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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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명동본당 사순특강2: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회심(메타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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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07 ㅣ No.300

명동본당 사순특강 (2)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회심(메타노이아)

 

 

교회는 거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죄인들을 가슴에 품고 있어 항상 정화되어야 하기에,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 8항은 가르친다. 즉, 복음 정신에 입각한 회심이야말로 모든 교회 활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는 마르코 복음서 1장 15절에서 이루어지는 예수님의 첫 복음 선포와도 연결된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여기서 번역에 사용된 ‘회개’라는 단어도 좋지만, ‘회심’이란 말이 더 원문(메타노이아)의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회심은 마음을 돌려 온전히 새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던 길을 돌이켜, 하느님을 향해 온전히 마음과 정신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죄인은 제 길을, 불의한 사람은 제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돌아오너라”(이사 55,7). 그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맞게 내 생각과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내 생각과 계산의 한계성과 내 실존의 유한성을 처절히 깨달으며, 내게 하느님의 개입과 도움이 필요함을 고백하는 겸손함이 바로 회심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눈으로 따지는 죄의 경중보다는 회심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신다. 그러기에 바리사이처럼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며 자신이 죄인들과 같지 않음에 만족스러워하는 자의 기도는 즐겨 듣지 않으신다.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하느님, 저는 죄인입니다.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하고 가슴을 치며 고백하는 세리의 기도를 더 좋아하시는 것이다(루카 18,9-14 참조).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시는 바다. 

 

주님께서는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고 말씀하시지 않는가? 하느님의 위대한 뜻과 인간의 얄팍한 생각이 서로 다른 때문이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이사 55,8-9). 

 

우리 모두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늘 회심해야 한다. 아무리 제 생각이 훌륭하다 해도 하느님 보시기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내 생각의 유한성을 깨닫고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나를 초대하시는 부르심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회심의 첫 요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는 ‘즉각성’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회심하려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나보다 먼저 가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의 ‘첫걸음 내딛기’이다. 우리는 이것을 믿어야 한다. 하느님의 첫걸음 내딛기에 응답하여 우리 역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래서 회심을 위한 첫걸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시지만, 회심하는 사람의 부끄러운 고백 앞에서는 또한 ‘우리의 모든 허물을 잊어버려 주시는 하느님’이시다. 이것이 ‘하느님 자비’의 측면에서 새로이 해석되는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이다. 그리고 그분은 몇 번이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며 계속 회심하고자 하는 우리를 기다리시는 데 있어 결코 지치거나 화내시지 않는 분이시다. 

 

2014년 8월 15일 솔뫼성지에서 이루어진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용서하시는 일에 지치시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기다리시는 일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이 사순 시기에 회심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다. 우리는 많은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단 하나, 회심의 은총뿐이다. 2014년 8월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말씀하셨다.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이러한 회심의 은총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뜻을 향한 회심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구하는 나머지 것들은 모두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평화신문, 2016년 3월 6일,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정리=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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