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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53: 하늘빛이 성당 깊숙이 수를 놓다 -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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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6 ㅣ No.800

[성당 이야기] (53) 하늘빛이 성당 깊숙이 수를 놓다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Chartres) (3)

 

 

지난 회에서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천장과 기둥 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샤르트르의 또 하나 특징은 네이브월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은 초기에 아케이드와 클리어스토리(천측창)로 구성된 2단의 네이브월이었고, 전성기에 들어서면서는 대형 공간을 축조하기 위하여 아케이드와 클리어스토리사이에 갤러리를 추가한 3단 네이브월로 발전하였습니다. 이후 성당의 수직성을 추구하는 고딕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내력구조의 갤러리를 한 단 더 추가하여 4단 구성의 네이브월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혁신적인 구조 전환 없이 네이브월의 단수를 늘리거나 각 단의 층고를 높이는 것으로는 성당의 수직성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플라잉버트레스의 발명으로, 아케이드와 클리어스토리 사이의 갤러리는 사라지고, 낮은 갤러리 대신 비내력구조인 트리포리움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 결과 각 단의 높이는 물론 네이브월의 전체 높이가 상승되었습니다. 네이브월의 층고가 높아진다는 것은 실내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샤르트르는 특히 창이 넓어진 클리어스토리에 오쿨루스(oculus)와 랜싯(lancet)을 트레이서리(석재 장식 창살)로 구획,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창들에는 갖가지 색유리로 성경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맑은 투명창이 스테인드글라스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투과하는 빛의 양이 충분해졌기 때문입니다. 구조물에 빛이 가려지면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잘 안 보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실내가 어두워집니다. 하지만 고딕 구조의 수직화와 경량화 덕분에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는 찬란한 하늘빛을 네이브의 바닥 위까지 끌어다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딕의 첨단 네이브월을 실현한 플라잉버트레스는 초기까지만 해도 갤러리의 볼트와 일체를 이루는 구조였으나, 갤러리가 사라진 전성기에는 트리포리움과 클리어스토리의 바깥에 직각으로 세워진 벽체에 고정되었습니다. 이로써 플라잉버트레스는 구조적 안정을 이루게 되었고, 동시에 아치의 구성도 3단에서 2단으로 줄어 실내의 조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샤르트르 대성당의 천장과 기둥 그리고 네이브월과 플라잉버트레스의 유기적 구조가 완성 단계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샤르트르는 쉬제가 생드니에서 꿈꾼 것을, 그리고 파리의 노트르담이 시작한 것을 놀랍도록 역동적이고 거대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놀라움은 랭스와 아미앵으로 이어집니다.

 

[2021년 6월 6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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