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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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속과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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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20-12-02 ㅣ No.98455

보속과 희생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던 지난 몇 달 동안,

나의 일상은 성당 주변을 살피면서 부실한 부분이나 혹은 손을 좀 봐야 하는

소소한 일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의 ‘공·허·함’은

뭐라 표현하기 애매할 정도로 찹찹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원인 모를 짜증이 쌓여만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당시에 며칠 간격으로 사소한 일들도 생겼습니다.

택시 한 대가 성당 앞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앞에 정차하려 하기에 택시 기사분께,
“선생님, 여기는 성지 앞이기에 차를 정차하시면 안 되는데요!”
“아, 예. 잠깐만 차를 좀 세울게요. 화장실이 급해서.”
그리고 그분은 내리자마자 내게 묻기를,
“여기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요?”
“선생님, 여기는 공중화장실이 아닙니다.”
그러자 그분은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막무가내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화가…! 큰 숨을 쉬면서 마음속으로 내린 결정은 ‘안 되겠다.

사제관으로 들어가자! 안 그러면 뭔 일 생기겠다.’ 그래서 그 날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사제관에서 점심을 먹고 성당 마당을 걷고 있는데,

마침 순례하시는 분들이 나를 보더니,
“아저씨, 여기 성물을 좀 살까 하는데. 계산 좀 해주세요.”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직원 분들이 식사하러 가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담당자가 올 거예요.”
“아니, 지금 아저씨가 있잖아요. 성물값 받아서 사무실에 전해 주세요.

우리는 다른 성지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그분들로부터 성물값 2000원을 받은 나는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올 직원들을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이어 그 다음 날에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날 찾아와 말하기를, “신부님이셔! 여기 성당 담벼락 나무 좀 잘라 줘.

가을만 되면 내가 낙엽 쓰느라 허리가 아파. 어떻게 좀 해 줘 봐요.”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어르신, 여기 오래된 나무를 함부로 자르기가 그러니,

올 가을에는 제가 할머니 집 앞 골목을 쓸어 드리면 어떨까요?”
그러자 그 할머니는 화가 났는지,
“신부가 쓸어주기는 뭘 쓸어줘. 내가 쓸어야지. 에이…”
그 밖에 그 주간 내내, 큰일은 아니지만 감정을 긁는 사소한 일들이 여러 차례 더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시간이 좀 지나면 내 마음이 먼저 불편해졌습니다.

 ‘이런 바보 같이. 내가 좀 더 친절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좀 더….’

 그러던 중 교구에서 공문이 왔고,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 재개’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어찌나 기뻤던지. 그러다 문득 ‘미사가 없다 보니, 대성당을 사용하지 않아

청소를 해야 할 텐데. 음…. 그 동안 여러 차례 사람들과 다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도 미워했었고! 그래, 보속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대성당을 청소하자.’


그 후, 하루 날을 잡아 신자 분들이 없는 시간에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대성당 청소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우선 대성당 제의방에서 진공청소기를 꺼냈고,

성당 청소함에 있는 대걸레 여러 개를 대성당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진공청소기 전원을 꽂아, 성당 바닥 먼지부터 제거하려 하는 그 순간!

 ‘아뿔싸!’ 신자들 몇 분이 대성당으로 나를 따라 들어온 것입니다.

알고 보니, 대걸레를 가지고 대성당으로 가던 나의 뒷모습을

본당 신자 분 몇 분이 본 것입니다.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없는 동안, 짜증과 스트레스를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친절로 풀었던 내 모습!

그래서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혼자 대성당 청소를 결심했는데!

날을 잡아 청소도구를 들고 대성당으로 들어섰는데,

그런 내 모습을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 나를 따라 대성당 안으로 들어온

신자분들! 그분들이 이제 막 청소를 시작하려는 내게 하는 말이,


“신부님, 뭐 하세요?”

 “(화들짝 놀람)어, 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어떻게 들어오긴요. 신부님 따라 들어왔죠! 그런데 혼자 뭐 하시게요?”

숨길 수 없겠다 싶은 마음에,

“아, 예. 내일모레면 대성당에서 미사도 재개되고, 음…,

그리고 제가 요즘 지은 죄가 좀 많아 보속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대성전 청소를 좀 하려구요. 암튼, 저 혼자 청소해도 됩니다.”

 “아니, 이 큰 대성당을 어떻게 혼자 청소를 해요?

에이, 저희랑 같이해요. 보속이랑 희생은 같이해도 되잖아요.”

형제님 한 분과 자매님 두 분은 이내 팔을 걷어붙이더니 나와 함께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한 팀이 돼 한 사람이 진공청소기 전기 줄을 잡아 주면

또 한 사람이 청소기로 성당 안에 있는 먼지를 제거했습니다.


그 뒤로 물걸레를 든 두 사람이 성당 바닥을 닦았습니다.

혼자 했으면 정말 하루 온종일 걸릴 일이었는데,

네 사람이서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했더니 대성당이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신자분들은 주임신부랑 청소를 함께 했다는 뿌듯함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청소하면서 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택시 기사 분에게 좀 더 친절하게 말을 했더라면….

화장실 한 번 쓰자고 하는데 뭐 그리 냉정하게 도끼눈을 뜨고

눈치 하닌 눈치를 주었을까! 또한 좋은 마음으로 성지순례 오신 분들이

미리 준비해둔 일정을 이해해주며 성물값을 받아 사무실에 전달해 주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분들의 순례에

내가 좀 더 친절한 마음으로 함께 동참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낙엽 쓰는 것이 힘들다며 찾아 온 할머니에게

그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는 말을 했더라면….’


며칠 동안 사소한 일들로 인해 사람들과 부딪혀

마찰이 생길 뻔 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마음 한 번 잘 잡고 미소로 상대방을 대했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 그런 일들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행동들이 마음이 걸려 혼자 고민하다가,

대성당 청소를 하겠다고 스스로 난리를 치고! 그런데 정작 혼자 하기는커녕,

성당에 볼일이 있어서 오셨던 교우분들께 힘든 청소를 시킨 것처럼 되었으니….

‘보속하겠다! 희생하겠다!’는 마음만 폼 나게 내가 했고,

실제로 모든 ‘보속과 희생’은 신자분들이 다 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외적으로 큰 보속과 희생을 결심하면 과연 삶이 바뀔까….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서 대성당을 백날 청소해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시각을 바꾸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의 시선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무거운 보속과 수많은 희생은 결국 몸만 축내는 행위가 될 뿐입니다.

그러한 보속과 희생은 아무리 많이 했다 하더라도 더 굳어버린 마음으로 인해

삶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날, 보속과 희생의 결심은 신부가 했고,

힘든 보속과 희생은 신자들이 다 했던 내 인생에 부끄러운 날!

어쩌면 신자 분들의 사랑 때문에, 신자들의 겸손한 모습 때문에

나의 마음이 부드러워지지 않았나 성찰해 봅니다.

동료 신자들의 사랑이 보속과 희생보다 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사랑의 힘으로 세상과 사람 보는 시선의 변화를 다짐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가톨릭신문)

♬ O Holy Night (오 거룩한 밤) Celine Dion(셀린 디온) ♬ 오 거룩한 밤 별빛이 찬란한데 거룩하신 우리 주 나셨네 오랫동안 죄악에 얽메여서 헤매던 죄인 위해 오셨네 우리를 위해 속죄하시려고 영광의 아침 동이 터온다 경배하라 천사의 기쁜 소리 오 거룩한 밤 구세주가 나신 밤 오 거룩한 밤 거룩 거룩한 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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