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4일 (목)
(자) 대림 제1주간 목요일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샘: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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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03 ㅣ No.2219

[영성의 샘] 어떻게 살 것인가?

 

 

11월은 ‘위령 성월’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사랑이신 하느님의 품에 안겨 계시는 영혼들을 기억하는 달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적지(영원한 삶)와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성실한 삶을 되새기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조차 싫어합니다. 그래서 죽음을 뜻하는 한자어[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4층이라는 표시를 사용하길 꺼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이 세상에서의 삶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된 것처럼, 죽음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옵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의 뜻 안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기에 재물, 지위, 명예 등에 커다란 관심을 두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외적인 것들이 채워진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람과 만족을 느끼며 지속적인 기쁨이 가득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이 아니라, ‘어떤 삶이 행복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삶은 이미 시작되어 있고, 따라서 이미 시작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영원한 삶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죽음을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하느님께 돌아간 소중한 가족이나 친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 특히 아무도 기억해 줄 사람이 없는 연옥 영혼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기도 안에서 서로 한 가족, 한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1티모 6,7)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세상적으로는 빈손으로 가지만, 신앙적으로는 충만해져서 가면 좋겠습니다. 비록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는 미완성의 인생이겠지만, 하늘나라에서의 완성을 준비하는 인생이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8)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과 희망 안에서 현세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죽음은 한 인생을 종합하는 순간이며, 마지막 말을 남기는 순간이고, 인생의 매듭을 풀고 엮는 순간이며, 용서하고 용서받는 순간이고, 하느님께 절대적 내어 맡김의 순간이며, 돌아가는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과 희망 안에서 현세에서 사랑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아침저녁 하느님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봉헌했으면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하느님을 찾도록 합시다!’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더 주어졌다는 사실에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감사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며 하루 동안 보살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리면서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라고 기도드립시다. 이렇게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그렇게 하루의 순간순간을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도록 합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생선을 쌌던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난다고 합니다. 같은 종이지만 무엇을 쌌느냐에 따라 남겨진 향내가 다릅니다. 사람도 단 한 번의 생애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남겨진 향내가 다를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소임을 하면서 여러분의 선배·동료·후배 성직자들을 주님의 품에 맡겨드리는 예절을 준비하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조문 오신 분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분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곤 합니다. 나의 장례 예절에 오신 분들은 ‘나의 삶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 아니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마음을, 어떤 말을 남길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사람, 스스로 대견해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1월호,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주임, 중서울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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