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3일 (금)
(자)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니, 그분을 사랑해야 한다.

전례ㅣ교회음악

신앙과 음악: 수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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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3-12 ㅣ No.3618

[신앙과 음악] 수난곡

 

 

사순 시기 전례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복음 선포 가운데 하나가 ‘주님의 수난기’입니다. 교우들은 주님 수난 성지주일 전례와 성금요일에 선포되는 수난기를 듣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수난의 길에 동참합니다.

 

수난기는 다른 전례의 복음 선포와 달리, 사제가 혼자 낭독(또는 노래)하여 선포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예수 · 해설 · 군중의 역할을 나누어 입체적으로 낭독하거나 노래로 선포됩니다. 이는 수난기를 ‘극적으로 꾸미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복음의 장면을 더 또렷이 드러내어 전례에 참여한 교우들이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고 묵상하도록 돕는 전통적 방식입니다. 전례 안에서 수난기가 이처럼 입체적으로 선포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앙 행위이며, 여기에 덧붙여진 선율은 복음 선포와 묵상을 돕는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수난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소재로 한 교회 음악입니다. 그 핵심에는 복음서에 제시된 ‘주님의 수난기’가 있고, 여기에 공동체가 드리는 신앙의 응답과 묵상이 더해지면서 ‘수난곡’이라 불리는 다양한 음악 형태가 탄생했습니다. 말씀의 서사가 흐르는 사이사이에 합창이 더해지고, 군중의 외침과 같은 집단적 대목은 합창으로 강조되며, 어떤 장면들은 더욱 깊은 묵상으로 이끌 수 있는 음악이 사용됩니다. 그 결과 수난기 선포는 전례 안에서 고유한 자리와 기능을 지키는 한편, 전례 밖에서는 감상 · 교육 · 묵상을 위한 ‘작품’ 형태의 수난곡으로도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음악의 거장 바흐는 두 편의 수난곡(마태오 BWV244, 요한 BWV245)을 남겼습니다. 특히 ‘마태오 수난곡’은 마태오 복음 26–27장의 수난기를 중심으로, 피칸더의 시로 된 합창과 아리아가 더해져 수난 사건의 의미를 신학적 · 정서적으로 넓혀 줍니다. 또한 이중 합창 · 이중 관현악 편성은 한쪽이 장면을 제시하면 다른 쪽이 받아 응답하듯, 말씀에 대한 공동체의 고백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틀로 작동합니다. 큰 합창은 우리를 수난의 길로 초대하고, 아리아는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며, 다시 합창은 공동체의 기도로 우리를 모읍니다.

 

마태오 수난곡은 연주 시간이 약 3시간에 이르는 대규모 작품이기에, 전체를 한 번에 듣기보다 처음에는 몇 대목으로 나누어 듣기를 권해 드립니다. 이 작품은 복음서 수난 서사를 중심으로 여러 합창과 아리아가 배치되어, 사건의 전개와 그에 대한 공동체의 응답이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따라서 각 곡의 가사(텍스트)를 함께 살피며 듣는다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제54곡 오 피와 상처로 가득한 머리여

오 피와 상처로 가득한 머리여,

고통과 조롱으로 가득한 머리여!

가시관으로 조롱을 받으며 묶이신 머리여!

한때는 지극한 영광과 아름다움으로 찬란히 꾸며졌

던 그 머리께서, 이제는 심한 모욕을 당하시니

그럼에도 저는 당신께 인사 올립니다. 

 

[2026년 3월 8일(가해) 사순 제3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김재근 대철베드로 신부(백석동 협력사목,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그레고리오 성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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