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4일 (금)
(홍)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주어진 의무를 해내려는 정신(통제의 이분법)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8-05 ㅣ No.1021

[레지오와 마음읽기] 주어진 의무를 해내려는 정신(통제의 이분법)

 

 

수다스럽게 지껄이는 젊은이를 보고 “이것 보게, 젊은이. 우리에게 귀가 둘, 입이 하나인 것은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라는 신의 뜻일세”라며 일침을 가했다는 그리스 철학자 제논은 사실 그 당시 엄청난 재산가였다. 그는 30세에 자기의 전 재산을 실은 무역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던 중 폭풍우를 만나, 겨우 목숨만 건진 채 아테네에 도착한다. 망연자실한 그에게 한 서점 주인이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고, 거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제논은 눈을 반짝이며 서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런 고결한 철학자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때 마침 당시 유명한 철학자가 서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서점 주인은 “저 사람을 따라가시오”라고 하였다. 그의 제자가 된 제논은 20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자기만의 철학인 스토아 철학을 창시한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난파)에 좌절하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나의 마음(이성)을 다스려야 한다’라는 걸 깨달은 제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난파를 당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인생의 항해를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누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집중해 마음의 평정을 얻고자 하는 것을 ‘통제의 이분법’이라 한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행복론이다. 실제로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생각, 판단, 선택 같은 내면은 어느 정도 내 통제 아래 있지만, 날씨나 타인의 평가, 과거나 미래의 결과, 운 같은 외부 사건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우연한 결과도 우리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심리가 있음을 증명한 실험이 있다.

 

 

우연한 결과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통제의 환상’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Ellen Langer)가 1975년 발표한 논문 ‘통제의 환상’에 실린 복권 실험에 따르면, 연구진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1달러짜리 추첨용 복권을 나누어 주었다. 이때 한 그룹은 자신이 직접 번호를 선택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연구진이 임의로 고른 번호를 주었다. 이후 추첨 전에 참가자들에게 복권이 매진되었다며 복권을 얼마에 되팔겠느냐고 물었다. 과연 두 그룹의 차이가 있었을까? 자신이 직접 번호를 고른 쪽은 원가 1달러의 4배에서 9배의 가격을 요구했고, 반면에 무작위로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2배 정도의 가격만을 요구했다. 복권 당첨은 순전히 운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내가 선택했다’라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복권 당첨 확률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이를 엘렌 랭어는 “결과가 운에 달려 있어도, 사람은 ‘기술이 개입하는 것 같은 단서가 있으면’ 자신이 결과를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라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직접 선택할 수 있거나, 익숙하거나, 경쟁 상황, 혹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듯한 상황이 되면, 기술이 개입한다는 느낌을 받고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유산으로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하던 50대 P형제는 외아들의 일탈로 가정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오자, 이를 종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영세하고 대부를 따라 입단하였다. 단원으로서 열심히 기도하고 활동도 따라다녔지만 아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고, 단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더 힘들어져 탈단하려 했다. 그러나 대부의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견디던 중,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심리상담을 하였고 이후 달라졌다. 

 

“상담을 통해 제가 부모의 과도한 통제 속에서 생각과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자라 늘 불안과 낮은 자존감으로 마음이 힘들었고, 그것이 아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대부님은 평가 없이 제 말을 들어 주셨고, 무조건적인 하느님 사랑을 강조하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제 아이에게는 독립성을 인정하여 스스로 선택하며 행동하게 하고, 저와 다른 단원들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에는 성경대로 살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저의 존재 자체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요즘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즐겁게 단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충성은 내 통제가 가능한 요소이지 않은가!

 

키케로(로마의 웅변가이자 인문학의 아버지)의 ‘궁수의 비유’가 있다. 궁수는 활시위를 당기기 전에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다. 화살의 종류를 선별하고, 활을 쏠 때 줄의 강도나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활 쏘는 기술을 닦는 것 등이다. 하지만 화살이 활을 떠나고 나면 궁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거나 과녁이 움직이는 등의 변수는 유능한 궁수도 어쩌지 못한다. 결국 궁수에게 과녁을 맞히는 것이 목표이긴 하나, 진정한 목표는 명중을 위해 통제 가능한 요인을 갈고 닦아 최선을 다하여 활을 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레지오 단원 생활 또한 마찬가지이다. 레지오는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하여 설립된 군대’(교본 23쪽)이다. 그리하여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교본 27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사인 우리는 레지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충성은 ‘주어진 의무를 해내려는 정신이 확고부동해야 하며, 지키기 어려운 의무이든 쉬운 의무이든 모든 일에 철저한 태도로 임’(교본 290쪽)하는 것으로 드러나야 한다. 충성은 내 통제가 가능한 요소이지 않은가! 

 

또한 레지오 단원은 모든 임무에 최선의 노력을 쏟되 그들의 활동이 직접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교본 61쪽 참조) 활동의 성공이나 실패가 의무에 대한 단원의 자세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즉 어떠한 내 외부적 위기에도 봉사는 지속되어야 한다(교본 34쪽 참조).

 

주회 참석이 부담되는가? 그렇다면 나는 훈련을 힘들어하는 군사로, 성모님의 군대가 오합지졸이 되는데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레지오의 심장인 주회합은 레지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보화의 곳간이며, 위대한 공동체의 수련 도장이기에, 주회합 참석은 레지오의 으뜸가는 의무이다(교본 113쪽 참조). 주회합 시간은 좋은데 활동이 부담되는가? 그렇다면 나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약하여 실전에서는 겁먹고 유약해지는 군인이 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도직 정신은 사도직 활동을 통해 향상되며, 활동 또한 순명하는 몸가짐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의무이기 때문이다(교본 115쪽 참조).

 

‘그대가 잘 달리기는 하나, 바른길에서 벗어나 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교본 114쪽)

 

[성모님의 군단, 2026년 7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