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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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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동창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저와 동창 신부님은 1982년 같은 본당에서 함께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출발선에 섰지만, 두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달랐습니다. 신부님은 정해진 길을 반듯하게 걸어가는 성향이고, 저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성향이었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난 나그네는 두 길을 모두 갈 수 없기에 한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길을 다 걸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낯설고 새로운 길을 선택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길이 더 훌륭한가를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선택한 길을 얼마나 성실하게 걸었는지, 그리고 그 길에서 하느님의 뜻을 얼마나 충실하게 찾았는지가 중요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지와 사랑’에도 서로 다른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나르치스는 수도원에서 규칙과 학문, 절제와 성찰을 통해 진리를 찾습니다. 반면 골드문트는 수도원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며 사랑과 고통, 아름다움과 죽음을 체험하면서 삶의 진실을 배웁니다. 한 사람은 책과 규칙을 통해 배우고, 다른 한 사람은 만남과 체험을 통해 배웁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상대방에게서 발견합니다. 지혜만으로는 삶이 메마를 수 있고, 체험만으로는 삶의 방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두 길은 대립하는 길이 아니라, 더 깊은 진리를 향해 서로를 비추어 주는 길이었습니다. 신학생 때 본당 신부님께서는 저와 동창 신부님의 성향을 잘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동창 신부님에게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일과 첫영성체 교리를 가르치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자료를 정리하고,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일이 신부님의 성격에 잘 맞았습니다. 반면 제게는 여름 캠프에 함께하도록 하셨고, 주로 성당 밖에서 움직이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것이 제 성향에 더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된 후에도 우리는 걸어온 길은 달랐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주로 본당에서 사목하였고,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보았습니다. 신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공동체를 돌보고, 후배 신학생들을 가르치는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본당 사목을 8년 정도 하였고, 오랫동안 교구청에서 일했습니다. 새로운 사목을 기획하고 여러 단체와 사람을 만났습니다. 캐나다, 뉴욕, 달라스에서 지내며 해외 생활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은퇴에 관한 생각도 다릅니다. 동창 신부님은 정해진 나이까지 사목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정해진 나이보다 조금 일찍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방식도 다릅니다. 동창 신부님은 혼자 식사를 준비하고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보니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같은 날 신학교에 들어왔고 같은 사제의 길을 걸었지만,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은 이처럼 다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고 기도하며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는군요.” 그들은 신앙생활의 기준을 단식과 규칙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신앙의 중심이 규칙의 횟수나 외적인 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기뻐해야 하고, 신랑을 빼앗길 때에는 단식하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포도주는 아직 발효 중이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고 팽창합니다. 낡고 굳어진 가죽 부대에 넣으면 부대가 터지고 포도주도 쏟아집니다. 새 포도주를 담으려면 부드럽고 유연한 새 부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새 포도주는 무엇이겠습니까? 새 포도주는 새로운 성격이나 특별한 재능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것만이 새 포도주도 아닙니다. 오래된 전통을 버리고 새롭게 행동하는 것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새 포도주는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열정이며, 예수님을 향한 사랑입니다. 복음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웃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살아 있는 믿음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일을 하여도 사랑이 없다면 낡은 포도주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된 전통과 규칙을 지키더라도 그 안에 사랑과 열정이 있다면 언제나 새 포도주가 될 수 있습니다. 새 포도주를 담는 새 부대는 열린 마음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걸어보지 않은 길에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믿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은사와 사명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필요했고, 골드문트는 나르치스가 필요했습니다. 저에게는 동창 신부님과 같은 성실함과 반듯함이 필요하고, 동창 신부님에게는 제가 걸어온 새로운 길과 다양한 체험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가정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르며, 신앙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담아야 할 포도주는 하나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정, 예수님에 대한 사랑, 이웃을 향한 자비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판단하기보다 서로의 은사를 인정할 때, 우리 공동체는 새 포도주를 넉넉히 담을 수 있는 새 부대가 될 것입니다. “무릇 관리인에게 요구되는 바는 그가 성실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여러분에게 심판을 받든지 세상 법정에서 심판을 받든지, 나에게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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