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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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심근경색 앓는 아버지, 어떻게 하면 술담배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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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8 ㅣ No.299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28)

 

 

질문 : 심근경색 앓는 아버지, 어떻게 하면 술담배 끊을까

 

두 달 전에 아버지께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다가 퇴원하셨는데요. 퇴원 직후에는 즐기시던 술과 담배도 끊으셨는데, 한 달쯤 지나니 다시 술과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으시고 이제는 쓰러지시기 전과 똑같은 상황이 됐습니다. 건강을 생각하시라 말씀을 드려도 듣질 않으시고, 이러다 또 쓰러지실까봐 겁이 납니다. 건강을 생각하시라 말씀드려도 이렇게 살다 가면 된다는 말씀만 하십니다. 가끔은 오히려 화를 내시기도 하시고요. 어떻게 해야 아버지께서 다시 술, 담배를 끊으실까요? 사실 아버지께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데 심근경색 약을 드신다고 하니 치과에서 위험하다고 합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자식 마음을 왜 이리 몰라주실까요.

 

 

답변 : 잔소리보다는 함께하는 시간 늘리며 사랑 표현을

 

심근경색이 오는 분들을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과로하다가 심장에 병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심장이 좋지 않으면 술 담배를 멀리하고 적당한 운동과 지방과 당질이 적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실행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은 아픈 상태이지만, 여전히 아버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컨대 직장, 가족, 친지 등 아버지가 스트레스로 느끼는 원인들이 그대로라면,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술 담배를 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술 담배를 하다가 다시 심근경색이 오면 금방 돌아가실 수도 있지만, 뇌경색이 와서 돌아가실 때까지 마비가 되어 요양병원에 누워 계실 수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식으로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도 만약 아버지에게 좋은 변화가 온다면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잠재적으로 죽고 싶은 생각,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싶은 우울한 정서를 감추고 계시다면 아버지에게 좋은 것 보다는 나쁜 것을 더 선택하고 고집을 부리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럴 때 주변에서 잔소리를 하면 더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지요. 자녀분들의 입장에서는 왜 아버지가 어른답지 않게 자신의 몸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화를 내면서 아버지가 술 담배를 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조언은 아버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아버지에게 술 담배를 하시지 말라는 식의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조언보다는 “어디에 같이 놀러 가자.” “같이 운동하자.” “같이 노래를 하자. ”하는 식으로 긍정적인 제안을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뭐 하지 말라고 잔소리 하는 시간에 아버지에게 드릴 나물반찬이나 과일 같은 것을 갖다 드려서 사랑을 표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버지가 말년에 왜 그렇게 우울하신지, 또 차라리 심근경색이라도 다시 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무엇 때문에 절망스러워 하는지 자식으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의 건강을 위하신다면 술 담배를 하는 아버지를 비난하는 대신, 정말 무엇이 아버지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따뜻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 주고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참으로 살기 힘든 시절이라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근심거리가 되는 아버지에게 화가 많이 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비난하는 대신 같이 좋은 시간을 갖다 보면 자식의 입장에서도 많은 지혜와 통찰, 또 힐링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를 위하려고 했는데, 사실은 자신에게 더 이롭게 되는 결과가 되니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가 덤으로 주어지는 거지요.

 

[가톨릭신문, 2016년 2월 28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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