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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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표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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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신약 성경] 표징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
요한 복음의 전반부(1-12장)를 흔히 표징의 책이라고 하고 이 부분에 기록된 표징이 일곱 개라는 것을 헤아리지만, 복음서 저자는 스스로 예수님의 표징들을 모두 기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2장에서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표징을 이야기하고는 성전 정화에 대해 말할 뿐인데, 그다음에 바로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분께서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고 그분의 이름을 믿었다”(요한 2,23)라고 하니까요.
첫 번째 표징인 카나의 혼인 잔치에 관한 본문은, 천천히 읽어 보면 많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고, 복음의 다른 장면들과도 색깔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복음을 읽으면서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예수님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왜 표징을 보여주신 걸까요?
교과서 같은 설명을 좀 벗어나 보겠습니다. 보통은 요한 복음 1-12장을 표징의 책이라고 하고 13장 이후를 영광의 책이라고 하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때가 그분의 영광이 드러나는 때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은 2장에서도 그분의 영광을 본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요한 복음 1,14에서도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라고 했습니다). 그 영광은 누가 보았을까요? 기적을 직접 겪은 것은 물을 떠온 사람들입니다. 80리터 이상 되는 물동이가 여섯 개였으니 상당히 많은 물을 길어야 했을 텐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했다는 말도 없고, 포도주의 양도 엄청난데 그런 놀라운 일을 보고서도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말이 없습니다. 영광을 보고 믿었다면 ‘그들’이 믿었어야 할 것 같은데, 복음서는 그들이 아니라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라고 말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탈출기에서도 표징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집트 땅에서”(탈출 7,3), “그들[이집트인들] 한가운데에”(탈출 10,1), “그들[이집트인들]에게”(탈출 10,2) 표징을 일으키십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이 하느님을 믿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주님임을 너희가[이스라엘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탈출 10,2).
요한 복음에서, 표징에 대한 말씀들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예수님께서는 그들 앞에서 그토록 많은 표징을 일으키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다.”(요한 12,37)라는 마지막 결론입니다. 모세 때에 이집트인들이 강력한 표징들을 보고도 믿지 않았던 것처럼,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요한 1,10). 하지만 그분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요한 1,12). 어쩌면 표징은, 표징을 행하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표징을 보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는, 표징을 눈앞에서 보고서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이들과 그 표징에서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요한 1,14)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드러납니다. 복음을 읽는 오늘의 우리도 영광을 알아보고 믿음에 이를 수 있도록 비추어 주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6년 5월 31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0 22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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