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화)
(녹)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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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도서: 손절사회, 손익계산이 된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의 시대에 대한 탐구 · 말하지 않고 말하기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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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07:21 ㅣ No.182

[K톨릭: 도서] 《손절사회, 손익계산이 된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의 시대에 대한 탐구》 · 《말하지 않고 말하기》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손절의 시대, 경청의 사목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사목 헌장〉 62항은 사목과 관련해서 신학 원리뿐만 아니라 일반 학문, 특히 심리학과 사회학의 발견을 활용하여, 신자들을 더 순수하고 원숙한 신앙생활로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늘날 한국 사회를 심도 있게 고찰한 사회학자 이승연의 《손절사회, 손익계산이 된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의 시대에 대한 탐구》(어크로스, 2026)는 교회가 사목 차원에서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주목해야 할 지점들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젊은 세대가 외로워하면서도 깊이 있는 관계에서 도피하는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일상의 많은 것들을 정신 건강에 대한 위협이나 치유의 측면에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몸에 상처가 생기면 환부를 도려내고 소독을 한 후에 병원균의 침투를 막듯이, 일상 안에서 누군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가 자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손절의 문화가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직장이나 가족 안에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생기면 손절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 덕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애써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손익을 따지고, 손해라고 판단되면 즉시 손절하는 것이 미덕이 되었습니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젊은이들의 노력 부족에서 찾으려는 시선을 경계합니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고통스럽고 불편한 관계마저 끌어안을 여유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손절은 관계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사목의 관점에서 본다면 손절이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연대와 사랑의 신앙 가치를 전하는 것은 막막해 보입니다. 결론에서 저자는 손익을 따져서 타인과 관계를 손절하고 “나는 특별하다.”고 끊임없이 되뇌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로 대하는 타인의 경청하는 눈빛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목소리에서 시노드 정신에 따른 경청을 강조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게 됩니다. 신앙을 가진 우리는 하느님과 예수님의 관계 안으로 젊은이들을 초대해야 합니다. 손절 문화 안에서 고통을 외면하는 데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자신을 경청해 주는 누군가로 인해 하느님 안에서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고통의 의미를 바라보게 된다면, 그 지점에서 진정한 돌봄의 사목이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청의 중요성을 인간관계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면 《말하지 않고 말하기》(김정운, 21세기북스)를 추천합니다. 문화 차원에서 사람들의 욕구가 기술을 진화시키고 기술 진화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현대지성)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6년 6월 14일(가해)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4면, 한창현 모세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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