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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건축 이야기27-28: 산 비탈레 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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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7-11 ㅣ No.979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7) 산 비탈레 대성전 (상)


건축으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 드러낸 탁월한 성당

 

 

- 산 비탈레 대성전 아케이드와 빛. 출처=Wikimedia Commons

 

 

비잔티움 건축의 정점인 건물

 

산 비탈레 대성전(Basilica of San Vitale)은 클라세의 산타 폴리나레 대성전과 마찬가지로 은행가 줄리아노 아르젠타리오(Giuliano Argentario)의 기부금으로 라벤나의 수호성인인 초기 순교자 성 비탈리스의 기념성당으로 지어졌다.

 

비잔티움(로마) 제국은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제국의 수도를 로마에서 비잔티움으로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새로운 비잔티움 문화의 정수가 라벤나에 직접 흘러들어온 것은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이탈리아의 동고트족을 무찔러 게르만족 수중에 들어갔던 이탈리아를 되찾으면서부터였다. 산 비탈레와 산타 폴리나레 인 클라세 대성전은 이러한 시대에 지어졌다.

 

산 비탈레 성당이 세워졌을 때 라벤나는 비잔티움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따라서 산 비탈레 대성전은 라벤나의 다른 성당들과 달리 비잔티움 건축의 정점인 건물이었다. 또한 산 비탈레 대성전은 유스티아누스 황제 때 지어진 성당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당이기도 하니, 이 대성전은 대단히 중요한 성당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정점에 서면 그 이후는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볼 때 이 성당의 소중함은 더해진다.

 

이 대성전은 라벤나가 번영하던 시대의 정점에서 핀 화려한 꽃과 같은 건물이다. 돔, 입구의 형태, 단을 이룬 탑 등은 고대 로마적 요소이고, 다각형의 반원 제단, 주두, 좁고 긴 벽돌은 비잔티움의 요소다. 그러니 이 성당을 꽃으로 말하자면, 이 성당은 고대 건축의 끝인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와 중세의 시작인 비잔티움이라는 두 시대의 빛을 받고 자란 꽃이다. 그리고 서방 세계인 이탈리아와 동방 세계인 콘스탄티노폴리스라는 두 문화적 토양에서 양분을 받고 자란 꽃이다.

 

밖에서 보면 이 성당은 마치 갈색의 벽돌로 쌓아 올린 산과 같다. 한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8각형의 덩어리를 향해서 제각기 선명하게 베어낸 듯한 다양한 모습의 벽돌 덩어리가 규칙적이고 각을 지으며 겹쳐 있다. 본래는 성당은 독립해 있었고, 북서쪽의 한 변에 입구를 두어 동남쪽의 제단과 같은 축에 두었다. 그러다가 이 축의 방향을 틀어 서쪽으로 정사각형의 아트리움을 두었는데, 지금은 세 변에 있던 열주랑은 없어지고 8각형 평면에 비스듬히 붙어 있는 긴 문랑만 남게 되었다. 긴 문랑을 지나면 삼각형 문랑이 또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2층 갤러리로 올라가는 원형 계단이 붙어 있다.

 

산 비탈레 대성전 중랑과 제단. 출처=Wikimedia Commons

 

 

직선적 외부와 달리 내부는 곡선이 지배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곡선이 지배한다. 8각형 평면 가운데에서 선 8개의 당당한 기둥이 돔을 받치고 있다. 지름 9m, 높이 28.7m인 돔의 천장에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는데 16세기 것이다. 성당 하부의 기둥과 아치는 결을 모두 좌우 대칭으로 맞춘 유색 대리석을 입혀서 마치 기둥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기둥도 비잔티움 양식이다. 주두는 레이스를 짠 듯이 모양을 도림질 했고, 그런 주두 위에는 부주두를 더 놓았다. 기둥 사이마다 반원형 곡면 벽(엑세드라, exedra)이 주보랑 쪽으로 내밀고 있다. 이 곡면은 세 개의 아치로 된 아케이드가 두 층을 이룬다. 한편 주보랑과 갤러리는 모두 볼트로 덮여있다. 12세기에 목재 천장을 고친 것이다.

 

그러나 짓기 시작한 것은 526년 동고트 왕국의 황제 테오도릭이 죽은 지 1년 후인 527년부터인데, 이는 540년 고트족에게서 도시가 탈환되기 훨씬 전이다. 이렇게 지어진 사정이 복잡한 것은 산 비탈레 대성전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명확하게 말하는 성당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4세기 아리우스파는 성부만이 본질에서 시작이 없이 영원하며, 성자는 모든 피조물처럼 창조되어 태어났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했다. 이에 교회는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아리우스파를 단죄하고 니케아 신경으로 삼위일체의 신앙을 반포했다. 이어서 381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에서는 이를 확대하여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선포했다.

 

그런데도 아리우스파는 동고트 왕국을 세우고 이탈리아를 지배하며 수도 라벤나에 그들의 중요한 성당들을 지었다. 그러나 동고트 왕국이 약해지자 동고트 왕국의 황제 테오도릭이 죽기 1년 전인 525년에 건축으로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성당을 짓기 시작했고, 548년에 비로소 완공되었다. 그것이 바로 산 비탈레 성당이다.

 

- 산 비탈레 대성전 평면. 출처=Wikimedia Commons

 

 

‘3’이라는 모티프 반복하고 ‘3’은 하나로 묶여

 

평면을 보면 외곽에는 주보랑(周步廊)이, 그 안으로는 7개의 반원의 아케이드로 이행하는 구역으로, 다시 그 안 중심에는 8각형의 공간이 중심을 같이하며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단면에서도 위아래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안에서 보면 돔 지붕의 아래에 두 층으로 된 아케이드가 서 있어서 전체는 돔, 두 층의 아케이드 등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또 각 층에서 반원을 이루는 아케이드는 세 개의 아치로 다시 나뉜다. 그러나 이 작은 세 개의 아치와 아케이드는 돔의 받치고 있는 더 큰 아치 안에서 하나로 결합한다. 그런데도 기둥, 벽, 두 층의 아치, 돔은 이음매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또 이 요소들을 모두 하나가 되어 큰 아치의 볼트 아래까지 높이 올라간다. 그 결과 이 반원의 아케이드는 굽이치는 물결과 같은 중랑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빛도 마찬가지다. 돔에는 중랑에 직접 빛을 비추는 큰 창이 8개 뚫려 있다. 평면은 8각형인데 주보랑과 갤러리의 6개 벽에도 창문을 세 개 두었다. 반원 제단에도 세 개의 넓은 창이 있고 이 창을 묶는 커다란 아치 위에도 작은 창이 세 개 있다. 그런데 이 창에서 들어온 빛은 하나가 되어 주보랑 위를 비추지만, 다시 세 개의 아치로 나뉜다. 성당의 모든 곳에 뚫려 있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공간에 개방감을 주고, 내부 공간 전체에 다채롭고 신비한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이 성당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증명하려는 듯 ‘3’이라는 모티프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그 ‘3’은 하나로 묶인다. 삼위일체의 하느님은 나뉘지 않는 한 분이시라는 뜻이다.

 

제단은 길게 주보랑을 관통하여 건물 밖으로 돌출해 있다. 평면은 중심형인데도 방향성을 가진 제단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하면 중심형이 깊이를 갖게 되고, 전례 상의 여러 움직임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제단의 양 측면과 주보랑은 세 아치로 만든 아케이드로 열려 있고, 제단은 계단 두 단을 두고 회중석에 접하고 있다. 반원 제단 좌우에는 제의와 성경을 보관하는 방 ‘디아코니콘(diaconicon)’과,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는 방 ‘프로테시스(prothesis)’을 두었다. 성소도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단 옆 위에는 아벨과 멜키체덱의 희생이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희생 제단에 바쳐지고 있고, 그 위로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성부의 손이 그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벽, 기둥, 창, 지붕이라는 건축 요소와 빛도 아리우스파의 수도의 심장부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곧 산 비탈레 대성전은 삼위일체와 육화의 신비 그리고 어떤 하나가 다른 둘에 포함되어 있다는 상호 내재성인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를 건축으로 표현한 탁월한 성당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7월 9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8) 산 비탈레 대성전 (하)


사람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 물결치는 모자이크로 장식

 

 

산 비탈레 대성전 반원 제단 모자이크. 출처=newliturgicalmovement.org

 

 

하늘 상징하는 금색 배경은 거룩한 장소 상징

 

산 비탈레 대성전의 건축과 모자이크 양식은 기본적으로는 다른 라벤나의 건축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볼륨, 2중 아치, 높이 솟아오르는 아치 기둥, 화려한 색상 등. 그러나 이보다도 더 새로운 것은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방향에서 비춰오는 빛을 받아 물결치는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드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다. 그러나 산 비탈레 대성전의 모자이크 그림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끝이 없다.

 

원형 제단과 세 개의 아치 창 위를 덮는 반 돔에는 중심에 젊은 모습의 그리스도께서 천사 사이에 앉아 계신다. 그리스도의 후광에는 십자무늬가 있다. ‘클라세’의 십자가처럼 푸른 하늘에 앉아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왼손에 묵시록의 일곱 봉인으로 닫힌 두루마리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왼쪽에 있는 순교자 성 비탈리스를 향해 순교의 면류관을 건네고 계신다. 이때 성 비탈리스는 베일로 손을 가리며 주님께서 주시는 면류관을 받으려 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창립 주교 에클레시오(Ecclesio)가 이 성 비탈레 성당을 주님께 바치고 있다.

 

주님의 발밑에는 바위 사이로 네 개의 강이 흐르고, 다른 인물은 백합과 장미가 있는 바위 위에 서 있다. ‘클라세’에서 보았듯이 로마 모자이크의 오래된 전형이다. 그러나 하늘을 상징하는 금색 배경은 비잔틴 미술의 관습인데, 그리스도가 성인들과 함께 계시는 거룩한 장소를 상징한다. 반 돔의 테두리에는 교차하는 풍요의 뿔로 장식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키로(Chi-Rho), 곧 그리스도의 모노그램을 독수리가 들고 있다.

 

- 산 비탈레 대성전 성단소 오른쪽(남쪽) 벽 모자이크.  출처=newliturgicalmovement.org

 

 

그리스도의 희생이 모자이크 도상학의 중심

 

제단 좌우 측벽의 모자이크는 특히 유명하다. 왼쪽 그림 가운데에는 황제 유스티아누스가 그리스도를 향해 황금 성반을 들고 서 있다. 황제 뒤에는 후광이 있다. 오른쪽에는 교회를 봉헌한 주교 막시미아누스, 복음서를 들고 있는 부제, 향 복사가 서 있다. 막시미아누스 뒤에 선 남자는 성당 자금을 봉헌한 줄리아노 아르젠타리오일 것이다. 황제의 왼쪽에는 이탈리아를 재정복한 벨리사리우스 백작(Count Bellisarius)과 젊은 귀족, 키로가 있는 방패를 들고 있는 경비병들이 보인다.

 

이와 마주하는 오른쪽에는 황비 테오도라(Theodora)가 황금 성작을 들고 중정 귀족 여인들 가운데 서 있다. 성소 밖 분수가 있는 안뜰에서 황제의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 막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시종이 그녀에게 커튼이 쳐진 출입구를 지나가고 손짓하고 있다. 테오도라의 보라색 옷 아래에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 황후 뒤에도 후광이 있다. 제단 좌우 측벽의 인물들은 화려한 복장에 조용히 침착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 화면에서 떠 있는 듯한 평면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리스도께 바치는 황제와 황후의 사명을 이렇게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써, 교회와 국가의 동맹으로 확고한 비잔틴 제국의 힘을 이렇게 강조했다.

 

모자이크 도상학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희생이다. 이제는 눈을 들어 반원 제단을 높이 덮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자. 천장은 교차 볼트다. 볼트는 네 개의 삼각형 곡면으로 나뉘는데, 꽃, 과일로 장식된 띠가 이를 구분해 준다. 제단 방향으로는 곡면의 바탕은 금색, 그것에 직교하는 곡면의 바탕은 녹색이다.

 

- 성단소 왼쪽 벽 모자이크. 출처=iconreader.wordpress.com

 

 

볼트가 교차하는 중심에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있다. 이 어린 양은 파란 바탕에 원형 화환에 둘러싸여 있다. 화환은 흰색 옷을 입은 네 천사가 네 방향에서 받쳐주고 있다. 이 네 방향은 이 세상 전체를 뜻한다. 그런데 천사들의 발은 모두 푸른 원, 곧 하늘을 딛고 있다. 천사들은 각각 하나의 아칸서스에서 소용돌이치며 뻗어 나온 무성한 푸른 가지에 안겨 있다. 금색 바탕의 푸르름에는 새가 서식하고 녹색 바탕에는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긴 제단과 중랑은 개선문 아치가 거대한 경계를 이루는데, 그 밑면에는 열두 제자, 바오로 사도, 성 비탈리스를 포함한 14명의 사도가 그려져 있다.

 

제단의 반 돔 위에는 한 쌍의 날개 달린 천사가 팔이 8개인 십자가를 들고 있다. 천사들의 양쪽에는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이 보석으로 장식된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묘사되어 있다. 반 돔 위의 3중 아치형 창문의 양쪽에는 큰 바구니에서 나온 포도 넝쿨이 있고, 아치 기둥 위에는 성작에서 나온 아칸서스 넝쿨이 있다.

 

 

바닥 전체가 대리석 상감한 오푸스 세크틸레

 

성단소 좌우의 벽은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희생이 구약의 모델과 상징적으로 결합해 있다. 오른쪽(남쪽) 아치 벽을 보자. 그 안에는 아벨은 양을, 멜키체덱은 빵을 제대에 봉헌하고 있다. 멜키체덱이 바친 포도주는 이미 제단 위 잔에 담겨 있다. 아벨의 옷처럼 그 뒤에는 투박한 집이 있지만, 멜키체덱은 제의를 입고 있고 그 뒤에 앞으로 세워질 성당을 예고하고 있다. 제대 위에는 구름 사이로 손이 내려와 있다. 제물을 받으시는 하느님을 표현한 것이다.

 

그 위의 벽에는 성단소의 북쪽과 남쪽 벽에도 한 쌍의 천사가 각 팔에 알파와 오메가라 쓴 보석 십자가가 있는 둥근 메달을 들고 있다. 제단의 반 돔 위에의 두 천사와 비슷하다. 벽의 오른쪽에는 이사야가 있고, 왼쪽에는 양에게 먹이를 주며 불타는 떨기나무 곁에서 신발을 벗고 서서 신약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모세가 있다.

 

- 제단 왼쪽 측벽 모자이크. 출처=Steven Zucker

 

 

둥근 메달을 들고 있는 한 쌍의 천사 위에는 보석과 같이 빛나는 두 기둥이 받치고 있는 아치 창이 있고, 그 좌우에는 복음사가 마태오와 마르코가 있다. 다시 이 세 아치 위에 있는 벽에는 부활의 상징인 공작이 날개를 펴고 있고, 그 위로 무성한 포도 넝쿨이 그려져 있다.

 

이와 마주하는 왼쪽(북쪽) 벽에는 아브라함의 두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는 마므레의 참나무 곁에서 세 천사가 아브라함의 대접을 받고 있고, 아들 이사악을 갖게 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왼쪽에는 사라이가 이 말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는 아브라함이 아사악을 하느님께 바치려고 칼을 손에 들고 있고, 그 위 하늘에서는 천사를 통해 멈추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손이 그려져 있다. 다시 아치 벽 위의 왼쪽에는 예언자 예레미아가, 오른쪽에는 시나이산에서 십계명를 받은 모세가 있다. 또 그 위에는 복음사가 루카와 요한의 모습이 있다.

 

게다가 거의 주목하지 않지만, 산 비탈레 대성전에는 사람의 발이 닿는 바닥 전체가 대리석을 상감한 오푸스 세크틸레(opus sectile)로 덮여 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하학적 패턴이 다양하다. 또한 아케이드 기둥은 파문이 생겼다가 중심의 골로 모여 흐르는 물결처럼 대리석의 결을 대칭으로 입혔다. 또 다른 의미의 모자이크라 할 만하다.

 

건물을 기하학적인 평면과 그것을 지탱하는 구조만으로는 공간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 비탈레 대성전의 내부는 움직일 때마다 팽창하고 수축하며 걷는 사람의 온몸에 반응하며 변화한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요인은 모자이크가 벽, 아치, 돔의 표면에 바닥까지 연속하여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성당의 모자이크는 중후한 벽체를 숨기고 초자연적 세계를 표현하는 빛의 표피다. 이것이 산 비탈레 대성전의 힘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7월 16일, 김광현 안드레아(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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