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일 (수)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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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9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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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nelia2] 쪽지 캡슐

2026-06-02 ㅣ No.189921

[연중 제9주간 화요일] 마르 12,13-17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로마의 식민지로 살아가던 유다인들에게 세금 납부의 문제는 그들의 신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세금을 낸다는 건 그가 자신들을 통치할 권한을 가졌음을 인정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건 단순히 납세라는 ‘의무’의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 이외의 다른 것을 심지어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이방인’을 하느님과 같은 위치에 두고 섬기는 ‘배신’이었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세금 납부를 거부했다가는 로마 황제에게 반역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사람마다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민족주의자인 바리사이들은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낸다는 건 스스로 그의 노예가 되는 굴욕스러운 짓이며, 이스라엘의 유일한 주님이신 하느님께 불충을 저지르는 큰 죄라고 여겼지만 로마의 막강한 군사력이 두려워 마지못해 세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반면 권력에 기대어 기득권을 누리던 헤로데 당원들은 로마의 지배 덕분에 이스라엘이 평화와 안정을 누리고 있으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이처럼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을 지닌 두 세력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예수라는 자를 제거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군중들 앞에서 온갖 아첨을 떨어가며 예수님의 지위를 한껏 높여드린 후에, 그분께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하느님 뜻에 합당한가 합당하지 않은가?’라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진 겁니다. 그 질문에 ‘합당하다’고 답한다면 예수님은 한 분이신 하느님 말고 다른 우상을 섬겨도 된다고 종용하는 사람이 됩니다. 반면 ‘합당하지 않다’고 답한다면 예수님은 로마 황제의 권위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역자가 되고 말지요. 어느 쪽을 택해도 입장이 난처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이 당신을 시험하려는 사악한 의도를 지니고 있음을 잘 아셨습니다. 그랬기에 바로 답을 하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달라’고 하시지요. 오늘 복음에서는 ‘그들이 그것을 가져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어디 먼 곳에 가서 그 동전을 구해온 게 아니라, 자기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것을 내어드린 것입니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는 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이 로마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뜻이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라’고 하십니다. 이미 로마 제국이 지배하는 질서 속에 녹아들어 살고 있으면서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고 ‘어불성설’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 창조하시고 당신 뜻에 따라 섭리하시는 이 세상에 그분 것이 아닌 게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 말씀은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가기에 기본적으로 세속적인 질서와 규칙들을 잘 지켜야 하지만, 스스로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지금 나는 ‘선택의 순간’을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습니까?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 옳은지 그른지라는 ‘문제제기’만 하느라, 정작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따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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