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1일 (일)
(녹) 연중 제12주일 육신을 죽이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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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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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6:37 ㅣ No.190216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운이 좋다.” 혹은 운이 없다.”라는 말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얻고, 뜻밖의 도움을 받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노력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을 말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운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성실하게 준비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운은 찾아옵니다. 그래서 서양 속담에도 행운은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길이라는 뜻입니다.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걷고, 또 걷고, 사람들이 함께 다니면서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작은 오솔길이 되고, 큰 신작로가 되고, 마침내 고속도로가 됩니다. 신앙의 길도 그렇습니다. 사랑과 희생, 용서와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신앙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참된 길이 무엇인지 알려 주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예수님께서는 목적지만 보여주신 것이 아니라 몸소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 유배라는 혹독한 시간을 겪었습니다. 나라를 잃었고, 성전을 잃었고, 자유를 잃었습니다. 사람들은 왕을 원망했고, 시대를 탓했고, 심지어 하느님까지 원망했습니다. 성전이 없으니, 예배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은 무너졌고, 희망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유배의 시간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성찰의 시간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돌아보았습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소홀히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상을 따르며 세상의 욕심에 흔들렸음을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비록 성전은 무너졌지만, 하느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유배지에서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눈물의 자리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목적지 하나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인생은 과정 자체가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서울에 있어도, 달라스에 있어도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할 때도, 아플 때도, 기쁠 때도, 외로울 때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걸어가십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도착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고 있는가입니다. 저는 신학생 때 산악반 활동을 했습니다. 산행을 가면 저는 늘 앞장서서 걸었습니다. 먼저 가서 텐트를 쳐야 했고, 식사 준비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돌로미테 산행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산장에 도착했고, 누구보다 먼저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들꽃의 향기를 맡고, 흘러가는 구름도 바라보고, 뒤처지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갔던 형제님 한 분은 달랐습니다. 지친 사람의 짐을 대신 들어주었습니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산 아래까지 내려가 약을 사 왔습니다. 저 역시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난처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형제님은 아무 불평 없이 저와 함께 산 아래까지 내려가 새 신발을 사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산장에 자리가 부족해 다른 산장으로 옮겨야 할 때도 기꺼이 자원했습니다. 그 형제님에게 산장은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길 위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이 이미 목적지였습니다. 걷다 보면 산장은 나오기 마련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성공이라는 산장에 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명예와 권력이라는 산장만 바라보며 앞만 보고 걷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의 아픔도 보지 못하고, 뒤처진 사람의 손도 잡아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남을 심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적할 때 손가락 하나를 앞으로 내밉니다. 그러나 나머지 손가락은 나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신앙의 길은 남을 판단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길입니다. 원망과 비난 속에서는 참된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겸손하게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은 이미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길이 때로는 험하고 고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에서 서로 손을 잡아주고, 기다려 주고, 함께 걸어간다면 그 길은 이미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성공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걷고 있는가입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 길 위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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