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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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출산 후 신앙생활 못해 교회와 멀어질까 걱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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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04 ㅣ No.308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3)

 

 

[질문] 출산 후 신앙생활 못해 교회와 멀어질까 걱정인데…

 

저는 청년 시절엔 성경모임과 각종 기도모임 등에 열심히 참여하며 나름 신앙생활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출산 후 직장도 휴직하고 혼자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버려 아침저녁 기도조차 못한 지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게다가 주말엔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모유 수유를 하다 보니 1년여 째 주일미사에 참례하질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상황일 듯 한데요. 이대로 교회와 완전히 멀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답변] 틈틈이 기도하며 하느님과의 관계 계속 이어가길

 

하느님이 주신 귀한 선물인 아기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우선은 안심하시고, 아기를 돌보는 일을 통해서 하느님이 우리 가정에 내려주신 큰 축복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아울러 아기를 돌보는 틈틈이 인간 ‘생명의 신비’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이처럼 생명을 잉태하고 태어난 아기를 잘 키우는 일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소명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그것이 바로 틈틈이 내가 드릴 수 있는 기도가 됩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바쁜 시간 가운데서도 질문자가 드릴 수 있는 기도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기가 잠자는 시간, 아기의 얼굴을 가만히 드려다 보면서 내가 어머니가 된 것을 감사하십시오. 내 마음을 모아 잠시 드리는 화살기도를 하느님은 좋아 하시면서 빙그레 웃으실 것 같습니다. 성경모임이나 각종 기도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머니로서 바쁜 시간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바치는 짧은 기도도 아주 귀하고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그렇게 하면, 나는 하느님과 계속 연결되어 교회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선은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주일미사에 빠지는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어머니로서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키우는 일은 하느님의 큰 은총이고 축복입니다. 그렇기에 어머니는 먼저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내게 맡겨진 생명을 아름답게 성장시켜나가는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중요한 소명이지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는 마음을 지니고 아이를 키운다면, 시간이 지나 좀 더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활발했던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충만한 삶의 기쁨과 더불어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우선은 주일미사에 빠지는 일이나 열심한 활동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현재 아기 때문에 묶여있는 바쁜 시간들 틈새에서도 잠시 잠시 기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활발했던 예전의 신앙생활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 테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인 제안을 드리면,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해서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신다면 주일날 잠시 시간을 내어서 ‘주님의 기도’ 서른 세 번을 기도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바로 내가 주일미사에 참여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때 주일미사 대신으로 바치는 ‘대송기도’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잠들어있는 시간에 하루 한, 두 장씩 신약성경을 정성스럽게 읽어보면서 내 마음에 일어나는 감흥을 느껴보시는 것도 좋은 기도가 됩니다. 그것으로 성경공부에 참여하는 활동을 대신 하십시오.

 

참된 신앙생활은 외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이나 규범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있지 않고, 우리를 위해 당신 아들을 우리와 꼭 같은 인간으로 보내시어 우리 구원의 전형을 보여주신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우리가 깊이 깨닫는 것입니다. 아기를 돌보느라 바쁜 틈새에서도 조용히 기도해 보십시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귀한 생명을 저희 부부에게 맡겨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이 귀한 생명을 잘 키우고 보살펴서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그리고 이웃과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간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하느님,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고, 바쁜 틈틈이 당신의 사랑을 묵상하면서 당신의 크신 축복에 감사드리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성당에 열심히 다니면서 외적인 신앙생활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3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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