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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묵주기도 학교: 영적 순례의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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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학교] 영적 순례의 마침
영적 순례의 시작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그다음에 이 세상의 다른 온갖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관련해서 보아야 함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옵니다.”(서울 광화문, 2014년 8월 16일)
이 말씀은 순교 정신이 점차 희미해지고, 신앙마저도 위로와 평안만을 찾는 수단처럼 여겨지기 쉬운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물음을 던집니다.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교회를 찾지만, 주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이 말씀에 기꺼이 목숨으로 응답한 순교자들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구원에 대한 확신,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의 응답이었습니다.
순교자의 원형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신앙을 지키고 있는가? 무엇을 가장 큰 희망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묵주기도의 마지막에 바치는 성모 찬송은 바로 이 물음 앞에서,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삶의 궁극적 목표로 삼겠다고 고백하는 기도입니다.
묵주기도 전체의 마침 기도로서의 성모 찬송
교회는 성모님을 단순히 공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성모님은 완벽한 기도자이시며, 교회의 표상이십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79항). 성모님은 가장 먼저 성부의 구원 계획을 믿고 받아들이신 분이시며, 지금도 교회의 자녀들을 당신 아드님께로 이끄시는 어머니이십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의 마지막에 바치는 성모 찬송은 성모님께 대한 사랑의 표현이면서도,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묵주기도에서 ‘성모 찬송’은 묵주기도 전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왜 묵주기도를 바쳤는지, 또 묵주기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밝혀 주는 매우 중요한 마침 기도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묵주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의 시야를 넓혀 교회의 모든 요구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교황의 지향을 위한 기도로 끝맺습니다. … 묵주기도를 드리며 성모님의 모성을 깊이 체험한 사람이 성모 찬송가(Salve Regina)나 성모 호칭 기도와 같은 뛰어난 기도문으로 동정 성모님을 찬미할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어찌 놀라운 일이겠습니까?”(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37항)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묵주기도의 끝이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개인의 기도를 교회의 기도로 넓혀 주는 자리임을 보여 줍니다.
성모 찬송: 성모님과 함께 계속되는 여정
이런 이유로 묵주기도의 마침은 한 가지 형식에만 고정되지 않고, 교회의 전통 안에서 여러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성모 찬송’을 바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성모 호칭 기도’나 ‘교황님의 기도 지향을 위한 기도’를 바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묵주기도가 개인적인 신심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보편 지향과 세상의 필요를 함께 품는 기도임을 드러냅니다. 묵주기도를 흔히 ‘성모 시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무일도의 끝기도가 마지막에 ‘성모 찬송’으로 마무리되듯이, 묵주기도 또한 ‘성모 찬송’으로 마침으로써 성모님의 보호와 전구 안에 자신을 맡깁니다.
영원한 생명
묵주기도 전체의 구조를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묵주기도는 우리가 믿는 바를 고백하는 사도신경으로 시작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성모 찬송의 마침 기도 안에서 그 목적을 드러냅니다.
“하느님, 외아드님이 삶과 죽음과 부활로 저희에게 영원한 구원을 마련해 주셨나이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이 신비를 묵상하며 묵주기도를 바치오니, 저희가 그 가르침을 따라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이 기도는 묵주기도의 핵심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우리가 묵주기도를 바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로 마련된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며, 그 열매인 영원한 생명을 청하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묵주기도는 영원한 생명을 향한 기도입니다.
이 점은 세례성사와도 깊이 연결됩니다. 세례 예식에서 예비신자들은 “여러분은 하느님의 교회에서 무엇을 청합니까?”라는 물음에 “신앙을 청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어서 “신앙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줍니까?”라는 물음에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라고 응답합니다. 이 대화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신앙생활 전체의 방향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신앙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희망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희망이 묵주기도의 중심 지향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의 마지막에 바치는 성모 찬송은 세례 때 고백한 신앙을 다시 기억하게 하고, 그 신앙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다시 청하게 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적 순례의 마침
성모 찬송은 왜 묵주기도 전체의 마침 기도인지를 잘 보여 줍니다. 이 기도는 단순히 성모님을 부르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성모님과 함께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궁극적 목적, 곧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의 마지막은 성모님께 대한 공경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공경은 언제나 그리스도께로 향합니다. 결국 성모 찬송은 묵주기도라는 영적 순례의 끝에서 이 기도의 의미를 다시 밝혀 주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며,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묵상의 끝에서 하느님께 영원한 생명을 청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모 찬송은 단순한 끝맺음이 아니라, 묵주기도 전체를 요약하고 완성하는 마침 기도입니다.
사도신경으로 시작된 신앙의 길은 성모 찬송 안에서 희망의 고백으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성모 찬송을 바칠 때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단지 기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걸어온 묵주기도의 순례를 마무리하며, 이 기도의 궁극적 목적이 영원한 생명에 있음을 다시 고백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9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0 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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