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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따뜻한 마음씨와 다정한 태도(토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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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8-03 ㅣ No.825

[레지오와 마음읽기] 따뜻한 마음씨와 다정한 태도(토끼 효과)

 

 

2010년 3월25일 호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일이다. 산모 케이트는 예정일보다 무려 3개월 일찍 남녀 쌍둥이를 분만했다. 딸은 비교적 건강했지만 아들은 체중이 1킬로그램에 불과했고 숨도 잘 쉬지 못했다. 미숙아를 살리려고 의료진은 응급처치를 했지만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산모는 아기의 사망선고를 들어야 했다.

 

그러자 산모는 아이와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청하여 아이를 받아 자신의 맨 가슴으로 안았다. 그리고 아기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아이의 이름을 말해주고 이름 뜻을 설명해주고, 자신들이 아이를 가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말했다. 그러자 얼마지 않아 아이는 기적처럼 숨을 쉬었고 엄마의 손가락을 잡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5년 후 한 프로그램에서 이 아이는 밝은 미소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1978년 미국 로버트 네렘 박사 연구팀은 고지방 식단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자가 비슷한 토끼들에게 몇 달간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토끼들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장박동수 등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 고지방식을 한 토끼들의 동맥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유독 한 그룹의 토끼들만이 다른 그룹보다 지방이 60%나 적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은 이 결과에 놀란 연구진은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실험조건들을 샅샅이 뒤졌고, 그 결과 한 연구원이 돌본 토끼들에게서만 지방 수치가 낮게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그 연구원은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토끼들에게 말을 걸었고, 가끔 껴안고 쓰다듬으며 귀여워하였다고 한다. 이후 다시 조건을 더 엄격히 하여 실험을 하였지만 같은 결과를 얻었다. 결국 토끼의 지방 수치를 낮게 만든 것은 연구원의 ‘다정함’에 있었는데, 이것이 식단의 많은 부작용을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리게 된다.

 

 

다정한 행동과 표현이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 미친다 ‘토끼 효과’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자 켈리 하딩은 의대생 시절부터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환자들의 질병 진행 상태의 원인이 궁금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럴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지냈고 어떤 이는 기대와는 달리 상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는 분명 의학적 원인이 아닌 다른 조건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수년간 연구하던 중, 위 실험의 결과에서 답을 얻게 된다.

 

이에 하딩은 병에 걸리는 토끼와 건강을 유지하는 토끼를 나누는 것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애정’임을 주장하며,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담아 2019년에 ‘토끼 효과(The Rabbit Effect)’-우리나라에서는 ‘다정함의 과학’으로 번역됨-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다정한 행동과 표현들이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이론이 ‘토끼 효과(The Rabbit Effect)’라 명명된 셈이다.

 

하딩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들의 건강한 삶은 신체 의학의 발전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며 인간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과 더 관련이 깊다.

 

매우 꼼꼼한 성격인 B자매는 독신인 공무원으로 자신의 업무를 잘 해냈지만 일상이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특별히 진단받은 병명도 없이 늘 여기저기 아픔을 느끼며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50대 중반에 유달리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의 안정도 얻고 싶고 사촌동생의 권유도 있고 하여 세례를 받았다. 그 당시 레지오 입단을 권유받았지만 직장 일 등으로 퇴직 후에나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퇴직할 쯤에 건강이 더 안 좋아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평일 미사 때 만난 한 자매 권유를 받고 입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레지오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조차도 힘들어지자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녀를 오랜만에 본 옛 직장 동료가 자신에게 활기차 보인다며 그녀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현하자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그녀는 단원 생활 이후로 여기 저기 아픈 데가 줄어들었고 오히려 더 바쁘게 시간을 쪼개며 일상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솔직히 저는 제 자신이 힘든데 남을 위한 봉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으로 저를 먼저 챙겨 왔습니다. 그런데 선배 단원들이 저를 포함한 모든 단원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에 함께 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을 보고 깨달음이 컸습니다. 예수님의 명령인 ‘이웃 사랑’은 이웃만이 아니라 동시에 나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지금은 본당협조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조만간 복지관 봉사도 해보려 합니다.”

 

 

레지오 단원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오직 한 가지 방법’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건강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뿐만 아니라 건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실제로 우리들의 수다 자리에도 건강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따뜻한 마음씨와 다정한 태도가 실제 의학이 하지 못하는 좋은 영향을 몸에 준다는 이론은, 우리에게 사람 냄새나는 삶을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다정함’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켈리 하딩은 주장한다. 그녀는 ‘진정한 건강은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며, 작지만 다정한 행동들이 집단의 건강을 키울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씨와 다정한 태도는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다른 이유로 중요하다. 이는 ‘레지오에서 활동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교본 421쪽 참조)이며, 레지오 단원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교본 422쪽 참조) 그리하여 ‘레지오 단원이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정성껏 도와주겠다는 자세로 활동에 임한다면, 그것은 어느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힘을 발휘 한다. -중략- 이런 결과는 훈계와 잔소리로는 일 년 동안 활동해도 거두기 힘든 성과’(교본 421쪽)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니 친절하고 다정한 행위들을 레지오 단원들이 행하면 그 가치와 격은 남달라진다. 그것은 레지오 단원 안에서 레지오 목적에 합당하게 쓰임으로써 몸의 건강만이 아닌 하느님 나라 건설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가 맺어지면 거의 모든 일을 이룬 셈이다.’(교본 483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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