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7일 (금)
(자)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손을 벗어나셨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복음의 본보기 하느님의 종 김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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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26 ㅣ No.2512

[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복음의 본보기 하느님의 종 김사범(?-1866)

 

 

모처럼 휴가를 내어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자유를 누려 봅니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요. 먼저 맛집 검색을 시작합니다. 조회 수와 리뷰 수를 확인하고, 평가도 꼼꼼히 읽어 본 뒤 소문난 식당으로 향합니다. 각종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과 유명인들의 사인으로 도배된 식당 앞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입장합니다. 그래서 그 식당 음식 맛이 어땠냐고요? 음… 주님께서는 썩 좋지 않은 경험마저도 당신의 선을 위해 쓰실 것입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용해하기보다, 누군가가 욕망하는 것을 보고 그 욕망을 모방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은 그것이 정말 필요하거나 꼭 갖고 싶어서라기보다 누군가가 그것을 원한다는 사실에 끌리는 마음(모방, mimesis)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것을 따라 하면서 우리는 과연 진정 원하는 곳에 가까이 가고 있을까요. 끊임없는 비교와 우위를 통해 행복을 구하려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축배를 들기 위한 달콤한 잔을 원하지만, 주님께서는 부활의 영광으로 가기 위한 수난을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세상에는 욕망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복음을 따라 사는 본보기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종 김사범의 삶은 복음적 본보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청주 양반 가문 여섯 형제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박해를 피해 충남 온양 방아사골로 이주했습니다. 투병하던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고 손수 약을 달여 지극정성으로 돌본 효자였고 동생들의 빚을 갚아 주었다는 전승도 남아 있습니다. 1860년대 초 병인박해의 전운이 감돌던 시기, 다블뤼 주교가 방아사골로 숨어들어 약 3년 머물렀을 때 주교는 김사범을 회장으로 임명하고 복사로 봉사하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김사범은 집을 내어 주어 피신한 주교와 리델 신부 등 선교사제들이 머물 수 있도록 했고,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비밀을 지켰습니다. 그를 신문하던 포교마저 “감사범이 죽는 것이 아깝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1866년 가을, 관헌에게 붙잡힌 감사범은 마음에 약해져 배교하고 석방됩니다. 하지만 곧 배교를 뉘우치고 다시 순교를 결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졸들에게 다시 체포된 그는 수원 유수부에서 다블뤼 주교를 모시고 있던 사실을 거짓 없이 자백한 뒤, 태장 수백 대를 맞고 “예수, 마리야!”를 크게 외치며 순교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따라 하고 싶은 ‘욕망의 본보기’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십자가 앞에서 인간 욕망의 민낯은 드러납니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오히려 ‘복음의 본보기’들은 더 빛나고, 우리 삶을 ‘살 맛 나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욕망의 본보기’를 좇는 사람으로 멈추지 않고, 서로를 위한 ‘복음의 본보기’가 되어 가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하느님의 종 김사범

저희가 욕망을 따라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삶으로 복음을 드러내는 본보기가 되게 하소서.

 

[2026년 3월 22일(가해) 사순 제5주일 수원주보 4면, 백정현 요셉 신부(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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