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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사순특강1: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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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2-23 ㅣ No.163

명동성당 사순특강 (1)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사순, 하느님 만나는 희망의 시기


평화신문은 18일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겸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안병철 신부의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특강으로 시작된 서울 명동주교좌본당(주임 여형구 신부) 신앙의 해 사순특강을 이번 호부터 5회 연재한다. 특강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대성당에서 열린다. △ 25일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조규만 주교) △ 3월 4일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양승국 신부) △ 3월 11일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손희송 신부) △ 3월 18일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서영남) 순이다.


사순은 단순히 담배나 술을 끊는 시기가 아니라 희망을 꿈꾸는 시기다. 우리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이자 그동안 주님께 나아가는 것을 방해했던 걸림돌을 치우는 시간이다.

현대 정보화사회는 소통의 시대다. 스마트폰을 사는 것도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하지만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부부간에, 이웃 간에 진정한 소통이 없다. 언어는 얼마나 진정성과 진실성을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이 먼저 그들을 선택해서 하느님을 알게 된 이들이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진정성과 진실성을 갖고 다가오셨다. 당신 백성을 통해, 또 그들의 응답을 통해 관계를 맺으셨다. 하느님과 백성은 소통이 잘 이뤄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언어는 뜻 전달에 필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어떤 언어로 어떻게 통교하는가는 그때그때 다르다. '사랑'도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르다. 사랑의 실체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구체적 삶이 뒤따라야 한다. 서로 소통한 결실이 이뤄져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알아듣는 표현으로 다가오신다. 엄마는 아기에게 '엄마'라고 부르게 하려고 수천 번 그 말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인내심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갓난아이에게 '사랑'을 알려주려면, 수천 번 말해도 아이는 모른다. 그걸 가르쳐주려면 아기를 끌어안아주고 먹여주며 알아들을 수 있도록 눈맞춤을 하는 등 사랑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처럼 당신께 다가갈 수 있도록 소통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다. 하느님 말씀은 인격과 인격을 합체시키는 그분 자신이다.

우리가 하루에 한 말 중에 진정성과 진실을 담은 것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거짓말이나 자기 이익을 채우려는 습관화된 언어가 아닐까 싶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제인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를 강제하시지 않으시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부르시고 소통하신다. 그 방식은 그분 인격 자체다.

사순은 진정성을 가진 대화, 나와 하느님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다. 내가 하느님을 선택했다면 내가 스스로 버릴 자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나를 불러주셨기에 내가 하느님을 선택할 수 없다. 응답하고 소통하고 그분 공동체에 들어갔다면, 내 실존은 그분의 응답 안에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말씀이며, 하느님은 당신 뜻을 말씀으로 전하신다. 하느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영원으로부터 계셨던 말씀이 하느님이시다.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보고 싶다는 열망을 표현한다. 하느님은 인간의 욕망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응답해주신다. 탈출기에서 모세를 따라온 이스라엘 백성이 먹을 것이 없다고 걱정했을 때 만나를 내려주셨다.

성경도 언급했듯,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 이것은 당신의 모든 권한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4주기를 지냈다. 평화방송TV 다큐멘터리에서 추기경님이 상계동 철거민들과 손잡고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나왔다. 추기경님은 당신 것을 포기했기에 그렇게 하실 수 있었다. 즉, 내 것을 포기함으로써 하느님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 사제들이 5년에 한 번씩 소임지를 이동하는 것은 우리 교회의 좋은 전통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게 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이다. 하느님은 묘하게 역사하신다. 버려야 하는 것과 통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신다. 암 덩어리는 신체 기관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죽게 된다. 이처럼 말씀이신 하느님과 소통하지 못하면 죽은 신앙인이다. 하느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양식이 돼야 한다.

하느님이 우리를 불러주신 이유는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내가 기쁘게 살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말씀을 따라야 한다. 사람의 기초체력이 좋아지면 하루를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다. 성당에 가는 것이 기쁨과 활력, 에너지를 주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므로 신앙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죽은 다음에 하느님 곁에 갈까 고민할 힘이라도 있으면, 오늘 당장 하느님 말씀을 읽어라. 조금씩 꾸준히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성장한다. 말씀과 친숙해져라. 성경을 문학작품이 아닌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여겨 말씀 안에서 행복해져라.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안병철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장 겸 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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