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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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31 ㅣ No.273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디오니시, 1482년,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러시아.

 

 

지난호까지는 이콘의 역사와 예수님의 이콘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성모님의 이콘에 대해 살펴보겠다.

 

옛 비잔틴 전 승에 따르면 성모님을 처음으로 그린 이는 복음사가 루카였다고 한다. 

 

가톨릭 성인전 루카 편에도 루카의 직업을 ‘의사이며 화가였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루카가 의사이며 화가였다는 점은 동, 서방 교회 모두가 인정한다. 또한 루카 복음서는 다른 세 복음서와 달리 성모님께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 루카와 성모님이 각별히 교류했었다는 전승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말 루카와 성모가 만났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반론도 많다.

 

루카가 그렸다고 전하는 최초의 성화는 성모님과 예수님 모두 정면을 바라보는 형태로 묘사하는 ‘호데게트리아’ 즉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이다.

 

이 성화 속 성모님의 시선은 아기 예수를 보고 있지 않고, 이 성화를 보고 있는 우리를 보고 계신다. 성모님의 한 손은 아기 예수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아기 예수를 향하고 있다. 이는 ‘이분이 너희의 주님이시다’라고 제시해주고 있다. 이는 우리를 위한 중재의 기도를 바치고 계시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모님 성화에는 어떠한 형태이든 반드시 들어가는 상징적인 표현이 있다. 머리와 양어깨에 표식이 그려지는데, 이는 성모님의 동정을 나타낸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기 전에도, 낳는 중에도, 낳은 후에도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은 정결한 분이심을 나타내준다. 예수님을 낳기 전에도 낳은 후에도 동정이심은 우리가 모두 아는 교리이지만, 낳는 중이라는 부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이는 유다 율법에 따라 해산한 여인은 부정하다고 한 데서 기인해 성모님은 그 또한 조금도 동정과 거룩함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유다교 율법적인 생각은 중세를 거치면서 교회 내에도 들어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2월 2일을, 유다교 율법에 따라 성모님이 산후 40일째 되는 날 성전에서 정결례를 거행했던 것을 기념하는(레위 12장 참조)‘성모 취결례 첨례’로 지내다가, 공의회 이후로는 초대교회의 전통을 되살려 주님의 봉헌 축일로 환원했다. 또한 성모님 머리 좌, 우에는 희랍어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글자를 약자로 써, 이분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를 그 출발점으로 해 다양한 성모 이콘들이 제작됐는데 그 성화의 종류와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각지에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성모의 발현과 그에 따른 새로운 이콘들이 그려졌고, 또 그에 따른 다양한 변형이 생겼기에 러시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 각기 다른 나라에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이콘들이 있기에 그러하다. 물론 서방교회와 같이 임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지역과 시대, 그리고 기적 사건에 따른 다양한 성모 성화들이 생겨났다.

 

*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7월 31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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