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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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미술: 김기창(베드로, 1913~2001)의 예수의 생애(195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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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 미술] 김기창(베드로, 1913~2001)의 예수의 생애(1952~53)
성(聖)미술은 복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내적 영성을 높이고 거룩한 전례 참여를 이끄는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점점 교회의 신앙적 체험을 넘어 교회의 진리와 말씀을 사회와 연결하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그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혼란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김기창(베드로) 화백님은 6·25 전쟁으로 혼란한 사회에서 고통받고 있었던 국민을 《예수의 생애》 연작으로 위로하고자 했습니다.
김기창 화백님은 어렸을 때 앓은 열병으로 청력을 상실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는 아들을 그림의 세계로 이끌었고, 훗날 그 아들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합니다. 김기창 화백님은 어머니를 따라 개신교회에서 신앙을 키웠지만, 막내딸이 하느님께 헌신하는 길을 택하여 ‘사랑의 선교 수녀회’에 입회하자 1985년에 ‘베드로’ 세례명을 받고 가톨릭 신앙인으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예수의 생애》는 성모영보부터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까지 총 30점으로 구성된 연작으로 예수님을 조선인으로 설정하고 조선을 배경으로 한국적 미감으로 표현하여 성미술의 토착화를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습니다. 〈성모영보〉에서 선녀가 실 잣는 물레 앞에 앉아 있는 양반가의 정숙한 규수에게 수태를 고지하고 있고, 예수님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누런 소가 있는 외양간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은 사극의 한 장면처럼 한복 입고 갓을 쓴 양반들이 사랑채에 모여서 집회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조선인으로 재탄생된 예수님은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모두에게 매우 친근감을 느끼게 하여 그분이 받은 박해와 고통이 우리 민족이 겪어 왔던 수난처럼 받아들여져 그리스도교에 대해 친밀한 감정을 더 높여 줍니다.
《예수의 생애》 총 30점을 연속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림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높고 18세기 신윤복의 풍속화처럼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비단에 고운 채색, 섬세한 묘법, 풍속화적인 구성이 장식성을 강화하고 있어 예수님의 수난이 희석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수의 생애》는 6·25 전쟁 중에 그린 작품입니다. 김기창 화백님이 전쟁 중에 장식성을 중요하게 고려했을까요? 김기창 화백님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6·25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고 싶은 강한 열망을 국민과 공유하길 원했습니다. 김기창 화백님은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어느 날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는 꿈을 꾸었는데 깨어보니 손에 화필을 들고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화필이 예수님의 시신과 동일성을 가질 정도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깊이 감정 이입하셨습니다.
《예수의 생애》 연작은 1954년에 《김기창 성화전》 제목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이것은 순수한 종교적 성화이자 동시에 전쟁의 고통을 겪는 국민을 위로하는 시각적 징표로서 종교에서 사회적 소통으로 확장된 20세기 성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 26일(가해)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서울주보 7면, 김현화 베로니카(숙명여자대학교 교수)] 0 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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