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 (금)
(백)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전례ㅣ미사

[전례] 영성체 준비를 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1-19 ㅣ No.2559

[건강한 법] 영성체 준비를 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

 

 

여러분은 모임을 할 때 어떤 기도로 시작하시나요? 아마도 ‘주님의 기도’를 가장 많이 바칠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유일한 기도이며,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완벽한 기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중요한 ‘주님의 기도’를 미사 중에 바치는 걸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멘’이라고 외치지 않는 걸까요?

 

 

영성체 준비의 필요성 대두

 

초대 교회 때에는 ‘영성체 예식’ 없이 바로 성체를 모셨습니다. 4세기 이후 신자 수가 급증하면서 영성체 준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그 원인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죄를 짓고 성체를 모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성체는 천사조차도 감히 모시지 못하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성체를 합당하게 받아 모시기 위한 준비 예식의 필요성이 발생하였습니다.

 

 

‘주님의 기도’ 도입

 

4세기경 성찬 전례에 도입된 주님의 기도가 전례 안에 받아들여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 기도 후반부의 두 가지 청원이 영성체와 밀접히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교부들은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청원을 영적인 양식, 곧 성체로 인식하였습니다. 두 번째, 교부들은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청원을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기로 다짐하고 우리의 죄를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다짐과 청원이 성체를 모시는 데 필요한 마음의 자세를 합당하게 준비한다고 여겼기에 ‘주님의 기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미사와 병자성사 등 영성체와 관계되는 모든 예식의 대표적인 기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멘”이 없는 이유

 

기도문의 끝맺음은 언제나 ‘아멘’입니다. 그런데 영성체 예식에서는 주님의 기도 끝에 ‘아멘’을 바치지 않습니다. 아직 주님의 기도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이어진다는 표시입니다. 주례 사제는 손을 벌린 채 후속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이 후속기도는 방금 모두가 바친 ‘주님의 기도’의 두 가지 청원을 주례 사제가 다시 반복하면서 우리를 위해 주님께 간청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구원의 평화를 누리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멘”이라고 끝맺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듯 영성체 예식에서 ‘주님의 기도’는 소중한 주님의 몸을 모시기 위해 도입된 기도입니다. 이 기도의 청원대로 우리는 주님뿐만 아니라 형제들과도 화해함으로써 합당한 마음의 자세를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2024년 11월 17일(나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수원주보 4면, 김일권 요한 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7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