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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건축칼럼: 삼위일체를 말하는 산비탈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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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6-12 ㅣ No.860

[건축칼럼] 삼위일체를 말하는 산비탈레 성당

 

 

4세기 아리우스파는 성부만이 시작이 없이 영원하고, 성자는 모든 피조물처럼 창조되어 태어났을 뿐이라 주장하며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했습니다. 이에 교회는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아리우스파를 단죄하고 니케아 신경으로 삼위일체의 신앙을 반포했으며, 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에서는 이를 확대하여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선포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리우스파는 동고트 왕국을 세우고 이탈리아를 지배하며 수도 라벤나에 그들의 중요한 성당들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동고트 왕국이 약해지자 동고트 왕국의 황제 테오도리크가 죽기 1년 전인 525년에 산비탈레 성당(Basilica of San Vitale)을 짓기 시작했고, 548년에 비로소 완공되었습니다. 건축으로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명확히 한 성당, 그것이 바로 산비탈레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증명하려는 듯 ‘3개’라는 모티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보면 돔 지붕의 아래에 두 층으로 된 아케이드가 서 있어서 전체는 세 개의 층으로 나뉩니다. 위아래에서 반원을 이루는 아케이드는 3개의 아치로 다시 나뉩니다. 그러나 이 3개의 아치와 아케이드는 더 큰 아치 아래에서 결합합니다. 이렇듯 삼위일체의 하느님은 나뉘지 않는 한 분이시라는 뜻입니다.

 

평면을 보면 8각형의 회중석, 그것을 에워싸는 7개 아케이드의 반원 공간, 또다시 그것을 바깥쪽에서 두르고 있는 주보랑 등 세 요소가 중심을 같이하며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제단은 길게 주보랑을 관통합니다. 그러나 주보랑은 제단으로 열려 있고 제단은 회중석에 접하고 있습니다. 제단 좌우에는 제의와 성경을 보관하는 방과,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는 방을 두었는데, 이는 성소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어떤 하나가 다른 둘에 포함되어 있다는 삼위일체의 상호내주(相互內住 perichoresis)를 이렇게 건물로 나타냈습니다.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면은 8각형인데 벽마다 세 개의 창문을 두었습니다. 이 창에서 들어온 빛은 하나가 되어 주보랑 위를 비추지만, 다시 세 개의 아치로 나뉩니다. 그러나 이 빛은 하나가 되어 성당 안 전체를 부드럽게 지배하며 내부의 모자이크를 아름답게 비춥니다. 제단 옆 북쪽 벽에는 세 명의 남자(천사)가 식탁에 앉아 아브라함의 환대를 받는 삼위일체 모자이크가, 남쪽 벽에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단에 바쳐지는 아벨과 멜키체덱의 희생을 성부의 손이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모자이크가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비탈레 성당은 벽, 기둥, 창, 지붕이라는 건축 요소와 빛으로 아리우스파의 논란을 종식하고 삼위일체 하느님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요한 14,11)는 말씀대로 세 위격이신 성부, 성자, 성령께서 하나의 실체이신 하느님이심을 1,500년 동안 세상을 향해 이렇게 힘차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1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서울주보 7면,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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