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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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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간직한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은총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선포된 이 말씀처럼, 생명의 물은 만물을 살리고 되살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축복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공동의 집 지구와 대한민국의 대지는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흘러야 할 강은 댐과 보로 막혀 유독성 녹조로 몸살을 앓고, 온갖 생명의 터전인 얼마 남지 않은 갯벌은 개발과 신공항 건설이라는 명분 아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 수많은 피조물이 터전을 잃고 죽어 가며, 우리 사회의 약하고 가난한 이웃들이 가장 먼저 희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는 피조물 전체의 신음이며,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다시금 겸손히 되새기게 됩니다. 첨단 산업과 전력 공급이라는 명분 속에 핵발전소 신설이 추진되고, 고준위 핵폐기물의 위험이 미래 세대에 전가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수십만 년(약 24만 년) 동안 치명적인 독성을 띠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할 처분장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그 위험은 미래 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끝없는 성장과 개발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 믿어 온 오만과 위험한 삶의 방식이 가져온 비극적 결과입니다. 인류 문명이 이룬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으나, 동시에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절체절명의 기후위기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 생명을 살리는 움직임에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희망과 상생의 사회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길에 더 늦기 전에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를 기쁘게 초대합니다.
2026년 온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맞이하는 ‘창조시기’의 주제는 바로 “생명수”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 자신을 당신의 생명수에 온전히 담그도록 초대하십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에게서 오며, 생명을 창조하시고 돌보시는 하느님의 뜻은 공동 상속자인 자녀들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하여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에 대한 접근권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30항)임을 엄숙히 선언하셨습니다. 오염되고 파괴된 생태계의 물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고발하며,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치를 경제적 비용으로만 환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녹조 낀 강물이 스스로 정화되도록 흐름을 트고, 태양과 바람으로 얻는 재생에너지와 병립할 수 없는 핵발전소의 증설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상생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불공정을 바로잡고,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생명을 중심에 놓는 정의로운 대전환을 이루고자 성찰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진지한 대화와 결단이 간절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생태 사도’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이 소명을 증명해야 합니다. 손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일회용 소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나누고 절제함으로써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삶의 기쁨을 선택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불필요한 탐욕을 비워 낼 때 생명이 더 환하게 꽃피울 수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 공동체부터 먼저 생태적 회개를 이루어야 합니다. 물이 흐르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나듯, 본당과 교구, 가정이 생명 중심의 공동체로 거듭나, 우리 사회가 생명을 모든 가치의 위에 두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와 위정자들께서 단기적인 경제적 실용성을 넘어, 우리 사회가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전환될 수 있도록 능동적인 기후·에너지 정책을 펼쳐 주시기를 마음 모아 권고하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하느님에게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이 우리 사회와 온 세상에 흘러들어 참된 생명과 참평화를 이루어 주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2026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0 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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