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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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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34 ㅣ No.190938

서울 대교구 사제 모임 중에 주교님께서는 말씀의 전례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비오 10세 교황은 신자들이 전례의 구경꾼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를 바라셨고, 그 정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공의회 이전에는 주일 미사의 독서가 1년 주기로 반복되었기 때문에 신자들이 미사 안에서 접하는 성경의 범위가 비교적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례 개혁 이후 주일 미사의 말씀은 3년 주기로 편성되었습니다.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 나해에는 마르코 복음, 다해에는 루카 복음을 중심으로 읽고, 요한 복음은 특별한 시기와 축일에 배치되었습니다. 평일 미사도 홀수 해와 짝수 해를 기준으로 제1독서가 배정되어, 신자들이 구약과 신약의 말씀을 더 넓고 균형 있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의 전례 개혁은 단순히 성경 독서의 양을 늘린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전례력의 흐름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엮어 놓았습니다. 대림 시기에는 기다림과 희망의 말씀이, 성탄 시기에는 육화의 신비가, 사순 시기에는 회개와 십자가의 길이, 부활 시기에는 생명과 성령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매주 미사의 독서와 복음은 서로 흩어진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큰 구원 이야기 안에서 맞물려 돌아갑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한 주 한 주 말씀을 들으며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배우게 됩니다. 말씀의 전례 개혁은 교회가 성경을 다시 신자들의 삶 한가운데로 가져온 은총의 사건이며, 미사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살아 있는 말씀으로 선포되도록 한 소중한 열매입니다.

 

주교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큰 퍼즐을 맞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만 볼 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추어지면 마침내 아름다운 그림이 드러납니다. 말씀의 전례도 그렇습니다. 어느 날의 독서만 보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례력 안에서 말씀을 꾸준히 듣고 묵상하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라는 큰 그림이 보입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보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와 사랑이 보이고, 성령께서 교회를 이끌어 오신 길이 보입니다. 말씀은 흩어진 조각이 아니라 우리 삶을 완성해 가시는 하느님의 손길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겪었던 현실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강대국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을 침략하였습니다.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페르시아, 로마와 같은 강대국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바빌로니아라는 강대국에 의지하고, 그들의 문화와 힘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이스라엘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사람의 힘과 세상의 권력은 잠시 우리를 지켜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예레미야는 눈앞의 현실보다 더 깊은 곳을 보았습니다. 강대국의 힘보다 하느님의 말씀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백성들에게 세상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붙잡으라고 선포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로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파도가 높이 일고, 물이 깊어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물 위를 걸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시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순간입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자 두려움이 밀려왔고, 베드로는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베드로가 물에 빠진 것은 바람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파도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물이 깊었기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보다 두려움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초대보다 눈앞의 바람을 더 크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에 빠진 베드로의 손을 붙잡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이 말씀은 베드로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바람을 봅니까? 얼마나 자주 파도를 봅니까? 건강의 문제, 경제적인 걱정, 인간관계의 어려움, 공동체 안의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흔듭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바람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파도가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주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입니다. 물에 빠질 때조차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입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하루도 주님의 말씀을 믿고, 주님의 손을 붙잡고, 주님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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