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성미술ㅣ교회건축

본당순례: 말씀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중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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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25 ㅣ No.972

[본당순례] 말씀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중동성당

 

 

에너지와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본당

 

중동성당의 성전에 오르는 여덟 개의 계단 양쪽 끝에 성 요셉상과 성모상이 대칭을 이루며 서 있다. 성전 지붕 중앙에는 부활의 예수성심상이 사랑과 은총의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예수성심의 삼각점에서 솟아나는 경건함은 자연스레 묵상과 기도로 이끈다. 중동성당에는 기도 공간으로 안팎이 따로 없다. 저녁 미사 후 바깥 성모상 앞에서는 신자들이 좌우로 줄 맞춰 로사리오 기도를 바친다. 주보성인인 ‘천지의 여왕 마리아’도 함께하는 듯 모두가 한마음이다. 가지고 있던 묵주를 꺼내어 성모송 한 번을 외며 고개를 돌리면, 공터 옆 파고라 지붕의 쉼터가 보인다. ‘사랑채’라는 이름이 정답다. 넉넉하지 않은 공간을 잘 활용하였다. 앉아서 담소라도 나누며 힐링을 체험할 수 있겠다. 곁에 있는 담장도 있는 듯 없는 듯 낮게 만들어 이웃을 불러들인다. 성당 안에서는 이십여 명의 중고생들이 다음 전례와 행사를 의논하느라 분주하다. 젊은 에너지와 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중동본당은 중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녀노소 신자들의 수도 많지만, 활기찬 그 분위기에 창원 본당의 중심임을 대번 느끼게 된다.

 

 

본당 설립 50년에 이르기까지

 

사무실에서 윤수준 마르티노 사무장을 만났다. 28년째 중동성당의 사무장으로 있다. 대단한 그 이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부친인 윤초삼 루카는 초대 회장이었으며 이후 세 번을 더 봉사했다고 한다. 중동본당의 시작이 궁금했다. ‘중동본당 50년사’를 넘기며 흑백과 컬러 사진들 속 사연을 물었다. 황해도 진남포가 고향인 윤초삼 루카는 한국전쟁 때 월남하여 서울로 오게 되고 이어 부산을 거쳐 마산으로 온다. 창원에 치과 의원을 개원했던 그가, 미사를 남성동성당에서 보게 될 때, 창원에서 공소 예절을 해보라는 윤공희 주교의 조언을 듣는다. 그때가 1953년. 김외생 막달레나와 윤덕봉 말가리다가 참여했다. 이러구러 공소는 1971년에 준본당에 이어 창원본당으로 승격한다. 1973년에는 본당 봉헌식과 더불어 중동본당으로 개칭하게 된다. 2001년에는 본당 설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신축성당을 짓고 봉헌식을 한다. 중동본당은 창원의 모태 본당으로서 여태까지 여러 본당을 분가시켰다.

 

 

성경을 인생 교과서로 삼다

 

입구 현황판에서 꼬미씨움과 꾸리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제단 옆에 있던 ‘성경 잔치 최우수본당’ 깃발로 눈이 간다. 최근 몇 년간 은총 성경 쓰기, 골든벨, 암송, 필사 등 꾸준히 결실을 거둬 우승 깃발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는 김종필 가브리엘 주임 신부의 사목 지침과도 맥이 통한다. 가브리엘 신부는 2023년을 ‘하느님 말씀으로 성장하는 공동체’라는 표어를 설정했다. 주임 신부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방향이 상실된 세상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기에, 성경은 인생 교과서라고 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이사 55,2)”라는 구절을 언급하였다.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성경 속에 있음을 기억하고, 다시 성경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성경을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며, 신자들은 미사 전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 그리고 성경 필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성경 통독에 이어 주임 신부의 시편 강의에 50여 명이 함께하였고 곧 요한묵시록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미 2022년에 ‘말씀의 씨앗을 뿌리는 공동체’로 시작하여 2024년에는 ‘말씀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지침으로 이어간다. 많은 부언보다 오로지 성경에 집중한 사목 방침의 간결함이 주임 신부로부터 느껴졌다. 

 

아울러 가브리엘 신부는 노후된 비품들을 과감히 교체하고 특히 빔프로젝트를 성전과 지하에 설치하여 강론과 교육, 그리고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 주일미사에는 프로젝트를 이용한 삼차원적인 강론을 통하여 매주 특강을 듣는 기분으로 주일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지지부진하던 주일학교에 많은 학생들을 등록시켜 그 숫자가 70명까지 늘었다. 부모들과 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현재 주일학교는 활기가 넘친다. 다소 침체하였던 성당에 적극적인 사목으로 활기차고 생기 있는 성당으로 변하였다.

 

 

공동체의 조화와 화합이 강점

 

이에 더하여 중동본당은 우리농 생활공동체 공로상을 2021년에 수상하였다. 우리농 운동은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를 지향하며 땅과 밥상, 사람과 세상, 자연과 생태계를 살리는 생명 농업의 길을 함께해 왔다. 중동은 2010년에 창립하였다. 잡곡, 다시마, 계란 등 식재료들을 우리농 본부에서 받아와서 화, 목 이틀간 판매하는데, 신자들의 활발한 구매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마산교구 내에서도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사례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가톨릭 공동체 정신의 구현이라 하겠다.

 

중동본당은 창원 시내 구역과 북면지역으로 구분이 되고, 북면 신자의 숫자가 40%에 달하며 간부의 수는 더 많다고 한다. 북면은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반세기의 본당 역사에서 늘 함께했다. 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신구의 조화와 화합이 본당의 강점이라 하였다. 어려운 시기와 순간마다 힘을 합쳐 이겨냈다. 외각의 젊은 세대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본당의 아름다운 퀼트에 중요한 부분이며 전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늘 간직하며 깨어있는 중동성당이다.

 

  

[2023년 6월 25일(가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마산 4-5면, 이준호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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