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3일 (목)
(녹)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너희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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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모자녀 갈등 -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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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7-22 ㅣ No.1218

[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모자녀 갈등 –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물 한 모금, 밥 한술도 허락하지 않은 채 여드레 만에 숨지게 한 사건은 수백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영조는 왕의 혈통을 이었으나, 어머니가 노비 출신이라는 사실이 평생 그의 내면 깊숙이 열등감의 씨앗을 심었다. 그는 그 상처를 학문으로 덮으려 했고, 왕위에 오른 뒤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국정에 임했다. 아들만큼은 흠 없는 군주로 빚어내겠다는 집념 역시 그 뿌리에서 자라난 욕망이었다. 사도세자가 열다섯살이 되자, 영조는 아들에게 왕의 자리를 맡기고 자신은 뒤에서 지휘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영조의 가르침은 가르침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그는 언제나 아들에게 잘못만을 골라 지적했고, 여러 신하들이 늘어선 자리에서 아들을 꾸짖으며 그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정답은 오직 아버지의 마음속에만 존재했다. 아무리 헤아려도 그 마음에 닿지 못했던 사도세자는 점차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피하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은 마침내 병적인 방식으로 폭발했다. 옷을 입혀 주던 궁녀들을 무참히 해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옷을 입으면 아버지 앞에 나서야 했기에, 그는 그 순간 자체를 온몸으로 거부했던 것이다. 이는 아들인 사도세자의 잔인함이 아니라, 극도로 억눌린 인간이 마지막으로 내뿜는 절망의 신호였다.

 

영조는 끝내 그 신호를 읽지 못했다. 분노 속에서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자물쇠를 채웠다. 사도세자는 그 좁고 어두운 상자 안에서 여드레 만에 숨을 거두었다. 더욱 비통한 것은, 아들의 죽음 앞에서 영조가 슬픔을 토로하거나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았다는 기록이 단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는 끝내 자신이 ‘올바른 아버지’였다고 믿으며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이 비극이 단순히 과거의 일이라면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상담실에서 매일 이와 닮은 부모와 자녀를 마주한다. 자녀의 잘못만을 열거하면서 정작 자신은 피해자라 여기는 부모들. “잘 키우고 싶을 뿐”이라는 말 뒤에 얼마나 깊은 통제의 욕망이 숨어 있는지, 그들은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다.

 

자녀는 타인이다. 같은 피를 나누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자녀가 스스로 설 수 있게 되는 순간, 부모는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부모는 자녀 인생의 설계자가 아니라 지킴이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여전히 이래라저래라 방향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미숙함이다. 그 시점부터 부모의 역할은 단 하나다. 멀리서 바라보며 “너는 잘 해낼 수 있다”라고 믿어 주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녀를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하려는 생각은 사랑의 언어를 빌린 집착이다.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양육이다. 자녀를 바라보며 불안해지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불안은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스스로 다스려야 할 감정이다. 방관이 답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간섭 역시 답이 아니다. 진정한 관심은 믿음의 형태로 전해질 때 비로소 자녀의 가슴에 와닿는다.

 

만약 영조가 내게 상담을 청해 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멀쩡한 아들을 무너뜨린 것도 당신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노비의 자식이라는 열등감은 아들이 훌륭해진다고 해서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고. 그 상처는 오직 자기 자신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몫이라고.

 

* 이레지나 : 심리학박사, 부부가족치료전문가,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2026년 7월 19일(가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인천주보 2면, 이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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