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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상처와 논쟁을 넘어 교회의 스승으로 남은 교부, 강철같은 사람 오리게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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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상처와 논쟁을 넘어 교회의 스승으로 남은 교부” 강철같은 사람 오리게네스 ②
지난 호에서 우리는 알렉산드리아의 젊은 스승 오리게네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순교자 아버지 레오니다스의 신앙을 기억하며 자랐고, 젊은 나이에 알렉산드리아 교리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아다만티우스’, 곧 ‘강철같은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강함은 완고함이 아니라, 말씀을 향한 사랑과 신앙을 위해 끝까지 버티는 끈기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의 생애 후반부, 곧 카이사리아 시절의 오리게네스를 살펴보려 합니다.
오리게네스의 삶은 알렉산드리아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교회 안의 갈등을 겪으며 자신이 오랫동안 활동했던 알렉산드리아를 떠나게 됩니다. 중요한 계기는 사제 서품 문제였습니다. 오리게네스는 팔레스티나의 카이사리아에서 사제로 서품되었는데, 이 일이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주교와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그는 알렉산드리아를 떠나 카이사리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랑하던 자리를 떠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아픈 일입니다. 오리게네스에게도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는 일은 큰 상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상처 속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카이사리아에서 그는 다시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고, 글을 쓰며 많은 사람을 신앙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보여 줍니다. “신앙인은 상처가 없어서 강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 속에서도 말씀을 붙드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카이사리아 시절의 오리게네스는 더욱 깊어진 말씀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을 연구하고 해설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방대한 성경 본문 비교 작업인 『헥사플라』도 그의 열정을 보여 줍니다. 그는 성경을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역과 본문을 비교하였습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아도 놀라울 만큼 치열한 작업이었습니다. 그에게 성경은 교회의 믿음을 지탱하는 기둥이었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오리게네스는 또한 신앙을 변호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이들은 신자들을 어리석고 무식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이성적이지 않다고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리게네스는 『켈수스 반박』이라는 책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을 차분히 변호했습니다. 그는 신앙이 이성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참된 신앙은 진리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이성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기에, 신앙 안에서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분께서는 지금도 이러한 고발들 앞에서 침묵하시며, 당신을 변호하기 위해 한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분의 참된 제자들의 삶이 그분을 대신하여 말합니다. 그들의 삶은 그분을 위해 큰 소리로 증언하며, 어떤 거짓 증언보다도 더 강력합니다. 그리고 그 거짓 증언들과 고발들을 반박하고 무너뜨립니다.” - 오리게네스, 『켈수스 반박』 I, 서문, 2항.
이 말은 단순하지만 깊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말재주나 지식만이 아닙니다. 복음대로 살아가는 신자들의 삶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비판할 때, 우리가 아무리 많은 말로 설명해도 우리의 삶이 복음과 다르면 그 말은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부족하더라도 진심으로 그리스도를 따르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섬기며 살아간다면 그 삶 자체가 그리스도를 증언합니다.
물론 오리게네스를 말할 때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는 초기 교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경학자요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논쟁적인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사상 가운데 일부는 후대 교회 안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영혼의 선재, 만물회복에 대한 생각, 삼위일체를 설명하는 일부 표현 등은 교회의 신앙과 온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를 무조건 따라야 할 완성된 스승으로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없습니다. 오리게네스에게서 우리는 성경을 사랑하는 마음, 신앙을 깊이 이해하려는 열정, 어려운 질문 앞에서도 진리를 찾으려는 용기를 배웁니다. 그는 완전한 답안지가 아니라, 초기 교회가 어떻게 진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질문했는지를 보여 주는 인물입니다. 그의 위대함과 한계를 함께 볼 때, 우리는 더 성숙하게 교회의 전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의 생애 마지막도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데키우스 황제 때 박해가 일어나자, 오리게네스는 신앙 때문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는 그 고통 속에서도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곧바로 순교한 것은 아니었지만, 박해의 상처는 그의 몸에 깊이 남았고, 그는 얼마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교자의 아들로 시작된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 고통 속에서 신앙을 증언한 삶이었습니다.
‘강철같은 사람’ 오리게네스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분명합니다.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상처를 받아도 말씀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말만이 아니라 삶으로 신앙을 증언해야 합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참된 제자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를 변호하는 작은 증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리게네스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깊은 가르침일 것입니다.
[2026년 9월 13일(가해) 연중 제24주일 가톨릭마산 4-5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청년사목위원장)] 0 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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