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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가톨릭 해양사목 10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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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8-17 ㅣ No.1265

가톨릭 해양사목 100년을 돌아보다


선원(船員)들 영적 지원하고 인권·복지 챙기는 ‘해양가족 돌보미’

 

 

-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 김현 신부와 해양사목회 회원들이 8월 5일 부산항 북항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그동안 부산 부두에 입항하는 외국인 선원들을 위해 사목했지만,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된 상태다.

 

 

가톨릭 해양사목(Stella Maris)이 2020년 활동 100주년을 맞았다. 해양사목은 항구에 입항하는 외국인 선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 활동이다. 모든 선원들은 전 세계 어느 항구에 입항하더라도 동일한 복지와 인권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해양사목의 기본 정신이다. 한국교회에는 부산·인천·수원교구에 담당 부서가 있다.

 

지난해 해양사목은 100주년을 기념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전 세계 해양사목을 주관하는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 이하 인간발전부)는 올해로 기념사업을 미뤘으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올해 역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해양사목을 가장 먼저 시작한 부산교구를 중심으로, 해양사목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본다.

 

 

해양사목의 태동

 

해양사목은 1920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지역 평신도들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상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선에 고용된 선원들만 수천 명에 달했다. 요즘과 달리 하역에 필요한 장비와 도구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한 번 정박하면 오랜 기간 항구에 머물러야 했다. 글래스고의 가톨릭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선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복지시설을 제공해 해양사목이 태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해양사목은 1920년 10월 4일 글래스고에서 첫 번째 해양사목 회의가 열리면서 정식 설립됐다. 1922년에는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공식 승인됐다.

 

전 세계 해양사목은 교황청 인간발전부에 소속돼 있다. 현재 41개국 300여 곳 부두에서 230여 명의 사목자가 선원들을 위해 사목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교황청의 제안으로 1978년 시작됐다. 교황청은 당시 부산교구에 공문을 보내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원들을 위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독일에서 해양사목 활동을 접한 박숙자(요세피나)씨를 중심으로 그해 6월 1일 부산교구 해양사목이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인천교구는 1988년 전 인천교구장 고(故) 나길모 주교의 요청으로 발족됐다. 1991년부터 왕주현 신부(예수성심전교회) 부임으로 사목활동이 시작됐다.

 

평택항을 교구 관할 지역내에 두고 있는 수원교구는 2017년 9월 15일부로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협의해 산하기구로 해양사목부 신설을 결정하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1년 부산교구 해양사목회가 선박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 제공.

 


주요 활동

 

해양사목은 외국인 선원들을 위해 선상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 등 영적 도움을 준다. 또 선원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상담을 진행한다. 쉼터를 운영하고, 배 축복식도 집전하며, 필요한 물품도 최대한 지원한다. 본당 사목회처럼, 해양사목회가 구성돼 원활한 배 방문과 영적·물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활동을 펼치는데, 선원의 가족을 위한 ‘해양가족 사목’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떠나 있는 선원을 기다리는 그 가족을 영적으로 돌본다. 사회에 만연된 ‘뱃사람은 거칠다’는 식의 잘못된 선입견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다. 현재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매월 셋째 화요일 오후 2시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 6층에서 해양가족 월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해양사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선원들은 항구에 정박하더라도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곧바로 돌아가야 한다. 바다 위 좁은 선상에서 수개월 동안 생활해야 하는 선원들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누적된 선원들의 신체·정신적 피로는 선원 자신뿐만 아니라 선박 운항의 안전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교회 해양사목은 코로나19로 모든 배 방문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사목은 묵묵히 역할에 충실한 선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해양사목 국제 공식 명칭 ‘바다의 별’로 통칭하기로 - 로고도 새로 제작

 

해양사목 100주년을 맞아 교황청 인간발전부는 해양사목의 국제 공식 명칭을 ‘바다의 별’(Stella Maris)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바다의 별은 해양사목의 주보성인인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는 호칭 중 하나다. 해양사목은 그동안 ‘해양사도직’(Apostleship of the Sea)과 바다의 별을 혼용해 사용했다. 아울러 인간발전부는 새 해양사목 로고(사진)도 제작해 배포했다. 지난 3월에는 교황청 우체국을 통해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 김현 신부 -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선원 도와주세요”

 

“선원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합니다. 최근 수에즈 운하 사고만 봐도, 선원들의 고충은 전 세계에 여파를 미칠 수 있습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을 맡고 있는 김현 신부(사진)는 코로나19 시대 선원들의 고충을 설명하며, 지난 3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벌어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를 예로 들었다. 사고로 인해 운하가 막히면서 세계 공급망이 마비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고충으로 인한 선원들의 판단 실수가 원인일 것이라는 조사 내용이 최근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보도됐다.

 

김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만 하는 선원들의 인권과 복지 문제를 걱정했다.

 

“해양 운수업이 호황이지만, 선원들에 대한 복지와 처우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선주들은 선원들의 백신 접종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 신부는 해양사목 활동에 신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바뀌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쩌면 1978년부터 외국인 선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해양사목이 그 시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부산교구 해양사목 표어가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로마 12,12)입니다. 선원들뿐 아니라 해양가족, 봉사자와 후원자에게 해양사목이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부산교구 해양사목은 코로나19 시대에도 희망을 전하기 위해 홈페이지(stellamaris.catb.kr)를 개선하고,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 문의 051-469-7658

※ 후원: 농협 301-0090-2199-11(예금주 천주교 부산교구 유지재단)

 

[가톨릭신문, 2021년 8월 15일, 우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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