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5일 (목)
(자)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성극ㅣ영화ㅣ예술

K톨릭-도서: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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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03 ㅣ No.176

[K톨릭: 도서]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극단적 대립의 시대에 성령 안의 대화

 

 

한국 사회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집단 간 분열이 심화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되어, 상대 진영을 ‘왜곡된 의견’을 강요하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인지·정서적 양극화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인지·정서적 양극화의 영향으로 어느새 우리 사회는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관계를 단절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언론학 박사이기도 한 정재철 기자는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라는 저서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음모론 개념을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음모론에 몰두한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제시된 논리와 팩트가 명확하고 정확한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반박을 공격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은 음모론에 빠져서 현실을 왜곡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대화는 은폐와 조작의 시도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둘 사이의 대립은 상대를 파괴하려는 극단적인 수준으로 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저자는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그건 틀렸어.’라고 접근하기보다는 관계의 방식을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그 신념이 형성된 과정을 함께 탐색하고, 상대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동반자’로 대우하는 대화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음모론에 현혹된 상대에게는 논쟁보다는 공감, 지적보다 경청이 요구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공감과 경청은 ‘성령 안의 대화’의 핵심 가치입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공동체 경청과 대화를 위한 워크북〉은 ‘성령 안의 대화’ 진행 시 유의해야 할 자세를 제시합니다. 가장 먼저 이 대화는 토론이나 논쟁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위해 상대방 목소리의 톤과 느낌까지 공감해야 합니다. 이때 경청과 공감은 자신의 생각을 기꺼이 바꿀 수 있다는 태도뿐 아니라 반박하고 싶은 생각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려는 노력까지 전제로 합니다. 성령 안의 대화는 단순히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순서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성령의 역사하심에 믿음을 둔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성령 안의 대화를 통해 공감과 경청의 역동성이 극단적 대립을 전환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2026년 3월 1일(가해)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7면, 한창현 모세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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