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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3: 제2장은 회칙 전체의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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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17 ㅣ No.757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 3

 

제2장은 회칙 전체의 교두보

 

 

제1장에서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의 파괴 실상을 다룬 회칙은 이제 제2장을 통해 유다-그리스도교에서 나오는 원칙을 성찰하면서 인류에게 주어진 엄청난 책임감을 규명한다(90항 참조). 이로써 자연과 하느님에 대한 의무와 피조물 안에서의 책임이 신앙의 본질적인 부분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그에 따른 생태적 의무를 더 잘 깨닫게 하려 한다. 이러한 성찰은 ‘상호 연결성’과 ‘책임감’이라는 회칙 전체의 축을 세우는 주요 대목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입각한 세계와의 대화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무신론자를 포함한 전 세계 선의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말하고 싶다고 분명하게 밝힌 회칙(3항 참조)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칙은이 질문에 응답하며 제2장을 시작한다.

 

먼저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우리가 파괴한 모든 것을 바로잡는 생태론을 발전시키고자 종교와 그 고유 언어를 포함하는 모든 학문 분야와 지혜가 배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63항 참조). 여기서 말하는 모든 학문 가운데 철학과 과학, 그중에서도 과학의 비중은 매우 크다. 회칙은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고유한 현실 접근방식으로 생산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상정하며, 제2장 전체를 통해 다른 종교들과 과학적 세계관과의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생태계 파괴의 주역이란 비판에 대한 방어

 

환경문제를 다루는 입장은 기술 중심주의, 인간 중심주의, 생태 중심주의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의 관건은 ‘누가’, ‘왜’, ‘어떻게’ 생태문제 해결의 책임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관한 답변이 그리스도교 신앙인에게 조심스러운 이유는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요 성서학자인 린 화이트(Lynn White Jr.)가 1967년 ‘생태 위기의 역사적 근원’이라는 논문을 통해 환경파괴의 원인이 유다-그리스도교의 인간 중심적 가치관, 곧 땅을 다스리라고 하는 성경 말씀에 담겨있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린 화이트는 하느님께서 첫 인간에게 생물을 다스리는 권한과 이름을 붙이는 권한을 주심으로써, 인간이 다른 피조물보다 우위를 가지는 것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하느님의 명령을 담은 성경 구절이 인간의 목적 실현을 위한 자연의 착취를 합법화시켰다는 점이 그리스도교를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한 근거였다. 회칙은 이러한 비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반박하며 같은 구절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생태적 의무의 기초를 구축한다.

 

“사람들은 인간이 땅을 ‘지배’(창세 1,28)하게 했다는 말이 창세기에 나온다는 것을 근거로, 인간을 본성적으로 지배적이고 파괴적인 존재로 묘사하면서 유다-그리스도교 사상이 무분별한 자연착취를 조장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교회가 이해한 바른 성경 해석이 아닙니다. …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우리에게 이 땅에 대한 지배가 부여되었다는 사실이 다른 피조물에 대한 절대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강력하게 부인해야 합니다.

 

… ‘일구다’라는 말은 밭을 경작하고 갈거나 밭일을 한다는 뜻이고, ‘돌보다’라는 말은 보살피고 보호하며, 감독하고 보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책임을 지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모든 공동체는 생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풍요로운 땅에서 얻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 땅을 보호하고 후손들을 위하여 이 땅이 계속해서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해야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절대적 소유에 대한 인간의 청구를 모두 거절하십니다”(67항).

 

“하느님께 속한 땅에 대한 책임은, 지성을 지닌 인간이 자연법과 이 세상의 피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교한 균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68항).

 

 

분명한 인간 중심주의 위에 세운 생태적 책임

 

회칙은 인간 중심주의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중심주의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근거로 피조물이 지닌 고유한 선과 완전성이라는 가치를 존중하는 인간의 생태적 책임을 강조한다. 회칙이 말하는 책임감은 창조의 지평에서 인간의 삶과 자연이 맺은 관계를 올바로 돌보는 형제애, 정의, 다른 이에 대한 충실함과 연결된다(70항 참조).

 

인간 중심주의를 견지함으로써 자연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주장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자연이 지닌 가치와 취약함을 동시에 인식하는 가운데(78항 참조), 인간에게 주신 고유한 능력과 책임을 정교하게 정리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여 피조물의 고유한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 중심주의의 경우, 인간 고유의 가치가 상실되거나 지구를 신격화함으로써 지구와 더불어 그 취약점을 돌보는 인간의 소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논리적 오류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이다(89항 참조).

 

한편, 성경에 나타난 노아의 방주와 안식년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회칙이 제시하려는 원칙은, 땅과 맺은 관계에 균형과 공정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땅이 주는 모든 것이 모든 이에게 속해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회칙이 구원과 창조의 하느님 분리가 빚어낸 신학적 오류들을 바로잡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해방시키시며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그 권능에 대한 신뢰로 하느님을 찬미하며,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가야 한다(73항 참조).

 

 

진화론과의 대화

 

창조와 구원의 이분법적 구도를 극복하려는 회칙은 과학과의 대화를 통해 진화론적 지평을 수용하는 동시에 창조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이해하고, 피조물 안에서 인간의 지위와 역할을 규정한다.

 

잘 알다시피, 진화론은 생물학적 이론으로서의 영향력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질과 정신의 경계, 그리고 인간의 특별한 지위를 정초할 근간이 사라진다는 점이 진화론이 함축하는 가장 큰 도전이다.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저절로 나온다.’(카오스 이론)는 논리의 연장에서 정신과 인간의 출현을 설명하고, 모든 행동과 심리, 그리고 윤리를 같은 창을 통해 해석하기 때문이다.

 

회칙은 시편의 구절 “그분께서 명령하시자 저들이 창조되었다.”(148,5)를 인용하며, 혼돈으로부터 질서가 저절로 나타나는 과정으로 생명과 정신, 인간의 출현을 설명하는 카오스 이론과의 거리 유지로 시작한다. ‘혼돈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세계’임을 강조하고 있다(77항 참조).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당위성과 자연 그 자체가 신성을 가지지 않음을 동시에 규정함으로써(78항 참조)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지위와 책임의 자리를 마련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세계 안에서 모든 피조물은 자율성을 가지며, 하느님께서는 피조물들의 그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시면서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에 현존하시어 현세 사물의 합당한 자율성을 가져온다고 밝힌다. 하느님의 현존이 모든 존재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며 창조 사업을 이어간다는 말로, 진화론의 핵심을 수용하는 면모를 분명히 드러낸다.

 

모든 존재의 진보는 인간을 통하여 인간과 더불어 하느님의 초월적 충만 안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지성과 사랑이 부여된 유일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리스도의 충만으로 이끌려 모든 피조물은 그들의 창조주께 인도하라는 부르심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선포하는 것이다(81항 참조).

 

 

창조된 세계 안에서의 인간의 생태적 임무

 

회칙은, 하느님의 현존이 머무르며(88항 참조) 다양성과 차별성을 지닌 자연과(86항 참조)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기반으로 피조물을 보호할 책임을 부여받은 인간의 자리를(90항 참조) 명확하게 규정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맡겨진 피조물에 대한 책임은 결코 자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 대한 참된 사랑과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과 연결된다(91항 참조). 평화와 정의를 피조물 보호와 연결하여 생태적 임무를 재화의 보편적 목적을 온전히 실현하는 일로 귀결시키는 것이다.

 

회칙은 분명한 태도로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고, 재화가 소수를 위한 사용이 아닌 하느님의 보편적 목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천명한다. 특히 자연환경은 인류의 유산이며 공공재로서 사유화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바라본다.

 

회칙 제2장은 매우 섬세하고 치밀한 논리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기술 중심주의와 인간 중심주의 그리고 생태 중심주의의 비판으로부터 지켜낸다. 자연이 지닌 자기 조직적이며 창발적인 속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존재의 근원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창조의 지평에서 자연과 인간의 형제적 관계를 규정할 뿐 아니라, 인간의 지위와 임무를 생태적 약자인 자연과 사회적 약자에게 적용하는 가운데 생태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의 공통적 요소를 드러냈다.

 

이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의 창조, 구원, 완성의 구도가 자연과 인간의 형제적 관계 안에서 이분법을 드러내지 않는 구도로 완결된다. 이어지는 장들은 이처럼 탄탄한 기반 위에서, 기술 중심주의의 여러 면모를 비판하고, 그리스도교 신앙에 입각한 생태론과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회심으로 전개된다.

 

이런 의미에서 제2장은 회칙의 교두보이자 도약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유흥식 라자로 주교 - 대전교구장, 현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3월호, 유흥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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