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3일 (금)
(자)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니, 그분을 사랑해야 한다.

성극ㅣ영화ㅣ예술

K톨릭-드라마: 드라마 속 환생 서사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을 되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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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12 ㅣ No.177

[K톨릭: 드라마] 드라마 속 환생 서사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희망을 되묻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여정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최근 눈길을 끄는 제목의 드라마를 발견했습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국민 배우 김혜자 씨와 손석구 배우가 부부로 등장하는 설정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주무대가 ‘천국’이라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주인공 해숙은 저승사자의 부름을 받고 천국행 지하철에 탑니다. 끝없는 어둠의 지옥역을 지나 밝은 빛으로 가득한 천국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계속 보다 보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해숙은 천국에 있으면서도 살아 있을 때의 상처와 아픔, 성격까지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다투고, 질투하며, 때로는 분노합니다. 본인조차 자신이 왜 천국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지요. 이것은 드라마 속 천국이 영원한 안식처라기보다, 다음 생을 준비하는 ‘환생’을 위한 정거장처럼 재현되는 지점입니다. 최근 많은 판타지 드라마에서 윤회와 환생은 자주 등장하는 설정입니다. 이들 드라마에서 인간은 여러 생을 거치며 스스로 완성되어 가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렇기에 신(神)의 존재는 큰 비중 없이 등장하거나 때론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이는 대중문화가 창작한 윤회적 세계관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재현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종교적 상징과 이미지가 우리의 신앙 감수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종교의식 조사에서 윤회와 해탈을 긍정하는 응답이 그리스도인에게서도 점차 높아지고 있고, 젊은 세대일수록 그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는 전통 종교의 가르침보다 개인적 위로와 치유, 자기 구원의 서사에 더 익숙해진 세속화의 흐름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는 재미와 오락을 위한 허구적 이야기이기에, “그저 드라마로 보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타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환생 서사에는 인간이 온갖 어려움이나 고통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시킬 것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 속에서 하느님이 계실 자리는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무엇일까요? 가톨릭 신앙은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의 희망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혼자서 완성해야 하는 자기 구원에 있지 않고, 부활에 있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생명 안에서 완성해 주시는 분이심을!

 

[2026년 3월 8일(가해)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4면, 박정아 율리아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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