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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8: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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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2-10 ㅣ No.530

[과학과 신앙] (8) 세계청년대회를 기다리며

 

 

진(秦)나라 시황제는 혼란했던 춘추전국 시대를 끝내고 기원전 221년 중국 역사상 최초로 대륙을 통일했다.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보낸 신하들이 도망치자 이들을 유학자 수백 명과 함께 생매장시켜버리고 유학 서적을 불태운(분서갱유, 焚書坑儒)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늙고 병드는 노화(老化)였다.

 

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 구조와 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으로 세포의 노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세포가 노화하면 분열 능력을 잃고 결국 세포는 죽게 된다. 생물은 주기적으로 세포 분열을 통해 신체 조직과 기관을 보존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사람의 경우 세포 분열 횟수는 평균 50~60번 정도로 신체의 조직이나 기관마다 세포 분열 주기가 다르다. 피부 세포의 수명은 35일 정도로 기존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며 음식물의 물리적 자극을 받는 구강 상피 세포나 소화관의 내벽 세포들은 이보다 빠르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유전물질인 DNA를 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색체 끝 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라는 DNA 조각들이 짧아진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게 되는데 이것이 노화의 과정이다. 암세포의 경우 분열할 때 텔로미어를 재생하는 효소가 있어 분열을 거듭해도 노화되지 않는다. 즉 암세포는 스스로 죽지 않는다. 2004년 연세대 노화기능 유전자 연구센터는 실험용 동물을 통해 텔로미어를 정상보다 30% 길게 만들어 평균 수명을 20%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게재되었으며 세포의 수명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좌우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노화의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노화를 늦추는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젊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과 정신의 젊음이다. 마음의 젊음은 아름다운 것에 대해 무뎌지지 않고 감정의 섬세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라고 했다. 괴테는 26세 때에 쓰기 시작한 「파우스트」를 83세에 완성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하늘에 있는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뛴다’고 했다. 이들은 마음의 젊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정신의 젊음은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과 유연성이다. 사고와 상황판단에 있어 완고해지지 말고 세상 변화에 유연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 마음과 정신이 젊을 때 우리도 영원히 청춘이다.

 

2027년에는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개최된다. 전 세계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모이지만 이 행사는 그들만의 행사는 아니다. 젊은 청춘들뿐 아니라 청춘의 정신과 마음을 소유한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세계청년대회 주제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이다. 우리 모두 세상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함을 이길 수 있도록, 언제나 청춘일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 용기를 청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2월 8일, 전성호 베르나르도(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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