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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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청주 진영 순교지 함께 품은 이웃, 청주교구 서운동본당과 청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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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14:05 ㅣ No.2488

[일치 주간 특집] 청주 진영 순교지 함께 품은 이웃, 청주교구 서운동본당과 청주제일교회


순교 정신으로 하나 된 두 교회, 그리스도 사랑 안에서 일치 이루다

 

 

교회는 매년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25일까지를 일치 주간으로 지낸다. 이 시기 동안 다양한 교파의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완전한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한다. 일치 주간을 맞아 병인박해 시기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장소를 함께 가꾼 청주교구 서운동본당(주임 김상수 블라시오 신부)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청주제일교회(담임 이건희 목사, 이하 제일교회)의 인연을 소개한다.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13번길 15 일대는 청주읍성 순교성지 중 하나인 청주 진영 순교지다. 진영은 조선시대 군대가 주둔하던 관청으로, 청주 진영은 1866년 병인박해 이후 청주를 넘어 충청도 등지에 거주하던 신자들의 체포를 주도했다. 이곳에서는 복자 오반지(바오로)를 비롯해 하느님의 종 김준기(안드레아), 최용운(암브로시오), 전 야고보 등이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땅에는 성당이 아닌 개신교 제일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더구나 교회 뒷마당에는 청주 진영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 정원’이 조성돼 있다. 어째서 개신교회 부지에 천주교 순례지가 있을까. 답은 제일교회의 역사와 서운동본당, 제일교회가 함께해 온 일치를 위한 노력에 있다.

 

- 1월 8일 청주제일교회 ‘순교 정원’에서 이건희 목사(오른쪽)와 청주교구 서운동본당 순교자현양회 조지영 회장이 정원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천주교 순교 역사를 품은 개신교회

 

제일교회의 뿌리는 1904년 미국에서 온 민노아 선교사가 세운 청주읍교회다. 민 선교사는 이곳이 가톨릭 신자가 순교한 ‘거룩한 땅’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 1905년 이곳으로 교회를 옮겼다. 설립자의 의지는 현재까지도 제일교회에 이어져 오고 있다. 이건희 목사는 “민 선교사님의 뜻은 지금도 교인들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며 “제일교회는 천주교 순교자들의 피가 씨앗이 되어 자라고 피어난 교회”라고 설명했다.

 

교파를 떠나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고자 하는 서운동본당과 제일교회의 의지는 순교 정원 합작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청주읍성 순교성지를 관할하는 서운동본당이 2021년 초부터 시작한 성지 정비사업이 계기가 됐다. 사업 이전까지 정원 터에는 순교지임을 알리는 표지판만이 놓여있었다. 이에 당시 본당 주임 김웅열 신부(토마스 아퀴나스·청주교구 원로사목)가 이곳을 성지다운 곳으로 개선하기 위해 제일교회 측에 협조를 청했고, 교회 의결기관인 ‘당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를 찬성했다.

 

제일교회는 실제 순교지로 추정되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을 순교 정원 터로 제공했고, 본당이 조성 비용을 부담했다. 또한 본당은 제일교회가 청주 지역에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한 ‘민주 정원’ 조성 비용도 부담했다. 제일교회는 6·25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교육, 사회 복지, 민주화운동 등의 산실로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 2021년 8월 26일 열린 축복식에는 본당과 제일교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 청주제일교회는 6·25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지역 내 교육, 사회 복지, 민주화운동 등의 산실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 사진은 청주제일교회 벽면에 곳곳 남아 있는 총탄 자국 모습. 이호재 기자

 

 

순교 정원의 왼쪽 벽면에는 순교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새긴 조형물이 걸려 있으며, 오른쪽 벽면에는 오반지 복자가 순교 전 남긴 말씀 “만 번 죽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할 수 없소”가 새겨져 있다. 민주 정원에는 민노아 선교사 흉상과 6월 민주화 항쟁 기념비, 최종철 열사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순교 정원이 생겨난 뒤 매년 7000명 이상의 천주교 순례객이 방문하고 있지만, 제일교회 교인들은 단 한 번도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다. 김상수 신부는 “2017년 처음으로 표지석을 세우고, 순교 터를 정비하기까지 한 번도 반대 의견을 표한 적이 없어 신자들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순례객들도 교파를 떠난 아낌없는 협조에 놀라움과 감사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도 “교인들은 순례객들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존재로 여긴다”며 “우리 교회가 천주교 순교지인 것에 자부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교구 서운동본당과 청주제일교회가 함께 조성한 ‘순교 정원’ 내 순교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형상화한 조형물. 이호재 기자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향해

 

전통과 신앙 고백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일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목표는 두 교회가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충청북도가 2025년 10월 출범한 종교 평화 프로그램 ‘어울리길’이 거론된다.

 

이는 '공존의 중원, 융합의 여정'을 주제로 한 종교문화 현장 탐방 프로그램으로 종교별 특화 코스인 천주교 ‘은총의 길’, 개신교 ‘말씀의 길’, 불교 ‘마음 쉬는 길’과 종교 통합 코스인 ‘공감의 길’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서운동성당과 제일교회가 포함된 ‘공감의 길’에서 신앙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의 의미를 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청주교구 서운동본당과 청주제일교회가 함께 조성한 ‘민주 정원’의 모습. 이호재 기자

 

 

이 목사는 “공감의 길과 같은 프로그램은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두 교회가 함께 환경 보전 운동을 하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공유하는 방법도 일치를 위한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도 “제일교회와 본당은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 합심해 봉사하고 모범적인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가오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도 본당과 제일교회의 일치를 향한 노력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본당은 이를 위해 청주읍성 순교성지에 영어 안내판을 설치하고, 영어 안내가 가능한 성지해설사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제일교회 측도 찾아올 순례객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본당 순교자현양회 조지영(요한 보스코) 회장은 “순교 정원은 두 교회가 화합해 현양 공간을 조성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라며 “젊은 순례객들이 개신교와 천주교의 일치 노력을 성지에서 온전히 체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목사도 “순례객들에게 순교의 터전 위에 제일교회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토대로 교회 일치 운동에 관해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청주교구 청주읍성 순교성지

 

- 8명 이상 사전 신청 시 성지해설사 동행

- 문의: 043-252-6985 서운동본당 순교자 현양회, 043-252-6984 서운동본당 사무실

 

[가톨릭신문, 2026년 1월 18일, 이호재 기자]

 

 

개신교회 안 천주교 순교 정원… 교회 일치의 현장


충북서 제일 오래된 청주제일교회 병인박해 순교 4위 현양 공간 조성

 

 

- 2021년 8월 순교 정원 완공 감사 예식에 함께한 청주제일교회 이건희(왼쪽) 담임목사와 김웅열 신부. 청주제일교회 제공

 

 

충북 청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청주제일교회. 1904년 설립돼 충북 개신교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교회로, 이 지역의 ‘어머니 교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청주제일교회 경내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천주교 순교 정원’이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복자 오반지 바오로와 하느님의 종 최용운 암브로시오·전 야고보·김준기 안드레아를 현양하는 공간이 개신교회 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경내에 천주교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공간이 자리 잡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청주제일교회 마당의 출입구 우측 한쪽 벽면에 순교자들의 얼굴 부조가 각기 새겨져 있으며, ‘만 번 죽더라도 그리스도를 배반할 수 없소’라고 한 복자 오반지 바오로의 증언이 함께 적혀 있다.

 

이런 사례가 현실화된 배경에는 ‘교회 일치’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천주교에서 헌신한 인물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기꺼이 수용한 청주제일교회 이건희 담임목사의 결단이 있었다. 이 목사는 본지에 “우리 교회는 조선말 천주교 박해 당시 신자들의 처형장이었던 청주 군영이 위치했던 곳 즉 ‘순교 터전 위에 세워진 개신교회’”라며 “이런 역사를 잘 아는 만큼 우리에게 ‘순교 정원 조성’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교회 내에 순교자 현양 공간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청주교구와 청주시가 그곳이 순교지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 설치를 요청한 것이다. 표지석 설치 후 2021년에는 이 공간이 ‘순교 정원’으로 거듭났다. 이때는 이 목사와 교류가 잦았던 당시 청주교구 서운동본당 주임 김웅열 신부의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김 신부는 이 목사에게 “천주교 측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할 테니 순교자들을 현양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목사는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순교 공원을 조성했다. 이 목사는 “표지석과 순교 공원을 조성할 때 우리 교인들 중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었다”며 “오히려 공원 조성 후 천주교 순례자들이 찾아와 교회에서 기도할 때마다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순교 공원 조성 후 이 목사의 사무실에는 서운동본당 신자가 선물한 ‘고반(苦伴)’이라 적힌 족자가 걸렸다. 이 목사는 “‘고반’은 고난을 통해 친구가 됐다는 뜻”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앞에서 우리는 이미 한 형제자매라는 의미로 두 교회의 일치를 상징한다고 생각해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길로 “교리를 떠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종교 간 화합과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해 더 많은 접점이 생기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 목사는 “우리 모두는 하느님 형상을 한 존재”라며 “교리는 우리를 나눌 수 있지만, 평화·정의·창조질서 보전과 같은 실천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힘을 합칠 수 있는 만큼 어떤 일이든 함께 실천하며 일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6년 1월 18일, 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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