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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하나를 보고 열을 알면 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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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4-25 ㅣ No.1037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70) 하나를 보고 열을 알면 무당이다

 

 

어린 시절과 관련된 속담을 말해보라고 하면 단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두 속담을 꼽을 것 같다. “정승 될 아이는 고뿔도 안 한다” “열매 될 꽃은 첫 삼월부터 안다” “푸성귀는 떡잎부터 알고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안다”는 말도 같은 의미다. 이런 속담들은 모두 어린 시절의 말과 행동은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는다는 혹은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자녀를 둔 부모는 늘 걱정이 많다. 11살 안젤라는 밖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집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안젤라의 부모는 아이가 커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이었다. 13살 마태오는 편식하거나 반찬 투정을 하면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아이였다. 마태오의 부모는 이 아이가 사람들에게 폭력적이고 까칠한 성격으로 자랄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만난 안젤라와 마태오는 소위 문제아가 아니었다. 어쩌면 문제가 없는 아이들을 문제로 보는 부모의 문제가 더 커 보였다. 안젤라는 작가가 꿈이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자신이 더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싶은 아이였다. 친구 관계도 여러 친구를 폭넓게 사귀기보다는 몇몇 친구들을 깊이 있게 사귀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호탕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의 눈에는 딸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태오는 엄마가 건강에 좋은 반찬을 해주시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시지와 튀김을 먹고 싶은 평범한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건강에 관해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엄마의 음식은 항상 도를 닦는 스님의 밥상을 연상케 했다. 마태오는 가끔이라도 엄마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자 마태오는 밥상에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습관이 붙었다. 어쩌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해주는 엄마의 마음을 통해 스스로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보는 마태오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 아들일 뿐이었다.

 

아이가 심리적으로나 관계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면 요즘 부모들은 곧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부정적 모습을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며 더 고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떡잎부터 바로잡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는 대부분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이 바뀔 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문제는 오히려 긍정적 자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더 크다.

 

안젤라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을 통해 앞으로 되고 싶은 작가로서의 섬세함과 통찰력을 키워가는 중이며 자신만의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해 가고 있었다. 부모가 이런 안젤라의 고유한 성격을 존중해 줄 때 안젤라는 더 큰 자존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태오는 자신의 욕구를 존중해주는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을 짜증과 투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비록 잘못된 방법인 줄은 알지만 그렇게라도 엄마가 자신을 존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부정적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아이보다는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아픈 아이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아들이 더 감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를 보고서 열을 알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떡잎도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불안하다면 관점을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4월 25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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