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훈화30: 복음을 선포하여라,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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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8 ㅣ No.134

레지오 마리애 훈화 (30)


40.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교본 463-493면)
 
6) 믿음이 식은 사람들(교본 481-485면)
 
믿음이 식은 사람들이 냉담자들이고 잃은 양들이다. 레지오의 활동 분야 가운데 냉담자 회두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교우 돌봄 활동을 하는 데 막 영세한 신자들을 돌보는 것은 쉬운 편이지만 냉담자를 돌보는 것은 어려운 활동이다. 왜냐하면 영세자들은 신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수계 신자'이지만 냉담자들은 교회를 멀리하고 계명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보지 않으면 냉담자로 분류되는데, 교회마다 잃은 양들이 수두룩하다. 해마다 잃은 양 증가율은 영세자 증가율의 몇 배나 된다. 교회가 양적으로 신자수를 많이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성 신자들을 잃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가정방문을 해보면 교적에 오른 신자의 절반 가량이 냉담자, 타지역 거주자, 행방불명자들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 모두가 수계 신자는 아니다. 주일 미사 참례자 수를 보면 수계 신자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은 비록 냉담자는 아닐지라도 쉬고 있는 신자들이다.
 
왜 이들은 쉬거나 냉담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믿음의 뿌리가 깊이 박히지 않아 세속 정신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거나 일단 세례만 받으면 교회가 관심을 적게 가지기 때문이다. 또는 성직자나 수도자, 신자들로부터 상처를 받았거나 실망스런 일을 겪은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독특한 성격이나 사목 방침으로 신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어느 레지오 간부가 냉담자 회두활동을 하여 성공한 사례를 옮겨본다.
 
"주회에서 단장의 활동 지시를 받고 짝과 같이 활동 대상자인 시각 장애인 부부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본래 신앙심이 깊다고 자처하는 신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본당 신부님의 사목 방침의 조그만 실수로, 자기들에게 편파적이고 차별 대우를 한다고 오해하여 냉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우리가 찾아가면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기 때문에 도대체 활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몇 주를 방문하다가 포기할까도 했지만 단장님의 꾸준한 방문 권유로 상대편의 태도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무려 14개월이나 끈질기게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 차츰 응어리가 풀어지면서 우리를 만나 주었습니다.
 
물론 처음 만나자마자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장애인으로서 받는 멸시감과 본당신부님께 대한 원망과 분노의 화풀이와 푸념을 끊임없이 들었으며, 심지어 하느님을 원망하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인내심은 모든 것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돌과 같이 굳었던 그들의 마음을 사랑과 용서로 돌렸습니다. 14개월 만에 고해성사를 본 그들은 본당 신부님과 화해하고 하느님 품 안에서 열심한 신자로 변했습니다"(「레지오 마리애」 136호, 77면).
 
믿음이 식은 냉담자를 회두시키려면 영웅적인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며, 반드시 화해의 성사인 고해성사를 보도록 해야 한다. 그런 다음 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하면 다시 세례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냉담자 회두는 본당의 성직자와 수도자들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쁘레시디움 단장이 주회 때마다 냉담자 회두활동을 단원들에게 배당하여 활동보고를 꾸준히 받는다면 수계 신자수와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괄목할 정도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7) 선교사의 도구로서의 레지오(교본 485-490면)
 
선교활동이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선교에 나서는 활동이다. 전 세계 인구 60억 가운데 75%가 비그리스도인이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는 세상 곳곳에 선교사를 파견한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사제와 수도자들이지만 평신도들도 있다. 선교사의 임무는 새롭게 개척된 지역 안에 신자 공동체를 세우고 그곳 주민들이 신앙적으로 자립하도록 도와주며 그들 스스로 복음화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아주는 일이다.
 
선교사는 다른 나라에서 오므로 언어나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주민과 사귀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 레지오는 선교사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 레지오는 현지 주민을 단원으로, 선교사를 영적 지도자로 모신 뒤 신입 교우를 가르치고 양성하여 복음화시킨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들을 올바로 양성하기만 하면 초대교회의 신자들처럼 그 고장의 빛과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50년 전 우리나라에 레지오 마리애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사인 헨리(Harold Henry, 1909-1976년) 대주교이다. 레지오 마리애 도입에 대한 그분의 소감을 여기에 발췌해 본다.
 
"한국에서 가톨릭의 교세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도 선교에 대한 열정이었다.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려면 열정적이고 훈련된 평신도 조직체가 있어야 한다. 레지오 마리애가 바로 그런 조직체이다. 한국에서 레지오 마리애는 우리가 찾던 사도직을 제시해 주었다.
 
나는 1952년 여름, 일본을 방문했을 때 확신에 찬 레지오 단원이 미군 영내에서 강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중국에서 이룬 레지오의 위대한 업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레지오 활동이 시도된 적이 없었다. 나는 레지오 교본을 공부하고 마침내 레지오 활동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레지오 교본에서 활동방법을 강조한 사도직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나는 심사숙고하여 단원들을 선정했다. 잘 알려진 신자보다는 기본적인 인간성을 갖추고 너그럽고 의지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요구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였다. 약 1년 뒤 나는 단원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자기희생의 고결한 정신과 성화에 뚜렷한 성장을 보였고, 숙련된 팀과 같은 기능을 갖게 되었다. 단언하건대 1933년 한국에 온 뒤 내가 했던 최상의 일은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일이었다"(「마리아」 23호, 23-25면).
 
중국에서는 북경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숙(肅) 요안나(1923년생)가 선교사의 도구로 영웅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녀는 1948년에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1951년에 투옥되기까지 불과 3년 동안 16개의 도시를 순회하면서 무려 360여 개의 쁘레시디움을 설립하였다. 그녀는 공산정권에서 29년간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나 레지오 마리애의 세계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1993년 8월 말 필자가 세계 본부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는데, 그 당시 70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자신의 소망은 죽기까지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지오 단원들은 숙 요안나 자매처럼 선교사의 도구일 뿐 아니라 스스로가 평신도 선교사임을 잊지 말고 선교의 역군이 되어야 한다.
 
8) 그리스도를 위한 외지순방활동(P.P.C)
9) 마리아 정신의 외방선교활동(I.M.)
10) 주일선교활동(E.D.)(교본 491-493면)
 
레지오 마리애는 다양한 형태로 선교 사도직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것들의 명칭은 그리스도를 위한 외지순방활동, 마리아 정신의 외방선교활동, 주일선교활동 등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외지순방활동(Peregrinatio Pro Christo)'이란 레지오 단원들이 조(組)를 편성하여 종교적 상황이 좋지 않은 외국을 찾아가 1-2주일 머물면서 현지 주민들에게 가톨릭 교회를 알리고 입교 권면하는 활동이다. 이 활동의 취지는 다른 나라에 가서 선교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단원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동시에 모든 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외지순방활동을 하면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가톨릭에 호감과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프랭크 더프는 1967년 로마에서 개최된 세계 평신도 대회 중에 한국의 어느 세나뚜스 간부에게 극동 아시아 지역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한국의 레지오 단원들이 일본에 가서 순방활동을 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1983년에 광주 세나뚜스 간부들이 일본 오사카로 가서 2주일간 지내게 됨으로써 프랭크 더프의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순방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다. 레지오로는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단원들은 앞으로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에도 가서 그리스도를 위한 순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도해야 한다.
 
'마리아 정신의 외방선교활동'이란 마리아를 통하여 희생을 바친다는 정신으로 외국의 오지에 가서 스스로 생계수단을 해결하면서 6개월 이상 머무르며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활동에 자원봉사를 하는 단원을 '인꼴라 마리애(Incola Mariae)'라 부른다. 여러 명일 경우 '인꼴래(Incolae) 마리애'라고 한다. 이 라틴어 명칭은 '마리아의 체류자', '마리아의 나그네'라는 뜻이다. 외방선교활동은 주로 아이슬란드, 필리핀 군도, 태평양 군도와 같은 사제가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섬나라에서 실시되어 왔다. 이 활동을 하는 단원들은 사제가 없는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하고, 사제의 정기적인 방문을 주선하고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혼자일 경우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인 최초의 인꼴라 마리애는 필자와 함께 5년간 북미주에서 레지오 교육 활동을 한 고(故) 문태준 바오로 단장이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가서 그곳 레지아의 추천으로 1992년에 인꼴라 마리애로 임명되었다. 그 해에 그는 미국의 동부지역으로 가 한인교포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활동한 뒤 부인 이증자 비르지타와 함께 알래스카로 가서 2개월간 선교활동을 하였다.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그가 저술한 「성모님의 나그네」(성요셉 출판사)에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레지오 단원이 외국에 나가 6개월 이상 나그네로 체류하면서 마리아 정신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은혜와 보답도 누리게 될 것이다. 단원들은 비록 인꼴래 마리애가 되지 않더라도 그 정신과 선교 열정은 반드시 지녀야 한다.
 
'주일선교활동(Exploratio Dominicalis)'은 '작은 순방활동(mini Peregrinatio)'이라고도 불리는데, 주일을 이용한 선교활동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온 세계의 모든 쁘레시디움이 가능하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전체 활동으로 다른 고장을 찾아가서 선교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 활동은 쁘레시디움 단원 모두가 참여하므로 단원들 간의 결속과 일치를 도모할 수 있다. 가두(街頭) 선교와 비슷한 활동이긴 하지만 본당 관할구역을 벗어나 종교적 취약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일 선교활동을 펼치는 쁘레시디움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단 한 번만이라도 이 활동을 실시한다면 그 쁘레시디움은 생기와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단원들은 용기와 힘을 얻을 것이다.


41.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1고린 13,13 ; 교본 494-497면)
 
레지오 마리애는 하느님께 대한 성모님의 강렬한 사랑을 본받으려고 한다.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향주삼덕(向主三德)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다. 주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의 덕은 결국에는 없어지지만 사랑은 죽어서까지도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사랑이 충만하셨기에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시고 극진히 돌보셨다. 성모님은 온 인류를 사랑하시므로 그들 모두가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아 구원되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믿고 세례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된다. 상훈(常訓) 제3항의 내용처럼 성모님은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들을 마치 당신 외아드님을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사랑으로 돌보신다. 성모님은 신비체의 어머니시다.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신 레지오는 성모님이 지니신 강렬한 사랑을 그 특징으로 삼아 신비체의 지체들을 돌보아야 한다. 레지오는 사랑에 기초를 두고 이웃에게 봉사하고 선교하는 단체이므로 만일 레지오에 사랑이 없다면 그 정체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레지오는 성모님의 사랑을 본받아 무슨 일이든지 감당하고 봉사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교본에서는 레지오 대열 안팎에 있는 지체들에 대한 사랑, 교회 안의 다른 단체와 사목자들에 대한 사랑을 거론하면서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1) 레지오 대열에 참여할 때(교본 494면)
 
레지오는 행동단원들을 모집할 때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다양한 신자들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레지오 대열에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인종이나 국적 또는 피부색 등의 차별대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주회에 참관제도가 없기 때문에 후보자를 레지오 대열에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전체 단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때 엄격한 잣대를 대지 말아야 한다. 레지오 단원으로서의 적격성 여부만 검토하면 된다. 혼인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평판이 몹시 나쁜 이, 활동할 수 없는 노약자 등이 단원으로서는 부적격자가 될 것이다.
 
교회의 기반이 되는 기초 공동체에 봉사하는 구역장과 반장을 레지오 대열 안에 끌어들이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본당마다 기초 공동체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구역장과 반장이 레지오에 입단한다면 자신이 맡은 구역이나 반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므로 기초 공동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2) 레지오 대열 안에서(교본 495면)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요한 15,12)라고 말씀하셨다. 눈에 보이는 레지오 단원들이 서로 사랑하지 못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레지오 대열 안에서 단원들 사이에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 단원들 사이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만 어울리는 것도 차별행위이다. 레지오는 단원들에게 폐쇄된 사랑이 아니라 개방된 사랑을 요구한다. 단원들이 고루고루 사귀지 않는다면 새로 입단한 단원은 따돌림과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단원들은 레지오 대열 안에서 끼리끼리 어울리지 말고 두루두루 사귐으로써 단원들 간의 차별을 없애고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레지오 대열 안에서 단원들이 예수님의 계명대로 서로 사랑을 실천한다면 그 사랑은 널리 밖으로 옮겨져 레지오에 입단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사목, 2003년 8월호, 최경용(부산교구 신선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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