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 (화)
(녹)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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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속 숨겨진 보물 이야기: 사제와 교우 간의 따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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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4:28 ㅣ No.2051

[역사 속 숨겨진 보물 이야기] 사제와 교우 간의 따뜻한 사랑

 

 

조선 천주교회는 1784년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이후 오랫동안 박해 시기를 겪었고, 신앙 선조들은 산간벽지로 숨어 들어가 교우촌을 이루면서 종교 자유가 올 날을 기다렸습니다. 전라도 지역에도 교우촌은 일찌감치 생겨났습니다. 전라도 교우촌은 1789년 윤지충의 권유로 천주교에 입문했던 동생 윤지헌(1764-1801)이 1791년 형의 순교로 폐족(廢族)이 되면서, 고향 진산을 떠나 고산현의 운동면 저구리로 이주하면서 시작됩니다. 그후에도 계속되는 박해를 피해 많은 교우들이 산세가 험준한 고산 교우촌으로 이주해 살면서 천주교 신앙을 실천하며 지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지켜낼 수 있다면, 그 어떤 불편함이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던 신앙 중심의 고산 교우촌의 전통은 종교의 자유가 찾아올 무렵, 즉 1880년대에는 교회 재건 작업의 주요 거점 지역이 됩니다. 또한 고산 교우촌은 박해 앞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순교의 길을 걸어갔던 선배 신앙인들의 삶을 잘 알고 있었기에, 1890년대에는 동학도뿐 아니라 이 시기에 생겨난 여러 단체와 조직들까지도 신자들을 괴롭히며 탄압했음에도 굳건히 신앙을 지켜냈습니다. 이처럼 고산 교우촌 신자들의 삶과 신앙은 개항기 이후 전라도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의 신앙의 중심지요 요람이 됩니다.

 

특히, 교회와 사제를 사랑하는 고산 교우촌 신자들의 모습에 당시 그 지역의 선교 사제였던 라푸르꺄드 신부님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라푸르꺄드 신부님은 1888년, 고산 지역에 1년 동안 머물면서 고산 이외의 지역을 맡아서 사목하다가 장티푸스로 선종하셨는데, 고산 지역과 주변의 교우들과 짧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서한에는 선교사제로서 고산 교우촌 교우에 대한 간절한 사랑과 감동의 마음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우리 교우들의 신부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교우들은 제가 모두 포기하고 이곳에 온 이유가 오직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인지하며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여 저도 헤어질 때가 되면 가슴이 터질 듯이 아픕니다! 이 벅찬 느낌을 억누르기 어려웠던 적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제가 마을을 떠나야 할 시각이 다가오면, 가엾은 교우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형제들은 인근 마을 산등성이까지 따라와서 배웅했으며, 자매들은 먼발치서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 순간 울컥거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가엽게도 이분들은 사제를 1년에 단 한 번, 그것도 비밀리에만 볼 수 있습니다. 사제가 떠나고 나면 교우들만 남게 되니, 이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임종의 순간이 와도, 영적 도움을 줄 사제가 그들 곁에 없습니다. 죽음은 언제나 그들 곁에 있고, 그들을 슬픔에 빠뜨립니다. 그럴 때 그분들은 위안을 얻으려고, 이 공소에서 저 공소로 뛰어다니며, 성체를 한 번이라도 더 받아 모시려고 합니다. 어찌 이분들에게 그 마지막 위로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1)

 

이 서한은 1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실행하던 정례적인 공소 방문을 마친 후 선교사제와 공소 교우들이 헤어질 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선교사제와 교우들의 영적인 우정과 사랑의 마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서한 속 내용에는 공소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신부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눈물로 보내는 교우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신부님이 떠나가는 길을 산 너머에까지 따라가서 배웅하는 교우들의 사랑 또한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한 라푸르꺄드 신부님은 자신의 사목 보고서에 글로 기록해 놓았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영적인 도움을 갈망하는 교우들의 마음과 선교사제와의 영적인 우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제와 교우 간의 따뜻한 우애는 오늘날, 우리 교회가 다시금 성찰하고, 간직해야 할 좋은 덕목이라 생각해 봅니다.

 

1) Lafourcade à Mgr, 1888

 

[2026년 8월 23일(가해) 연중 제21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강석진 요셉 신부(개갑장터 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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