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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참된 승리(번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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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7-12 ㅣ No.820

[레지오와 마음읽기] 참된 승리(번아웃 증후군)

 

 

2015년 3월24일 오전 10시1분, 비행기 한 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공항을 떠났다. 이 비행기는 1시간38분 후 독일 뒤셀드로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비행기는 이륙 30분 후 프랑스 상공에서 순항 중이었다. 그런데 1분 뒤, 이 비행기가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관제사들은 조종사를 애타게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결국 프랑스 공군 비행기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떴지만, 10분 후 레이더에서 비행기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후 탑승자 150명 전원이 사망했다.

 

나중에 발견된 조종실 녹음장치에는 “제발 문 좀 열어봐!”라는 기장의 외침이 있었고, 승객들의 비명소리로 녹음은 종료되었다. 후에 이 사고는 부기장의 자살 추락 사고임이 밝혀졌는데, 부기장은 6년 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고, 그의 의료진단서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번아웃 증후군이 있었다고 한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은 ‘다 불타서 없어진다’는 뜻으로, 탈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 소진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이는 1974년에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발표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 비행기 사고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치료하던 한 간호사에게서 이 증후군을 발견하면서, 약물 중독자를 상담하는 전문가가 느끼는 무기력증을 번아웃 증후군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며 충실하고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로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도에 ‘번아웃 증후군’을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판단하였다. 번아웃 증후군은 생각보다 흔하며 서서히 진행된다. 초기에는 주로 의욕과 성취감이 저하되어 억지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까칠하게 대하는 등 대인관계 문제도 생기게 된다. 또한 정서적 허기로 인해 폭식을 자주 하게 되어 복부 비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의 원인에서 멀어지려는 욕구로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심리적 반응이 일어나고, 이 기간 또한 길어지면 현실에 대한 회피 반응으로 ‘무감동’이 된다. 이는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 자극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극에 대한 감성 예민도를 0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따뜻한 위로와 작은 행복도 느끼기 어렵게 된다.

 

 

모두 불타버린 연료 같이 무기력해지며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

 

J자매는 공무원으로 조기 퇴직을 하고 레지오에 입단하였다. 그녀는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직장생활로 오랜 시간 냉담을 하였기에 이제는 제대로 봉사해보고 싶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단원 생활을 하였다. 그래서 입단한지 6개월 만에 쁘레시디움의 서기가 되고 단장을 거쳐 꾸리아 서기가 되었다.

 

실제로 성취욕이 강하고 열정적이며 따뜻한 그녀의 성품에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었고 활동의 결과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꾸리아 서기를 맡은 지 채 1년도 안되어 갑자기 탈단하겠다고 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모든 간부 임기를 쉬는 것으로 하고 탈단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면 탈단을 결심할 당시 저는 무척 지쳐있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습니다. 격려나 위로보다는 흉으로 숙덕거리거나, 운영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융통성이 없다고 핀잔을 주는 등, 열심히 하려는 저를 향한 다른 단원들의 부정적 언행들이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레지오 경력이나 직책이 마치 권력이라도 되는 듯, 자신만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넘어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행사도 본질적 의미를 새기기보다는 그냥 치르는 데만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들은 큰 실망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런 상처와 실망들은 사실 기도로 이겨내야 했는데 부끄럽게도 그 당시 저에게 기도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기도로 저를 충전해가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이 유행하는 것은 삶에서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몸 또한 균형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듯이 단원생활도 균형을 잘 잡아야 지치지 않는다. 기도는 영신적인 힘의 원천으로 활동을 뒷받침한다.(교본 341~342쪽 참고) 레지오에서 기도와 활동은 단원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로 단원들의 의무이다. 그러니 기도 없는 활동이나 활동 없는 기도는 행동 단원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열심히 활동했으나 뭔지 모를 허전함으로 레지오를 그만 두고 싶은가? 그렇다면 기도의 시간이 부족한 지 돌아볼 일이다. 교본에 ‘만일 어떤 모범이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못했다면, 결국 그 모범이 훌륭한 본보기가 되지 못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450쪽)라고 되어 있으니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열심히 기도하지만 활동에 이렇다 할 결과가 없는가? 그렇다면 내 안에 희생을 감수할 마음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활동은 ‘사랑은 단지 겉으로 드러내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참된 우정과 같은 것이어야’(교본 31쪽)하기 때문이다.

 

 

단원 생활의 균형이 흔들릴 때는 나를 살펴보고 도움 받아야

 

그러나 균형을 잡고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휘청거릴 때가 있다. 이때는 내 안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지나친 책임감이나 타인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지는 않은지, 혹은 레지오 활동의 종류나 양이 나에게 맞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그런 경우에는 쉼표를 찍는 기분으로 나를 느슨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한편 번아웃은 조직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감시나 간섭이 많아 자율성을 침해당하거나, 성과에 대한 상사의 과소평가나 조직 내의 소외감 등 부정적 경험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만약 어떤 이유로든 단원생활에 위기를 느낀다면 믿을만한 단원이나 간부, 혹은 영적지도자와 상의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된 활동의 종류를 바꾸어 보거나, 지친 자신의 몸을 먼저 돌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평의회에서는 단원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단원들에게 억지로 어떤 직책을 맡기기 보다는 의사를 존중하며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각 직책의 간부들이 자기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 한 두 사람이 평의회 일을 모두 짊어지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열심히 해온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기에, 열심히 했다는 훈장이라고도 하지만 개선되어야 할 상태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열정과 함께 믿음이 주는 희망으로 균형을 잡으며 가야 한다. 인생이 마라톤이듯 우리들의 단원생활도 달릴 곳을 다 달려야 하는 행복한 마라톤이지 않은가!

 

‘레지오는, 비록 속도가 느리더라도, 열심한 신자로서의 생활과 가톨릭적 이상을 사람들 안에 꾸준히 퍼뜨리는 데 참된 승리가 있다고 본다.’(교본 43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7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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