

가톨릭교회에는 ‘믿을교리’가 있는데, 주로 ‘신경’의 가르침입니다. 그리스도교 4대 믿을 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천주존재’, 둘째 ‘삼위일체’, 셋째 ‘강생구속’, 마지막으로 ‘상선벌악’입니다. 이 교리는 세례받기 위해 무조건 믿어야 할 교리이고, 특히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대세(代洗)를 주기 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했던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리입니다.

 

죽은 다음 착하게 산 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하게 산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상선벌악’이란 가르침은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천국 가기에는 좀 부족하고, 지옥 가기에도 애매한(?) 사람들이 가는 곳을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연옥(燃獄)이라 합니다. 그런데 ‘연옥’ 교리는 오직 가톨릭교회만 해당되고, 개신교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연옥이라 부르지 않고, ‘마지막 정화’라 부르며, 그 존재를 인정합니다. 사도신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저승’에 가셨다고 합니다. ‘저승’으로 번역되는 단어는 라틴어 ‘인페리’(Inferi), 그리스어 ‘하데스’(Hades), 히브리어 ‘셔올’(Scheol 혹은 쉐올) 등입니다.

 

예수님은 혈육적으로는 유대인이셨기에, 구약의 종교와 문화의 영향에서 자라나셨고, 이런 배경하에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당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인간이 겪는 고통과 질병의 원인은 인간이 지은 죄 때문이었고, 결국 죄 때문에 인간은 죽음에 이른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죄의 결과인 죽음은 하느님과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죽음 이후 가는 곳인 셔올은 하느님과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구약의 셔올 개념은 하느님과 분리된 채 언젠가 메시아가 와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주리라 믿으며 기다리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다음에 가신 ‘저승’은 바로 셔올이고, 예수님 역시 죽음 이후에 그곳에 가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는 날(3일 후가 아닙니다, 사흗날 혹은 셋째 날!) 저승 문을 여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습니다. 메시아가 와야만 열릴 수 있으리라 믿었던 문이 예수님을 통해 활짝 열리게 됩니다. 이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천국에 갈 수도 있고, 천국에 갈 준비를 하고, 언젠가 천국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국에 갈 준비를 하는 곳, 천국 살기에 합당하게 정화되는 곳이 바로 연옥입니다.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 = 모든 인간의 구원을 바라심

 

‘연옥’이란 단어 자체가 교회에서 사용된 것은 12세기 전후지만,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기억하는 관습은 오래된 것이고, 구약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연옥 교리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생겨난 게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을 직접 목격했던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고, 신앙의 내용이라 믿습니다. 모든 인간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께서는 모두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주시고,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신앙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살아서는 물론 죽은 다음에 회개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정화의 시간을 주십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알았지만, 아직 온전히 정화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영원한 구원의 약속이 아직 유효하지만, 천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죽은 다음에 정화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연옥은 실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가톨릭교회는 ‘예!’라고 답합니다. 일부 사람이 이 대답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들의 주장은 연옥의 존재에 대해 성경이 아무런 증언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요한 내용이 많이 있지만, 모든 것이 들어있지는 않습니다. 사도 바오로도 성경에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으셨다고 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 밖의 것은 내가 가서 일러 주겠습니다.”(1 코린 11,34). 성경은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지만, 성경에 하느님 말씀 전체가 모두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가르침, 즉 ‘계시’는 성경과 성전(聖傳), 즉 사도들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주어진다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연옥이란 어떤 곳일까요?

 

중세 이탈리아의 대표적 작가인 단테(Dante)는 그가 쓴 서사시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에서 지옥, 연옥, 천국으로 구분하면서, 연옥은 남반구에 있는 유일한 육지인 산에 있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당시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진 예루살렘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을 상정한 것입니다. 연옥의 제일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칠죄종, 즉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참회하면서 한 층씩 위로 올라가는 구조를 묘사합니다. 연옥 영혼들이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꼭대기, 즉 에덴동산에 이르게 됩니다. 모든 죄의 보속을 마치고, 정화된 영혼들은 지상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잠시 대기한 후에 하느님 나라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연옥은 소설의 비유나 인간의 상상처럼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닙니다. 장소나 시간이란 개념은 지극히 인간적인 상상입니다. 죽은 다음에 시간이나 장소 등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연옥은 장소가 아니라, 일종의 ‘존재 상태’라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동시에 연옥은 대피소나 뜨거운 불의 벌을 받는 곳도 아닙니다. 연옥은 ‘정화소’(淨化所, Purgatorium)입니다. 연옥의 불은 지옥의 불과 같은 것이 아니고, 깨끗하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 주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 정화하는 하느님 사랑의 불을 통해 더 깨끗해져야 인간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옥에 있는 영혼은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고, 지상에 있는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맞는 말인가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연옥 영혼 역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고,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결합된 사람들은 각각 지상교회(투쟁교회, 순례교회), 연옥교회(정화교회), 천상교회(개선교회, 승리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들의 통공’(communio sanctorum)이란 바로 세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기도와 공로는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하느님 교회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기도와 희생과 선행은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합된다는 것입니다. 연옥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구원을 보장받은 인간이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정화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의 정화를 돕기 위해서 지상교회에서 순례 중인 그리스도인들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 희생, 자선, 보속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입장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9월호,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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