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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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13: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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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5:15 ㅣ No.7529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13) 제비꽃


고개 숙인 키 작은 보라색 꽃, 성모의 겸손 닮았네

 

 

성서와함께 제공

 

 

지난 글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을 앞두고 성모님을 상징하는 백합에 관해 이야기했다. 주님 탄생 예고를 그린 회화 작품에 마리아의 순결을 나타내는 흰 백합이 종종 등장한다고 언급했는데, 그 자리에 다른 꽃도 있었던 모양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가브리엘 천사가 하느님의 계획을 전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하늘로 돌아가려는 순간, 마리아의 방 창문 앞에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마리아가 정말 좋아하는 꽃인가 보구나.’ 천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제비꽃을 축복한 다음 그 꽃에 마리아의 겸손한 마음을 닮은 은은한 향기를 불어넣었다.

 

높이가 10㎝ 내외에 불과한 자그마한 제비꽃은 키 큰 식물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묻히기 쉽고 외형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겸손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성경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구절은 없으나, 그리스도인들은 작지만 당찬 제비꽃의 모습에서 마리아의 수수한 아름다움과 겸손을 떠올리고, 하느님의 계획에 평생 순종한 성모님의 믿음과 인내를 묵상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못 박히신 십자가가 땅에 그림자를 드리우자 그 자리에 보라색 제비꽃이 피었는데, 꽃이 큰 슬픔에 잠겨 고개를 떨구었다고 한다. 실제로 제비꽃은 꽃줄기 끝 부분이 아래를 향해 휘어지면서 꽃이 옆을 향해 피어 마치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비꽃은 흰색·노란색 등 다양하지만, 보라색이 가장 대표적이다. 푸른 기운이 강하게 도는 진한 보라색을 ‘바이올렛’이라고 하는데, 제비꽃속이라는 뜻의 라틴어 비올라(Viola)에서 유래한 단어다. 보라색은 빨간색의 집중력과 에너지, 파란색의 차분함과 명료함을 모두 담고 있는 오묘한 색으로, 가톨릭교회에서는 참회·슬픔·애도를 상징한다.

 

한편 흰색 제비꽃은 이탈리아 산 지미냐노의 성녀 세라피나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세라피나는 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몸이 아파 병상에 누워 지내면서도 자기보다는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하며 기도했다고 한다. 겨우 열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녀가 누워있던 나무판에서 시신을 들어 올리자 그곳에 흰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려한 장미 같은 사람도 아름답지만, 하느님께서 정말 예뻐하시는 이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일하는 제비꽃 같은 사람이 아닐까.

 

[가톨릭평화신문, 2026년 8월 16일, 신지현 소피아(「기도의 정원」 옮긴이, 통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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