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8일 (목)
(녹)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성경자료

[구약]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죽음을 초월한 희망의 순례자 엘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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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9-17 ㅣ No.8650

[성경 속 희망의 순례자들] 죽음을 초월한 희망의 순례자 엘아자르

 

 

사도 바오로는 현세만을 위해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을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1코린 15,19 참조) 신앙인인 우리의 지평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현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초월한 것까지 포함합니다. 이런 넓은 지평으로 인해 신앙인의 선택은 종종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곤 합니다. 우리는 그런 놀라운 선택의 예를 성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엘아자르라고 하는 율법 학자의 선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가 살았던 시절은 셀레우코스 제국의 임금인 안티오코스 4세의 종교 박해가 있었던 기원전 2세기였습니다. 임금은 유다인들이 성전을 부정하게 만들고 율법을 실천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강제로 돼지고기를 먹게 하였고, 그것을 거부할 경우 사형에 처하였습니다. 당시에 뛰어난 율법 학자로 명망이 높았던 연로한 엘아자르도 이 박해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돼지고기를 먹이려 하자 그는 자진해서 형틀로 나아가며 돼지고기를 뱉어 버렸습니다. 사실 그에게는 이 위기를 벗어날 방도가 있었습니다. 그와 친분이 있었던 이교 제사의 책임자들이 임금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도록 강요받을 때 그가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준비할 것이니 다만 그것을 먹는 체하기만 하라고 권하였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한다면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켜온 율법의 전통과 젊은이들에게 나쁜 모범을 남기지 않겠다는 결의, 그리고 전능하신 분의 심판에 대한 의식은 기꺼이 죽음을 선택하도록 그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매를 맞아 죽어 가면서도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주님을 향해 그의 시선을 들어 올립니다. “거룩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주님께서는, 내가 죽음을 면할 수 있었지만, 몸으로는 채찍질을 당하여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마음으로는 당신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이 고난을 달게 받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십니다.”(2마카 6,30)

 

엘아자르의 마지막 기도에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희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바로 다음 장인 마카베오기 하권 7장에서 사후 생명과 부활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하느님께 끝까지 충실했던 의인이 받게 될 상급을 희망하였을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누릴 영원한 생명에 대한 그의 희망은 그가 현세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시선과 선택에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희망으로 그는 죽음의 고통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엘아자르처럼 우리도 영광의 주님을 만나 뵐 때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우리의 온 존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될 그때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처럼 더 이상의 고통과 수고가 없을 것이며, 우리의 생명은 하느님으로 온전히 채워진 참된 생명이 될 것입니다.(<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21항 참조) 이 충만한 친교가 바로 우리에게 약속된 행복입니다. 우리는 이 행복으로 초대받은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2025년 9월 14일(다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서울주보 4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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