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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25: 로마네스크를 종합하고 완성하다 - 제3 클뤼니 수도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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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18 ㅣ No.715

[성당 이야기] (25) 로마네스크를 종합하고 완성하다


제3 클뤼니 수도원 성당

 

 

지난 회에 성 후고 아빠스가 느베르의 생테티엔 수도원 성당을 지으면서 실험한 내용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후고의 건축적 실험은 첨단성에 있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는 당시 노르망디 지역에 나타나고 있는 리브 그로인 볼트 천장을 실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것은 이미 검증된 당대의 건축 기법들을 종합화하여, 인간이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찬미와 흠숭을 위한 웅장한 규모의 성당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1089년 후고는 드디어 제3 클뤼니의 첫 삽을 뜹니다.

 

제3 클뤼니 수도원 성당은 우선 규모면에서 당대 최대의 성당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클뤼니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입니다. 평면은 바실리카형을 기본으로 이중의 아일을 갖는 5랑식이며, 네이브는 11베이에 이르렀습니다. 트란셉트도 두 개를 가지고 있었고, 앱스와 트란셉트의 동쪽 면에 일련의 소성당들이 둘러있습니다. 1131년 완공 이후에 지어진, 나르텍스(전실)만도 3랑식에 5베이를 갖고 있습니다. 성당 전체 길이는 184.2미터이고, 서쪽 성당 문에서 트란셉트까지 111.6미터입니다. 또한 트란셉트의 길이가 71.1미터이고, 네이브의 높이는 29.1미터에 폭은 10.8 미터입니다. 이런 규모는 전체적으로 축구장 두 개를 길게 놓은 만큼의 크기가 되는 셈입니다.

 

각각의 평면적 요소들이 외관에서 독특한 매스감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각 부분에서 솟아오른 첨탑들에 의해서 수직성이 강조되었는데, 모든 탑들이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갖는 아름다운 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먼저 웨스트워크에 한 쌍의 첨탑이 있고, 주 크로싱 위에 가장 높은 사각 첨탑이 있으며, 부 크로싱 위에 팔각의 낮은 첨탑이 있습니다. 또한 주 트란셉트 양 팔 위에도 첨탑이 있어 총 6개의 첨탑이 세워졌습니다. 이 모습을 동쪽에서 바라보면 성당이 삼각형 모양으로 안정감 있게 보이는데, 방사형 소성당들에서 시작하여 앱스의 돔을 지나 작은 트란셉트의 지붕과 크로싱 위의 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주 트란셉트의 탑들과 크로싱의 가장 높은 탑으로 이어지면서 성당은 아름다움의 절정에 이릅니다. 수직성의 강조는 네이브월의 구성에서도 드러나는데, 후고는 중간의 갤러리층을 블라인드 아케이드로 만듦으로써 아케이드층과 클리어스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증대시켰습니다.

 

또한 후고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인 수직성에 비례하는 수평적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따라서 천장의 높이에 맞게 네이브의 폭도 넓혀야 하는데, 석조 볼트 천장을 지탱하면서 네이브 폭을 넓히는 것은 당시 구조 기술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고의 선택은 반원 아치가 아닌 포인티드 아치였습니다. 포인티드 아치가 리브 그로인 볼트와 함께 고딕의 중요한 요소인 것을 고려하면, 전성기의 로마네스크가 결국은 새로운 양식의 출현을 예고한 셈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제3 클뤼니 성당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파괴되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20년 4월 19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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