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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부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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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부탁
부임한 지 일주일 째 되는 토요일이었는데,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내무반에 바지 하나가 분실됐는데, 중대장은 바지 도둑을 월요일까지 잡아 놓으라고 명령한 후 퇴근했다. 침상에 무릎 꿇게 하고 손을 높이 들도록 지시했다. “지금부터 내가 여러분들 앞을 지나가면서 머리에 손을 얹겠으니, 훔친 자는 손을 내린다. 알겠나!” 바지를 훔쳐간 사병은 몸을 떨면서 손을 내렸다. 다른 동료들에게는 눈치채지 못하도록 손을 다시 올리게 했다. “부중대장님,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울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첫 휴가를 얻어 고향에 갔을 때 그의 처제가 군 바지로 일 바지를 만들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전우의 바지를 훔쳤다고 자백했다. 무심코 뱉은 처제의 철없는 부탁이 선임하사와 부중대장과 중대장을 괴롭히고 전 소대원이 심야에 연대 기합을 받게 했다는 사실을 처제는 몰랐을 것이다. 눈물로 참회했으므로 처벌보다는 용서하기로 했다. PX에서 장교용 바지 하나를 사서 김 이병에게 주고, 김 이병에게 돌려받은 바지는 도둑맞은 이 병장에게 반환했다. 바지를 처제에게 전달하라고 김 이병을 1주일간 휴가 보냈다. 김 이병은 영창에 갈 줄 알았는데 휴가까지 허락해 주니 무척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다. 휴가를 마친 김 이병은 호박떡 세 말을 짊어지고 귀대했다. 소대원들은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 채 호박떡을 맛있게 나눠 먹었다.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성실하고 착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처제도 일 바지를 입었던 추억을 기억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했다.
고재덕 안드레아(서울대교구 세종로본당, 수필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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