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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10: 십자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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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5 ㅣ No.711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10) 십자 성호


신자로서의 정체성 드러내는 표지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고 있다. OSV

 

 

일부 개신교는 왜 천주교를 이단이라고 비난하나요?

 

한국 개신교 가운데 적지 않은 교단이 천주교를 이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단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기성 종교의 정통 교의에서 많이 벗어난 교리, 주의, 주장 등의 조작을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개신교는 종교 개혁의 정신에 따라 오직 성경에 기록된 것만을 하느님의 계시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그 밖의 것들은 인간의 전통과 관습에서 나온 우상적 요소로서 배척합니다. 따라서 개신교는 천주교가 오랜 역사 속에 교회의 유산이자 전승으로 간직해 온 성모님 공경과 신심, 성인 공경, 성상에 대한 공경은 우상 숭배라고 비난하며, 천주교의 전례와 신심 활동을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정통 교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여 잘못 가르치는 이들이 교회 역사 안에서 나타날 때마다 사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받은 교도권에 따라 이들을 식별하고 감독하며 제재하는 권한을 행사하였습니다. 특히 정통 신앙을 위협하고 신앙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방해하는 이단에 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 인류 공동체는 배타적 편협성에서 벗어나 보편적 공동선을 지향하는 대화와 화해의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도 시대의 맥락에 맞게 교리를 해석하고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를 신학과 교회 생활 전반에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신교에 대하여 ‘이단’이란 용어보다는 같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교리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갈라진 형제들’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일치는 배타적 논쟁이 아닌 대화와 합의를 통하여 서로 올바른 신앙으로 나아가는 순례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 개신교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신념과 오직 성경에서만 올바른 신앙의 전통을 얻는다는 기준을 고수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개신교 교단들 사이에서도 이단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들은 성상을 공경하는 천주교의 전통을 우상 숭배라는 이유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천주교가 성상 자체를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현존과 완덕의 삶을 보여 준 성인의 신앙적 증거를 공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비난은 옳지 않습니다.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를 이단으로 비난할 때, 지엽적인 교리에 대한 논쟁은 전문적인 신학자들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에 상대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다면 섣불리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대신에 가톨릭 신앙이 지닌 보편성을 강조하며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인류에 봉사하고 하느님 나라를 공동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성호는 천주교 신자만 긋나요?

 

십자가 모양을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는 짧은 기도를 바치는 성호는 가톨릭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그리고 동방정교회, 성공회, 루터교도 십자 성호를 활용합니다. 성호경은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리인 삼위일체 하느님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동시에, 십자 성호를 긋는 행위로 자신이 받은 세례를 기념하는 축복의 행위이자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입니다.

 

본래 십자 성호는 2세기부터 개인이 기도를 드릴 때 엄지나 검지로 이마에만 작게 십자가를 그리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4세기부터 성경과 교회 전통에 따라 이마와 가슴에 작은 십자가를 그리는 전통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십자 성호는 13세기부터 보편화되었습니다.

 

16세기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는 성경과 교리 해석은 물론 교회의 오랜 전통과 관습까지 상당 부분 차이가 생겨났습니다. 개신교는 가톨릭의 오랜 신심과 전례 행위들이 성경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고, 하느님 계시의 원천을 ‘오직 성경으로만’을 주장하면서 가톨릭의 관습적 요소들을 개혁 신앙에서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십자 성호가 개신교 전통에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전승을 공유하고 있는 동방정교회와 교황권에 대한 반발로 갈라진 성공회는 여전히 십자 성호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제였던 루터는 가톨릭의 예식을 존중하였기에 루터교도 십자 성호의 전통이 있습니다. 다만 장로교를 비롯하여 가톨릭에 반대하는 개혁 신앙을 주창한 노선의 개신교 교단들은 십자 성호를 가톨릭의 관습으로 여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방정교회의 경우에는 가톨릭교회와는 반대로 이마와 배(자궁)에 이어 오른쪽 어깨(선한 양의 무리)에서 왼쪽 어깨(악한 염소 무리)로 십자가를 긋습니다. 이때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을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손바닥에 밀착시킵니다. 앞의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를, 나머지 두 손가락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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