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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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 사순특강3: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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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09 ㅣ No.165

명동성당 사순특강 (3)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하느님 크신 사랑에 응답하는 삶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이라는 주제 아래 세 가지 물음-기도란 무엇인가, 우리가 바치는 기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느님께서 즐겨 받으실 기도는 어떤 기도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기도란 무엇일까. 마더 데레사 수녀는 "기쁨이 바로 기도"라고 했고, 영국 바실 흄 추기경은 "우리 삶 전체가 기도"라고 말했다. 기도는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시키는 모든 행위다. 침묵이나 영성체는 물론 하느님을 대하듯 이웃을 만난다면 그들과 맺는 관계 역시 기도이다. 매 순간 하느님 현존을 의식하며 숨을 쉰다면 그마저도 기도이다.

참된 기도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기도가 힘들고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한다. 여러 원인 중 한 가지는 분심이다. 분심은 다양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분심을 초래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심이 마구 밀려올 때 그 분심조차도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

한국 신자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달달 외는 염경기도(念經祈禱) 위주의 기도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숙제처럼 기도문을 달달 외기보다 문구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정성껏 바친다면 염경기도도 하느님을 깊이 만나는 좋은 도구가 된다. 그러나 깊은 침묵 속에 하느님 현존을 묵상하는 기도, 공동체와 바치는 기도, 예수님의 적극적 권고에 따른 골방기도 등 다양한 기도를 바치다 보면 기도의 맛, 기도의 은총, 기도를 통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기도는 어떤 기도일까? 삶은 숱한 장애물, 기분을 상하게 하는 작은 사건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상처로 가득하다. 이처럼 삶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도로 초대하는 순간이다.

모범적 기도생활을 한 영국 헨리 뉴먼 추기경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뉴먼 추기경은 "성무일도(시간전례)는 내 삶의 기쁨"이라고 말할 정도로 성무일도를 열심히 바쳤다. 병 때문에 시력을 잃어 성무일도서를 읽을 수 없게 되자, 그는 묵주를 들고 하루 종일 묵주기도를 바치며 생활했다. 이처럼 진정한 기도의 사람은 어떤 처지에서건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어떠한 처지에서든 감사하고 기도하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기도다.

기도의 순간은 우리를 영적으로 강화시키는 은총의 순간이다. 때문에 하루 중에 틈틈이 기도를 바치기를 권한다. 출근시간 중 아침기도, 점심시간 전 삼종기도, 집에 돌아와 저녁기도, 자기 전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기도는 간단하지만 일상을 성화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그리고 훌륭한 신앙의 선배인 성인들이 사용했던 기도방법이기도 하다.

기도시간이 더 행복하고, 의미를 지니려면 우리가 바치는 기도 대상이자 주체인 하느님 아버지의 실체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성지에서 이러한 글귀를 봤다. "사랑하는 아들아, 하느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게 된다면 너는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복음서에 이런 하느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데, 특히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님과의 관계 사이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을 자주 묵상하곤 한다.

마리아는 한때 일곱 마리 마귀가 들렸지만 예수님을 만나 치유의 은총을 입었다. 이후 전 재산을 팔아 예수님 일행을 뒷바라지하며 그분의 임종과 부활을 지켜본, 12사도 이상으로 큰 역할을 했던 예수님의 여제자였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그분 앞에 앉아 얼굴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고, 그분을 위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봉헌하는 일… 마리아의 이 모든 행동이 다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기도는 하느님 앞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분께서 베푸시는 너무나도 크신 자비와 은총, 다양한 선물 앞에 지속적으로 취해야 할 일상적 응답이다. 비록 오늘날 우리 현실이 만만치 않고 암담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크신 은총 앞에 감사하며 기쁘고 충만하게,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10일, 양승국 신부(살레시오 한국관구 부관구장), 정리=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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