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일 (화)
(녹) 연중 제22주간 화요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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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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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8-28 ㅣ No.191512

휴가 중에 알래스카에서 1주일 지냈습니다. 매사에 적극적인 후배 신부님은 저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 주었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왔고, 운전을 해 주었습니다. 빙하 크루즈, 경비행기 투어, 멋진 바닷가 구경도 준비해 주었습니다. 음식을 잘하는 신부님은 매일 저녁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 주었습니다. 8년 넘게 알래스카에서 선교사로 있는 신부님은 선교 사제들의 맏형으로 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후배 사제의 전화 상담도 해 주었습니다. 함께 한 여행도 즐거웠지만 매일 함께 나누는 대화가 더 좋았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열정과 용기가 있다면 선교 사제로 지내는 것도 보람 있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과 이야기하면서 강점에 관한 대화가 좋았습니다. 신부님은 본인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언어데 대한 감각입니다.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이 선교사로 지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영어 미사는 물론, 스페인어 미사도 막힘없이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부님은 본인의 약점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한다고 합니다. 논리적이지만 감성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아는 것도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을 보면 강점을 키우기보다는 약점을 키우려는 사제를 볼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잘 맺고,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면 본당 사목이 좋습니다. 언어에 관한 감각도 부족하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사제가 유학을 준비하면 성과도 나지 않고, 힘만 들 수 있습니다. 한식 요리를 잘하는 분이 양식 요리하는 식당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약점을 강점으로 키우려면 본인도 힘들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안타깝습니다. 신부님과 이야기하면서 저도 저의 강점과 약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강점은 기억력과 부드러움입니다. 기억력은 사람 이름을 외우고, 강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드러움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저의 강점은 본당 사목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의 약점은 추진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관을 운영하거나, 사업 하면은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바로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약점 때문에 지나치게 낙심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강점에 겸손이 없으면 교만이 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의 말만 옳다고 생각할 수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을 혼자 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약점에 겸손이 없으면 열등감과 변명이 생깁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습니다. 겸손은 강점을 하느님의 일을 위한 재능으로 바꾸어 주고, 약점을 다른 사람과 협력하게 하는 통로로 바꾸어 줍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세례자 요한은 바로 그런 겸손의 사람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는 많은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힘 있는 예언자였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찾아왔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메시아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또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목소리일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지 않고 예수님께 향하도록 하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세례자 요한의 가장 큰 강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만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조연이 있어야 주인공의 모습이 더욱 빛납니다. 어떤 조연은 등장하는 시간이 짧아도 영화 전체의 방향을 바꾸어 놓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충실히 살아갈 때, 영화는 깊은 감동을 줍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빛이 아니라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자신이 신랑이 아니라 신랑의 친구임을 알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실 수 있도록 길을 닦았고, 때가 되었을 때 기꺼이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겸손은 비겁한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헤로데에게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권력자의 불의를 보고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진리를 위해서는 용기를 냅니다. 세례자 요한은 결국 감옥에 갇혔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의 삶은 실패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그의 삶은 완전한 성공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하였고, 마지막까지 예수님을 가리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겸손은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위한 가장 큰 강점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앞에서 이끌고, 어떤 사람은 뒤에서 조용히 받쳐 줍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잘 들어 줍니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결정하고, 어떤 사람은 깊이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역할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역할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려고 하면 공동체는 갈등하게 됩니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알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면 공동체는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처럼 완성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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