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1일 (화)
(백)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주인공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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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5:30 ㅣ No.7488

[가톨릭 교리] 주인공의 법칙

 

 

얼마 전 이종범 작가님과 방송을 촬영하며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많은 사람이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의 열망을 잃고,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엑스트라처럼 여기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으나, 점차 현실과 타인의 시선, 해야 하는 일들에 익숙해졌고, 어느새 꿈을 좇는 주인공보다는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는 엑스트라처럼 살아가게 된 듯합니다. 문제는 열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이 향하는 대상이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쉽게 변하는 가치들을 삶의 목표로 삼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데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아니라 남이 써 놓은 이야기 속 엑스트라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의 특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열망한다는 것입니다. 열망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수록 그 인물은 성장하고, 독자는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열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열망할 때 진정한 주인공이 될까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세상의 사물을 ‘사용해야 할 것(uti)’과 ‘향유해야 할 것(frui)’으로 구분했습니다. 돈과 명예, 성공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사용해야 할 대상입니다. 반면 하느님은 우리가 향유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며, 사랑과 진리도 그분 안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 질서를 뒤바꾸어 사용해야 할 것을 목적으로 삼고, 정작 하느님은 내 계획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깁니다.

 

성경 역시 이러한 삶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코헬렛은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 쾌락을 누린 한 임금의 입을 빌려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 1,2)라고 고백합니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마태 6,33)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세상의 것은 사용해야 할 것이지 우리의 마지막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순간 우리는 세상이 정한 기준 속에서 자신을 평가하며 살아가는 엑스트라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와 사랑, 진리와 같은 영원한 가치를 삶의 목표로 삼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께서 맡기신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됩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내가 무엇을 가장 사랑하고 열망하며 살아가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삶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가장 먼저 열망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단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참된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2026년 8월 9일(가해) 연중 제19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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