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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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새로운 복자: 신앙의 명문 홍씨 집안 순교자 (2) 홍필주, 홍익만,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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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30 ㅣ No.1526

[새로운 복자] 신앙의 명문 홍씨 집안 순교자 (II) 홍필주, 홍익만, 이현

 

 

교회 역사에서 ‘한국의 첫 수덕자’로 꼽히는 홍유한 선생의 집안(친인척 포함)만큼 순교로 가문을 성화시킨 예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홍유한의 인척인 홍정호, 재종 조카인 홍낙민, 한국 최초의 여성 회장이자 주문모 신부를 지극 정성으로 모신 강완숙과 그의 아들 홍필주 필립보, 혜경궁 홍씨의 동생 홍낙임, 홍낙민의 셋째 아들 홍재영과 며느리인 정조이(추정), 홍재영의 며느리 심조이와 두 살난 손녀 홍아기, 홍낙민의 손자인 홍병주 베드로와 홍영주 바오로가 있고, 홍필주의 장인 홍익만과 동서인 이현이 있습니다. 친인척을 좀 더 깊이 살펴본다면, 훨씬 더 많은 분이 계실 것입니다).

 

홍필주(필립보)는 1790년경 고향에서 이존창(루도비코)에게 교리를 배웠고, 그의 계모인 강완숙(골롬바)으로부터 천주교 신앙을 익혀 나갔습니다. 그는 1791년 이후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하여 어머니와 할머니를 따라 서울로 이주합니다. 홍 필립보는 홍익만(안토니오)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함께 어머니를 도와 주문모 신부를 집에 모시고 미사 복사를 하며 도와드립니다. 그러면서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회장과 더불어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의 육회(六會: 여섯 곳의 지회)가 발전하도록 도와줍니다.

 

홍 필립보는 신유박해(1801)가 일어나자 주문모 신부를 다른 곳으로 피신시킨 뒤 가족과 함께 체포되어 포도청에서 혹독한 심문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주 신부와 신자들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고 그들을 보호하다가 계속된 형벌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때 어머니 강완숙이 “필립보야, 너는 어찌 네 머리 위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비추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그릇된 길을 가려 하느냐.”며 타이르는 말을 듣고, 순교 직전 “저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비록 사형당할지라도 실로 달게 여기겠습니다.”라고 굳건하게 신앙을 고백하고는 동료들과 함께 순교(참수)의 영광을 받아들입니다.

 

홍 필립보의 장인인 홍익만(안토니오)은 복자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사촌 동생입니다. 홍 안토니오는 1785년 김범우(토마스)를 찾아가 ‘천주실의’에 대해 공부하고 세례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위 홍 필립보의 집에서 주문모 신부에게 교리를 배우고, 자신의 집에서 주문모 신부와 신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명도회의 장소를 제공하며 비밀리에 모여 신앙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홍 안토니오는 안산과 여주, 이천 등으로 피신하다 체포되어, 혹독한 심문을 받다가 신앙을 굳건하게 고백하며 순교의 영광을 받습니다. “저는 몇 달 동안 도망 다니다가 이제야 체포되었습니다. … 천주교 신앙에 깊이 빠져 마음을 바꾸어 (신앙을 버릴) 뜻이 없으니 죽음 밖에 따로 진술할 말이 없습니다.”

 

홍 안토니오의 사위이며 홍 필립보의 동서인 이현(안토니오)은 김건순(요사팟)에게 교리를 배워, 서울 홍 필립보의 집에서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다른 신자들과 교류하면서 교리를 공부하며 기도 모임 등에 열심히 참석하였습니다. 신유박해 때 체포된 이 안토니오는 그의 삼촌인 이희영(루카)의 순교와 혹독한 형벌로 인하여 마음이 약해집니다. 그러나 곧 “제가 여러 해 동안 깊이 믿었는데, 지금 아무리 형벌을 받는다고 해도 진실로 바꿀 마음이 없습니다.”라며 다시금 신앙을 회복한 후에 순교의 영광을 받습니다. 그와 함께 순교한 이들의 시신은 비가 오는 가운데 며칠 동안 형장에 놔두었는데도 부패의 흔적이 없고, 살이 온전했으며, 피도 방금 상처에서 흘러내린 것 같았다고 합니다.

 

[2015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인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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