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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고통의 성모께 위로받고, 이웃에 돌봄을 실천하는 남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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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4-11 ㅣ No.850

[본당순례] 고통의 성모께 위로받고, 이웃에 돌봄을 실천하는 남해성당

 

 

보물섬 남해에서 보물을 찾듯 남해성당을 찾아 골목을 돌 때 마주한 예수성심. 성당 정문을 들어서기 전 돌로 꾸민 화단에 자리한 예수님께서 팔 벌려 환영한다. 경사로를 올라 마당에 들어서면 하늘 향해 올리는 기도의 염원을 담은 듯한 성전과 그 중앙에 보이는 고통의 성모. 성전으로 들어가 빛이 모이는 제대에 이르면 성가정의 마리아, 요셉과 아기예수. 다랑이 논을 만나듯 층층이 오르며 하얀 존재를 거치는 사이 내면이 승화된다.

 

 

본당주보 ‘고통의 성모’

 

남해성당은 1961년 본당으로 설립되었다. 많은 성장과 변화의 시간이 지나고, 1989년 갈망하던 성전을 신축했다. 성전을 신축하기까지 시련과 고통은 성모님을 중재자로 한 기도의 다발로 바쳐졌다. 새 성전을 봉헌하면서 남해성당은 본당주보를 ‘고통의 성모’로 변경했다. 예수님의 주검을 받아 안은 성모님이 피눈물을 삼키시는 피에타, 통고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이다. 고통의 신비를 알아야 부활의 영광에 이르듯, 고통으로 승화된 복되신 마리아의 정신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자고 했다. 남해토박이들은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는 성향을 지녔다. 마늘농사에다 시금치밭을 일구고, 벼농사, 유자농사 같은 일이 몸에 배어 잠시 쉴 줄을 모른다. 농번기에는 송장도 일어나 도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외지 사람들이 보면 지독히 몸을 혹사하는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자기희생에 몸을 던지기만 하는 섬사람들의 애환을 숙고한 당시 배기현 콘스탄틴 주임 신부는 ‘통고의 마리아’를 생각했다. 사람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을 체험한 어머니기에 힘든 신자들을 연민으로 안아주시리라. 주님의 집을 건축하기 위해 큰 고통을 감수하며 함께한 교우들이 위로받고,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본당의 길에 어머니께 의지하여 남해지역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를 소망했다. 

 

 

그렇게 60여 년 

 

이원태 클레멘스 주임 신부를 비롯해 박완규 토마스 아퀴나스 사목회장, 김현숙 로사리아 부회장과 문성욱 아니아노 사무장이 자리에 함께했다. 모두들 지난해 본당설립 60주년에도 거리두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매우 아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기념미사와 간단한 선물과 떡을 나누는 조촐한 시간이었다. 지난해 부임한 이원태 신부는 기념책자를 발간하고, 오래전부터 계획해 오던 지붕누수를 잡는 보수공사를 꼭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붕공사는 교구청건립과 맞물려 신자들의 부담을 고려하여 교구청건립 후로 미루었다. 60년사는 추진위원회에서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어 올 9월경에 발간예정이다. 『본당설립 30년사』를 발간했고, 50년에는 신자들의 글을 모아 문집을 발간한 바가 있다. 이제 60년사를 만들게 되었으니 본당의 역사를 펼쳐 정리하고 엮는 일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박완규 회장은 서울서 남해성당으로 온 지 25년 정도 되었다. 이곳에서 결속되어 있는 공동체 속에서 행복했던 때가 많았다. 매미태풍으로 자신의 양어장이 초토화되었지만 성당에서 봉사를 멈추지 않았던 당시, 젊은이들이 매우 열심히 했던 열정을 전했다. 복음화분과장, 총무,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되기까지 이 성당의 붙박이가 되었다. 김현숙 부회장은 여수에서 남해로 와서 식당, 숙박업 등 개인 사업을 하며 틈나는 대로 성당일 도왔다. 늘 바쁘게 살다가 가게가 정리되어 성당에 맘 편히 나갔으면 하던 소원이 이루어졌고, 이제 부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아쉬웠던 신앙생활을 채우고 있다. 문성욱 사무장은 여기서 용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모친도 세례를 받는 큰 수혜를 받았으니 남해성당이 보물단지가 되었다.

 

그들은 50주년 당시 본당 전체가 2박 3일로 가족캠프를 열었던 때를 기억하며 공동체의 따뜻한 온기를 떠올린다. 또 사랑채에서 매주 점심을 만들고 나누었던 코로나 전의 시간들도 그리워한다. 미사에 참례한 여행자들이 함께 밥을 먹고 기뻐하며 남해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긴 그때로 돌아가기를 기다린다.

 

 

친교의 신비, 돌봄의 공동체

 

이원태 신부는 코로나가 침투한 메마른 공동체 분위기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모로 계획을 세웠다. 가정방문을 계획하고 공동체 모임도 돌려놓으려고 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는 핑계를 만들어 안주하게 되고, 마을버스도 중단되니 신자가 줄고 기본적인 친교가 무너지게 되었다. 일상으로의 회복, 친교의 회복을 중요과제로 삼았다. 손편지를 써서 쉬는 교우에게 보내고, 봉성체는 정규적인 날 외에도 오고가는 길에 자주 기회를 갖고자 했다. 격주로 미조공소와 은점공소를 방문하는 날에도 오며가며 최대한 많은 봉성체를 행하여 한 명이라도 더 돌보려고 한다. 레지오 활동도 ‘돌봄’을 강조한다. ‘가진 바를 나누자’란 기치 아래 찾아가는 이웃 돌봄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사목위원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내려 했다. 신자가 아니라도 돌봐야 하는 이웃들에게 눈을 돌렸다. 남해군청을 찾아가서 복지사와 의논하고 어려운 사람을 발굴하여 반찬을 나누었다. 그러다 엄청난 쓰레기 더미 속에 생활하는 사람을 구제한 적도 있다. 집수리를 찾아서 해 주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행정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며 돕고 돕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해성당은 남해바래길 코스에 들어있는 장소다. 남해공소로부터 시작하여 이 자리를 지키며 남해지역의 역사를 한몫 담당하였기 때문이다. 성당 뜰을 걷는 읍내바래길 여행자들의 행복을 바라며 쁘레시디움별로 가꾸는 화단은 더 예쁨을 더한다. ‘고통의 성모’는 여행자들의 힘든 발걸음도 굽어보며 돌보신다.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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