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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부 관계 - 공감 부재의 결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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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안에서의 환대] 부부 관계 – 공감 부재의 결말
날씨가 부쩍 더워지고 있다. 올여름은 폭염이 될 거라 한다. 더위를 잠시 잊을 겸, 몹시 추운 이야기를 하나 꺼내볼까 한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첫눈」에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혹한 속에서 자란 남편과, 언제나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것이 몸에 밴 아내가 신혼살림을 차린다. 뜨거운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맞추려 애쓰며 새로운 계절들을 함께 통과해 나간다. 봄과 여름은 무사히 지났다. 그러나 아내에게 겨울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아내는 난로를 놓아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지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도 집 안에 난로를 들이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혹한 속에서 단련된 남편에게는 이 정도 추위는 별것이 아니었고, 아내도 지내다 보면 자연히 적응하게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내의 귀에 그 말은 이렇게 들렸다. “당신의 고통은 별것 아니다.” 공감받지 못한다는 서운함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원망으로 굳어갔다.
그러던 어느 추운 밤, 아내는 결심했다. 말로 납득시킬 수 없다면, 몸으로 증명하겠다고. 그녀는 한겨울 밤 맨발로 집을 나서서 눈 덮인 정원을 걸었다. 차가운 눈을 맨살에 문지르며 스스로 감기에 걸리려 애썼다. 결국 감기는 폐렴으로 번졌고, 아내는 따뜻한 남쪽으로 요양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돌아온 집에는 여전히 난로가 없었다.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아내 역시 멈추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그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결국 남편은 마지못해 난로를 들였고, 아내는 내심 승리의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내의 폐렴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그녀는 다시 휴양지로 떠나야 했다. 그때 남편이 편지를 보냈다. 추운 겨울이지만 자신은 난로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옳다는 것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아내는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 죽어가면서도 자신이 옳았고 남편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닐까.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이와 닮은 장면들을 자주 마주친다. 결혼은 매일 서로의 다름을 마주치는 일이다. 출신도, 성장 환경도, 몸이 기억하는 감각도 다른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낯섦과의 동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다름’은 ‘다름’으로 머물지 않는다. ‘당신이 틀렸고, 내가 옳다’는 논리로 굳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때로 놀랍도록 파괴적인 방식을 택한다.
소설 속 아내는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남편의 잘못을 입증하려 했다. 남편 역시 아내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의 방식이 옳다는 것을 끝까지 고집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상대방을 납득시키려 했다. 공감 대신 증명을, 대화 대신 버팀을 선택했다.
슬픈 결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오래된 소설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더 슬프다.
* 이레지나 : 심리학박사, 부부가족치료전문가,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2026년 7월 12일(가해) 연중 제15주일 인천주보 2면, 이레지나] 0 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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