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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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주교좌본당 사순절 특강1: 회개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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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3-31 ㅣ No.110

명동주교좌본당 사순절 특강 (1) 회개의 기쁨


어린이 마음으로 주님께로 돌아가야

 

 

평화신문은 사순절을 맞아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 '사순절 특강'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주는 '회개의 기쁨'으로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 편이다. △ 22일자 '부활의 믿음'(두봉 주교, 전 안동교구장) △ 29일자 '밤이 지나가면 아침이 온다'(신달자 시인) △ 4월 5일자 '완전한 삶과 기쁜 소식'(김혜윤 수녀, 미리내 성모성심 수녀회)이다.

 

 

인간은 스스로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행복을 포기해 버렸다.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만은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 말씀을 따르기보다는 하느님과 같아질 수 있다는 뱀의 유혹을 따름으로써 행복의 내용 자체를 바꿔놓고 말았던 것이다.

 

불행을 향해 질주하는 비참한 인간을 위해 하느님께서는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신다. '회개의 기쁨'이라는 두 단어야말로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변질된 가치 때문에 불행과 고통의 땅으로 변해버린 우리 삶의 터전을 어떻게 해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행복과 기쁨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회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회개를 지칭하는 그리스 단어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에피스트레포라고 해서 '방향을 돌리다' 또는 '의견을 바꾸다'라는 뜻을 갖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메타노이아인데 '생각을 바꾸다'라는 의미다.

 

구약에서는 예언자들이 선포한 메시지를 특징적으로 표현해 주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한다. 예레미아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마음을 바꾸실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는데 이때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바로 신약에서 사용하는 회개라는 단어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주님임을 알아보는 마음을 주겠다. 그리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온전한 마음으로 나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예레 24,7)라는 대목이 그러하다. 따라서 구약에서 말하는 회개란 이스라엘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원래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하느님께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약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성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뒤를 철저하게 뒤따르는 길만이 진정한 회개의 삶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예수님을 따르는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에서 볼 수 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추기경의 말씀이야말로 회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실체를 보여주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회개를 해야 할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의 행복이다. 우리가 회개해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하느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회개란 근본적으로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삶의 자세를 간직해야 하느냐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삶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창조된 존재'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안에 있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 회개의 결실이 분명하고도 확실한 형태로 드러나도록 삶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 시기와 반목, 미움과 증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찬 삶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삶의 형태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동참하는 것이다.

 

둘째,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만들어주신 긍정적이고 좋은 부분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안에 아름다운 것들을 이웃과 나눠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감사하는 삶은 우리 삶의 조건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음을 표명하는 구체적 신앙인의 행위다. 잘못된 낡은 삶의 모습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의 형태, 주님께서 아버지께 순종하시며 당신의 생애를 사셨던 모습을 철저하게 닮으려 노력해야 한다.

 

즉, 행복한 삶을 위한 회개의 노력은 일상의 평범한 삶 안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과 지속적 노력을 전제로 끈기 있게 펼쳐야 한다. 삶의 새로운 모습과 형태를 만들어가야 할 당위성은 우리가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처럼 우리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니 참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쁨을 향한 여정으로서의 회개의 삶,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오늘이다.

 

[평화신문, 2009년 3월 15일, 안병철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리 =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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